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07이래요" 고3 양민혁은 토트넘 공부 중...드라구신은 몰라도 '동생' 무어는 알아요
[OSEN=고성환 기자] '1군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22)은 몰라도 '미래의 경쟁자' 마이키 무어(17, 이상 토트넘 홋스퍼)는 알고 있었다. '토트넘 새내기' 양민혁(18, 강원FC)이 토트넘 공부에 열심이다.
팀 K리그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토트넘에 3-4로 패했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양민혁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토트넘에 공식 입단했다. 고3 신분인 양민혁은 올 시즌 데뷔하자마자 K리그1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재능을 뽐냈고, 토트넘과 6년 계약을 맺으며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이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은 바로 토트넘이었다. 그는 팀 K리그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토트넘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양민혁은 토트넘 수비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슈팅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돌파 후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가면서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양민혁은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후반전 벤치로 물러난 양민혁은 형들 옆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이명재와 조현우(이상 울산 HD)와 대화를 나누며 팀 K리그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양민혁은 곧 새로운 동료가 되는 토트넘 선수들도 눈여겨봤다. 특히 자신의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는 '2007년생 신성' 무어를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양민혁은 후반전 무어가 투입되자 조현우에게 "얘가 07이래요"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명재가 어디서 온 선수인지 묻자 "유스 출신일 걸요"라고 정확히 답하기도 했다. 또래인 데다가 포지션까지 겹치는 선수인 만큼 어느 정도 파악해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드라구신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양민혁은 문득 조현우를 향해 "형 저기에 (토트넘) 6번 유명해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명재가 '드라구신'이라고 답했고, 양민혁은 "유명한 사람이에요?"라고 다시 물어봤다. 앞서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밝힌 만큼 아직 공부해나가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양민혁은 경기 후 토트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동갑내기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과 웃으며 얘기를 나눴고, 제임스 매디슨, 페드로 포로와 잠깐 어깨동무하기도 했다. 토트넘 스태프와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토트넘 동료들을 적으로 상대해본 양민혁은 "확실히 다르다. 난 아직 부족하다.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며 "당연히 골 넣은 손흥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슈팅이 정말 달랐다. 확실히 잘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나도 빨리 그 레벨에 도달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낀 경기"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이승우와 댄스 세레머니도 준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그는 "아쉬웠다. 세레머니를 하려면 골을 넣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승우와) 서로 아쉬워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우리 역시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로 만들어진 팀이다. 많이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좋았다"라며 팀 K리그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양민혁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양민혁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 중요한 건 우리 경기력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켜보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는가에 집중했다"라며 선을 그은 뒤 "양민혁은 분명히 K리그에서 전반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후반기에도 활약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소속팀(강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팀 K리그와 토트넘의 맞대결은 양민혁의 말대로 충분히 치열한 경기였다. 토트넘이 한 골 차로 승리하긴 했지만,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 팀 K리그를 상대로 고전했으나 전반 29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전반 38분과 추가시간 손흥민의 연속골로 3-0을 만들며 전반을 끝냈다.
팀 K리그의 반격도 매서웠다. 후반 7분과 9분 일류첸코(FC서울)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3-2로 따라붙었다. 후반 22분 윌 랭크셔에게 한 점 더 내주긴 했으나 후반 36분 오베르단(포항)의 원더골로 다시 추격했다. 그러나 일류첸코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정재희(포항)의 슈팅이 간발의 차로 빗나가면서 끝내 동점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양민혁도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했다.
팀 K리그를 꺾은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토트넘은 오는 3일 같은 경기장에서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를 치른다. 손흥민이 공격하고 김민재가 수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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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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