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황소처럼 달려든 상대…임애지 "사실은 너무 무서웠어요"

유영규 기자 2024. 8. 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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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싱 여자 54㎏급 준준결승에서 한국의 임애지와 콜롬비아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한 임애지(25·화순군청)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진입할 때부터 이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륜기 모양의 안경을 쓰고 한껏 뽐낸 임애지는 "제가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습니다.

임애지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로 판정승했습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준결승에만 올라가도 동메달을 확보합니다.

판정 결과만 보더라도 임애지는 쉽지 않은 경기를 했습니다.

임애지에게 경기 소감을 묻자 처음 나온 말은 "사실은 너무 무서웠어요"였습니다.

임애지는 스텝을 통해 상대와 간격을 유지하는 아웃복서이며, 카스타네다는 전형적인 인파이터입니다.

링에 올라갈 때부터 누구 한 사람은 쓰러져야 경기가 끝날 것 같다는 표정을 보였던 카스타네다는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말 그대로 돌격했습니다.

임애지는 "상대가 원래 파워풀한 선수다. 전략을 많이 세웠는데, 내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공적으로 상대 공격을 흘려보내) 엇박자가 나오는 게 정말 즐겁다. 그럴 때는 내 페이스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워낙 치열한 경기라 임애지는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내가 조금 더 정확하게 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끝까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면서 "경기 중에는 (코치) 선생님들이 말씀 안 해주셔서 표정을 본다. 선생님들 표정도 긴가민가해서 '내가 확실하게 해야 하겠구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임애지는 이날 경기로 2012 런던 올림픽 한순철(은메달) 이후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메달을 안겼습니다.

동시에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임애지는 "제가 여자 복싱 최초로 유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땄었다. 그때 최초라는 말을 들어서 무척 뜻깊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여자 최초 타이틀이 더 뜻깊다"고 했습니다.

임애지는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모두 첫판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선생님이 도쿄 대회 끝나고 '파리 올림픽 3년 남았다'고 하셔서 그 말에 힘이 쭉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했나 싶다"고 감회에 젖었습니다.

또한 "도쿄 때는 대학생, 항저우에서는 (실업팀에 들어가서)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해 같은 직장인인 기자들을 웃게 했습니다.

임애지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티켓을 놓고 대결합니다.

임애지는 "선생님들이 (8강 경기를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는 '(금메달 따게) 세 번 이길 거예요'라고 말했다. 결승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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