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최후의 권력,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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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제9대 후반기 지방의회 원구성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한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이나 새로운 목표를 앞으로, 의원 간 벌어진 교우 관계와 상처 난 자존심은 뒤로, 그렇게 너더너덜해진 지방의회는 제10대로 향한다.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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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단락…감투싸움·몰염치 관례화
위기감 없는 정치판, 시민 임계치 넘어
말 많고, 탈 많은 제9대 후반기 지방의회 원구성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대부분이란 말은 아직도 일부 의회는 원구성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전에선 대전시의회와 동·중·서·유성구의회가 원구성을 마쳤고, 대덕구의회는 여전히 난항이다.
대덕구의회는 전반기 의장의 후반기 연임을 놓고 의원 간 4 대 4로 의견이 갈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의회는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2명의 의원으로 이뤄져, 얼핏 보면 여야 간 대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은 국민의힘 소속 3명과 무소속 1명이 '연임 찬성'을, 국민의힘 소속 1명과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이 '연임 반대' 입장으로 나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합종연횡'이다. 양 측의 입장 대립은 첨예해서 장기 파행도 예상된다.
앞서 대덕구의회는 2년 전 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한 달 넘게 갈등을 빚은 뒤, 사과문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대덕구의원들의 의정비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매번 원구성마다 발생하는 이른바 '감투싸움'은 이제 관례화, 의례화된 양상이다. 역대 지방의회를 살펴보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욱 치열한 듯하다.
통상적으로 전반기 원구성시엔 의원 간 나름 '양보'와 '타협'이 작용한다. 상당수의 의원들이 초면인 상황에서 얼굴 붉혀가며 갈등을 일으키기엔 부담감이 앞서는 것이리라. 이 과정에선 '전반기 의장단은 후반기에선 제외한다'는 약속도 맺는다.
이후 2년을 지나면서 의원들은 '알 것 다 아는 사이'가 되며 친소 관계가 형성된다.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할 6월엔 그동안의 물밑작업이 수면 위로 오르며, 본격적인 세력전 양상을 띤다. 그리고 7월엔 세력전이 군웅할거로 넘어가며 '내홍'과 '갈등'이 정점에 이른다.
이 시기엔 당 대 당, 세력 대 세력은 무의미해진다. 수싸움(표대결)을 기본으로 한 의원들은 저마다의 배신과 음모를 주장하며, 고성과 한숨이 의회를 메운다.
전반기의 약속은 이미 잊은 지 오래며, 합의는 그저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일 뿐이다. 개인의 욕심은 염치를 잠식하고, 소속 정당의 징계 운운은 단지 위협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은 해당 기간 내내 '파탄' '파행' '구태' 등의 각종 부정적인 표현들로 도배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의장단 구성이 이뤄지면 "그동안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새로운 의회로 거듭나겠다"는 식상한 인사말로 막을 내린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이나 새로운 목표를 앞으로, 의원 간 벌어진 교우 관계와 상처 난 자존심은 뒤로, 그렇게 너더너덜해진 지방의회는 제10대로 향한다.
지난달 원구성으로 홍역을 치른 대전시의회. 한 시의원의 발언이 인상적이다.
"승자 없는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다. 지난 2년 간 의정활동으로 맺어진 동료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번 원구성 과정은 자중지란, 자가당착, 혼란 그 자체였다"
지방의회의 감투싸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초·재선과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매번 발생한다.
국회가 그렇듯 지방의회에서의 자리싸움에도 유권자인 시민은 없다. 도무지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치판에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는 사이에 시민들의 인내심은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또 수많은 현안은 계속 쌓여만 가서 산(山)을 이룬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가 없으면 변화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모든 권력은, 최후의 권력은, 시민들로부터 나온다.
한증막 더위에 민망한 수준의 정치판은 불쾌지수를 더욱 높인다. 파리올림픽의 태극전사들이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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