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큐텐그룹 '공멸'···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새 주인 찾기 나서

박준석 2024. 8.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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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中알리·테무 측에 매각 타진
인터파크커머스도 M&A 협상 진행
자금 조달 막혀 티메프 사태 장기화
타 계열사로 위기 전이되자 '팔자'
업계 “신뢰 잃어 매각 어려울 듯” 
“위메프 검토 안해” 알리도 일축
류화현(왼쪽부터)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파장이 큐텐그룹 전체로 퍼지자 각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위메프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상대로 매각 의사를 타진하려 하고 인터파크커머스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큐익스프레스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연합해 구영배 큐텐 대표를 끌어내리고 독자 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하루라도 빨리 독자 생존의 길을 찾지 않으면 티몬·위메프는 물론 다른 계열사까지 그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각자도생이 성공할지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판매자(셀러)·소비자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커머스 업체를 선뜻 인수할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계열사의 脫큐텐 러시

검찰이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야기한 티몬·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1일 오후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담을 상자를 들고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위메프는 조만간 알리·테무 측에 매각을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큐텐이 보유한 위메프 지분을 감자(減資)한 뒤 인수자가 신주를 인수해 회사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최근 알리와 테무는 초저가 상품과 천문학적 광고비를 쓰며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6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이용자수는 각각 837만 명, 823만 명으로 쿠팡(3,129만 명)에 이어 2·3위다. 여기에 위메프(432만 명)를 인수하면 쿠팡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만큼 M&A에 나설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게 위메프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을 갖춘 알리나 테무가 모기업이 되면 정산 우려도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계열사도 탈(脫)큐텐에 나섰다. 티몬·위메프 사태 여파로 대금 정산이 미뤄지고 있는 인터파크커머스는 업체 두 곳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최대주주는 큐텐(65.8%)과 구영배 대표(29.3%). 하지만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 큐텐 지분은 60%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800억 원 규모 채권을 보유한 사모펀드들이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하면 투자자 지분이 50%를 넘는다. 최근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것도 투자자 의중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 여파가 큐익스프레스까지 미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큐텐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 “자구책 마련하라”

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판매자들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앞에서 큐텐 구영배 회장과 목주영 대표, 티몬 류광진 대표, 위메프 류화현 대표를 고소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당초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 대신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큐텐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또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Wish)'가 중국에 보유한 800억 원도 곧바로 국내에 들여오기 여의치 않았다. 그러는 사이 티몬·위메프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유동성 위기는 인터파크커머스, AK몰 같은 다른 계열사 전체로 퍼졌다. 이렇듯 공멸 위기에 처하자 구 대표도 그룹 차원의 문제 해결 방식을 포기하고 각 계열사에 자구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11번가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픽=송정근 기자

다만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알리는 "위메프를 인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테무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통업계에서도 "11번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같은 매물조차 인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매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위메프 이용자수는 82만 명이었다. 하지만 사태가 터진 뒤인 지난달 28일 이용자는 29만 명으로 65%나 급감했다. 이날 홈페이지에 환불 요청이 쇄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메프의 고객 기반은 붕괴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여러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멀티호밍' 셀러가 상당수라 기존 쿠팡이나 알리 같은 업체들은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위메프 입점 셀러를 흡수할 수 있다. 또 최근 11번가(SK)·SSG닷컴(신세계)·롯데온(롯데)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했을 정도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셀러들 사이에서 재무 구조가 튼튼한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어 인터파크커머스 같은 중소형 플랫폼 또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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