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 등번호 모자에 새긴 키움 이용규 “도슨 부상에 죄책감···잡을 수 있는 공은 끝까지 쫓는다”[스경X인터뷰]
키움 이용규(39)는 지난 1일 NC전에서 모자에 동료 로니 도슨(29)의 등번호인 ‘27’을 적고 그라운드에 올라갔다. 직전 경기에서 자신과 부딪쳐 다친 도슨의 빠른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키움의 외야를 책임지고 있는 이용규와 도슨은 지난달 31일 NC와의 경기 7회초 상대 팀 권희동의 타구를 잡으려고 달려오다 서로 충돌했다. 이용규는 잠시 가슴 통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부상이 크지 않아 곧 회복됐다. 그러나 오른쪽 무릎 부분을 부딪친 도슨의 부상은 심각했다. 도슨은 전방 십자인대 손상 진단을 받아 주말 경기까지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그는 다음 주 중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이용규는 1일 경기 후 “도슨에게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어서 모자에 도슨 번호를 새기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슨은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고 성적도 좋아서 팀에 굉장히 필요한 선수인데,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큰 부상을 당해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1일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전날 경기를 설욕했다. 최근 2경기 동안 안타가 없었기에 이날의 활약이 더욱더 반가웠다. 이용규는 몸을 날리는 수비로 외야를 지켰다. 8회초 2사 1루에서 우중간으로 날아오는 김휘집의 타구를 걷어내며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8회 이용규의 호수비는 승부처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규는 “중견수는 열심히 잘 뛰어다니기만 하면 된다”라며 “항상 제가 나가는 위치에서 열심히 뛰어서 잡을 수 있는 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쫓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8회초에는 다행히 힘이 좀 없는 타구여서 잡을 수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초반에 실점이 굉장히 많았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적인 면에 집중해서 역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를 맞은 이용규는 팀의 최고참이다. 그는 “순발력은 당연히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겠지만 뛰는 건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야구하면서 뛰다가 근육이 올라오거나 다친 적이 없어서 뛰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있는 힘껏 편하게 달릴 수 있다 보니 스피드 면에선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타석에서는 안타도 중요하지만 출루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일 1군으로 콜업돼 2번 타석에서 도슨의 빈자리를 채운 후배 변상권(27)에 대해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조급해하면 본인의 기량과 실제 경기에서의 퍼포먼스가 다르게 나온다”라며 “출루를 목적으로 좀 더 편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잘해 주면 우리 팀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고척 |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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