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화 한통에 선뜻…이선균 빈자리 채운 조진웅

최지윤 기자 2024. 8. 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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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조진웅(48·조원준)은 전화 한통에 선뜻 U+모바일tv '노웨이 아웃: 더 룰렛' 출연을 결심했다. 절친인 이선균(1975~2023)이 지난해 10월 첫 촬영을 앞두고 마약 혐의로 하차, 두 달 만인 12월 사망해 충격이 컸을 터다. 조진웅은 대타로 투입 돼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남다른 책임감을 느꼈다. 물론 '왜 또 형사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개 살인 청부를 소재로 해 "작품 자체의 화두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짚었다.

"제작진과 영화를 같이 했었는데,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오히려 더 확실한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 이틀 만에 선택했다. 하루 만에 극본을 다 읽고, 다음날 중식당에서 만났다. '내가 '백중식'이라서 중식당에서 본 거냐. 잘 진행해 보자'고 했다. 사실 이런 기회를 제공 받기 쉽지 않다. 요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장이 계속 줄고 있지만,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하지 않느냐. 여기서 내가 망설이고 '접읍시다'라고 하면, 이런 기회를 많은 분들이 누리지 못하니까. 흔쾌히 받아들였고, '으쌰으쌰 해보자'고 했다."

이 드라마는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가 출소하자 현상금 200억원을 걸고 공개 살인 청부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2022) 최국희 감독의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연출작이다. 조진웅은 영화 '대외비'(2023)에 이어 이수진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극중 경찰 '백중식'을 연기했다. 스스로도 계속 형사 역을 맡는 게 "희한하다"며 "다른 분들도 경찰 역을 많이 했겠지만, 난 유독 많이 했다. '데드맨'(2024) 인터뷰 때 '다음에 또 형사냐'고 해 나도 지겹다고 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중식은 생활밀착형 형사"라며 "주변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인물들이 다 극한으로 치달아서 '나도 저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외비'(2023) 작업할 때도 '정의가 승리한다'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나도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고민했다"며 "중식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리액션이 인간의 보편 타당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의 화두가 나를 그 위치에 갖다 놔서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해줬다. '200억원이 주어지면 저 사람을 살해할까?'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지' 등 여러가지 갈등이 생겼다"고 부연했다.


조진웅은 첫 OTT 도전이다. 노웨이 아웃은 U+모바일tv 플랫폼 한계가 있는 만큼, 디즈니+로도 선보이고 있다. 총 8부작이며, 지난달 31일 1·2회를 공개했다. "OTT 시리즈는 처음 해봤는데, 드라마 자체 호흡이 빠르다. 다른 분들은 조금 일찍 촬영을 시작했고, 난 지난해 11월에 투입 돼 올해 2월 촬영이 끝났다. 소재가 무겁고 세계관도 조금 독특하지만, 배우, 스태프끼리 호흡은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전 세계에 공개한다고 더 준비한 건 없다. 잘 되면 좋지만, 내 개런티를 더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물론 대한민국 콘텐츠가 글로벌화, 나도 보탬이 되고 싶다. 그렇다고 부담되진 않는다. 디즈니코리아가 있고, 공동 제작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내가 '세계적으로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노웨이 아웃이 잘되면) 후배들은 미주권으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 아시아 프린스 이광수씨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연기를 정말 잘한다. '연기가 왜 이렇게 좋아? 학원 다녀?'라고 할 정도였다."

대만스타 쉬광한(33·허광한)의 첫 한국 드라마 출연작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사건을 의뢰 받고 한국으로 온 킬러 '미스터 스마일'로 분했다. "중화권에서 스타인 줄 몰랐다. 좀 더 잘해줄 걸 그랬다"면서 "견고한 다져짐이 있더라.' 이렇게 단단한 배우면, 앞으로 더 잘 되겠다' 싶었다. 처음에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시그널을 잘 봤다'면서 대만 술 한 병을 가져왔더라. '애가 됐다' 싶었다"며 극찬했다. "촬영 중간에 굉장히 힘든 신이 있었다. 무거운 걸 들고 표정없이 연기해야 했다. NG가 많이 났지만 전혀 흐트러짐 없었다"며 "많이 배웠다. 다시 한번 만나서 연기하고 싶다"고 바랐다.

무엇보다 노웨이 아웃은 "배우들 보는 재미가 크다"고 귀띔했다. 물론 "배우의 매력까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싫어지는 지점도 있다"며 "염정아 선배와 딱 한 컷 만났는데, 이전까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더라. 현장에서 감독님이 보여줬는데, 염정아가 아니었다.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서) 산지직송하는 염정아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배우들과 플레이하면 신명난다. 역할만 보면 제대로된 인간이 하나도 없다. 절박한 상황에 들어가면 이해 가지만, 이해해서는 안됐다. '이상봉'(김무열)한테도 '국호를 변호하고 싶느냐'고 물어봤다. 얼마나 찝찝하느냐. 중식은 정의감을 강조하기 보다, 생활밀착형 형사라서 유리했다. 조진웅이 할 수 있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김국호도 쉬운 역이 아니다. 재명 형이 그래도 '인간미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며 고민하길래 '미쳤어요? 김국호 같은 인간을 미화 시키려고 하느냐'고 했다. 형이 정말 큰 강단을 가지고 연기했지만, 광고는 다 찍은 것 같다.(웃음)"


드라마 '시그널'(2016) 속 강력계 형사 '이재한'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최근 김은희(52) 작가는 시그널2 제작 소식을 알렸으며,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의 이제훈(40)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아직 출연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 '이재한' '박해영'이 안 나오면 이상하지 않느냐"고 했다.

"작가님께도 분명히 할 거라고 말씀드렸다. 대신 '천천히 가자'고 했다"며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관심이 크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그널이 가진 공력이 있는데, '1편보다 재미없네'라는 소리는 들으면 안 된다. 그런 소리를 들을 거면 '시작을 말자'고 했다"며 "집에 시그널 2부까지 극본이 있는데, 마음이 뺏길까 봐 안 보고 있다. 이왕 하는 거면 제대로 된 컨디션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차근차근 했으면 좋겠다. 8부작 정도로 간다고 하는데, 작가님이 쓰기 마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주로 장르물, 사극, 시대극에서 활약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명량'(2014)을 비롯해 '암살'(2015) '아가씨'(2016) '독전' 시즌1·2(2018·2023) '경관의 피'(2022) 등이다. 로맨스물에 도전해 필모그래피를 넓히고 싶지는 않을까. "로맨스 DNA가 없어진 것 같다. 거부하진 않지만, '굳이 나를 가지고 실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극본이 재미있으면 해보고는 싶은데,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느냐. 난 로맨스가 잘 안된다. 시그널에서도 몇 마디인데 도저히 못하겠더라. 후배, 가족들에게도 따뜻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딸한테는 '보고 싶어, 사랑해'라고 하지만, 로맨스 연기할 때는 힘들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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