[비만약 열풍]②주사제에서 먹고 붙이는 약으로
국내는 초기 단계…"흡수율·부작용 관건"
노보노디스크가 당뇨병치료제였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제제를 비만치료제로 개발하면서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지난해 1일 1회 주사하는 삭센다 매출은 102억8900만크로네(당시 환율 기준 약 2조원), 주 1회 주사하는 위고비 매출은 313억4300만크로네(약 6조원)를 기록했다.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407%나 늘었다.
노보노디스크의 GLP-1 비만약 성공에 후발주자인 일라이릴리도 주 1회 주사하는 당뇨병치료제를 비만약(제품명 젭바운드)으로 개발했다. 젭바운드는 미국에서 지난 2022년 12월 출시후 빠르게 위고비를 추격하고 있다. 젭바운드는 지난해 5억2000만달러(709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 1분기에는 작년 한 해 매출과 맞먹는 5억1740만달러(7050억원)를 기록했다.노보노디스크 등 개발 막바지
세계적으로 GLP-1 비만약 열풍이 불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존 약물 대비 편의성을 개선한 제형 개발에 열을 내고 있다.
개발이 가장 활발한 건 간편하게 먹는 경구제다. GLP-1 비만약 시장을 이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먹는 GLP-1 비만약의 임상3상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내년 출시가 예상된다. 화이자는 1일 2회 경구 복용하는 GLP-1 비만약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부작용 이슈로 지난해 말 이를 포기하고 1일 1회 복용하는 제형으로 임상1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또 로슈는 지난해 카못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경구용 GLP-1 제제를 확보,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의 에코진과 경구용 GLP-1 제제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공동개발 중이다.일동·삼천당 등 국내는 아직 초기단계
국내에서는 일동제약, 삼천당제약, 디앤디파마텍, DXVX, 프로젠·라니테라퓨틱스 등이 경구제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개발 초기단계다. 가장 먼저 임상에 돌입하는 곳은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다. 유노비아는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인 'ID11052115'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D02S와 DD03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후보물질은 작년에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에 기술이전됐다. DD02S는 올해 3분기, DD03은 내년 글로벌 임상1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천당제약은 자체 플랫폼 기술로 확보한 경구용 GLP-1 제제에 대해 미국, 일본 제약사와 독점판매 가계약을 맺으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임상1상 신청을 준비중이다. DXVX(디엑스앤브이엑스), 프로젠도 GLP-1 제제를 경구용 제제로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세바늘로 피부를 통해 체내에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접목된 패치제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공동개발 맞손을 잡은 라파스·대원제약은 지난 3월 국내 임상1상 승인을 받았다.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주빅(공동개발)은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패치제는 주사제 보다 통증이 적고 경구제 보다 흡수가 빨라 생체이용률(투여된 약물의 양이 흡수되는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1일 1회 또는 주 1회 맞아야 하는 주사를 월 1회로 개선한 서방형 제형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국내 한미약품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해외에서는 암젠이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주사제 대비 흡수율·부작용 극복 관건
이처럼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제형을 개선한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열을 내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GLP-1 비만치료제는 직접 주사를 놔야하는 불편함에도 세계적으로 품절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만 해도 세계 공급물량 부족으로 위고비가 허가만 받고 출시가 1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유일하게 출시된 삭센다는 국내에서도 물량이 부족해 1인당 제한적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효과와 부작용이다. 경구제와 패치제는 주사제 보다 흡수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해야 하고 나아가 앞선 개발 약물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하게 먹거나 붙이는 GLP-1 비만치료제는 기존 주사제 대비 편의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지만 다수 기업들이 개발에 뛰어든 만큼 빠른 개발 속도와 함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먼저 개발에 성공한 약물보다 효과가 뒤쳐질 경우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