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순철 코치님께 메달을"…약속 지킨 여자 복싱 임애지

▲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임애지와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와 대결

한국 복싱 역사상 최초의 여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임애지(25·화순군청)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순철(39) 한국 복싱 대표팀 코치입니다.

한 코치는 임애지가 1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 진출로 동메달을 확보하기 전까지 한국 복싱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리스트였습니다.

한 코치는 2012 런던 올림픽 복싱 남자 60㎏급에서 결승까지 올랐으나 바실리 로마첸코에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임애지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한순철 코치님이 우리 여자 복싱 선수들을 정말 많이 봐주신 분이다. 한 코치님이 '너희는 나처럼 실패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우리는 '은메달도 멋지다'고 말했다. 우리한테 금메달 만들어주고 싶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금메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임애지는 한 코치와 약속을 지킨 자랑스러운 제자가 됐습니다.

임애지는 이날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4㎏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로 판정승했습니다.

한 코치의 은메달 획득 이후 한국 복싱은 올림픽에서 쓴 잔만 들이켰습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사상 최초로 한 명도 출전권을 얻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다가 함상명이 극적으로 출전했습니다.

함상명은 32강전 첫판은 승리했으나 16강전에서 장자웨이(중국)에게 패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임애지와 오연지(33·울산광역시청) 두 명이 출전했지만, 두 선수 모두 첫판에서 패해 일찍 짐을 쌌습니다.

계속해서 내리막을 타던 한국 복싱의 추락에 임애지가 제동을 걸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소중한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임애지의 이번 올림픽 목표는 '연지 언니와 함께 메달 따고 올림픽 즐기기'였습니다.

임애지는 "도쿄 올림픽 때는 '내 인생에 딱 한 번만 있을 경기'라고 생각했다면, 파리에서는 '내 인생에 언제 올지 모르는 축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애지가 언제나 의지하는 오연지는 이번 대회 32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경기가 있을 때마다 든든한 응원을 받고 사각 링에 올랐습니다.

임애지가 파리에서 진짜 축제를 즐기려면, 아직 많게는 두 경기가 남았습니다.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34분에는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티켓을 놓고 대결합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8일에는 꿈에 그리던 프랑스 테니스의 성지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결승 경기를 치를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