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제지 욕설 방송 을왕리 해수욕장…1년 지났지만 '폭죽' 여전

유영규 기자 2024. 8. 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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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죽 앞에 서 있는 피서객

작년 여름 해수욕장 민간 관리원이 폭죽을 터뜨리는 피서객에게 욕설을 섞어 경고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낳았던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한밤에도 3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31일 오후 9시 을왕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잔잔한 파도 소리와 여유로운 밤바다 정취를 즐길 겨를도 없이 사방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에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단체 관광객 20여 명은 바닥에 수십 개의 폭죽을 줄지어 깔아놓고 심지에 불을 지폈습니다.

주변으로 불꽃이 퍼지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각자 한 손에 연발 폭죽을 들고 하늘에 쏘아댔고 모래사장은 희뿌연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돗자리를 펴고 휴가를 즐기던 피서객들은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연이어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최 모(48·여)씨는 "바다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이쪽으로 계속 폭죽을 날려 두 시간 동안 네 번이나 자리를 옮겼다"며 "해수욕장에서 불꽃놀이는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수도권 최대 해수욕장 중 하나인 을왕리해수욕장은 매년 과도한 폭죽놀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해수욕장 한 민간 관리원이 경고 방송에서 "지금이 자정이다. 좀 말을 들어 X먹어라 X발 XX들아"라며 폭죽놀이를 제지했습니다.

당시 중구는 관리원에게 단속 시 언행을 조심해 달라고 경고했지만 해당 영상에는 직원을 옹호하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폭죽 때문에 위험한 장면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 남성은 하늘을 향해 쏘던 폭죽을 앞쪽에 있는 친구 쪽으로 겨누었고, '펑' 소리에 깜짝 놀란 친구는 왼쪽 다리를 들고 몸을 수그렸습니다.

친구들끼리 총을 쏘듯 서로 폭죽을 맞히며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습니다.

폭죽을 땅바닥에 쏘며 지나가는 피서객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해수욕장 주변 전광판에서는 '불꽃놀이, 버스킹 금지'라는 경고 문구가 나왔지만 무용지물입니다.

해변에서 3시간 가까이 머무는 동안 폭죽은 끊임없이 터졌고 이를 제지하는 단속 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수욕장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이 같은 폭죽 사용은 금지돼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인근에서 조개구이를 판매하는 사장은 "불꽃놀이 연기 때문에 영업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주말에는 불꽃놀이를 하는 인원이 더 많아 해수욕장이 아니라 화재 현장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식당 사장은 "비성수기인 6월까지만 해도 단속 요원들이 보였는데 요즘은 전혀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지자체에서 왜 불법 행위를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습니다.

또 인근 상점에서 폭죽을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다 보니 해변 불꽃놀이를 근절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근에서 폭죽을 파는 한 상인은 "피서객들이 저녁에 마땅한 놀거리도 없고 주변에서 팔아서 어쩔 수 없이 가져다 놓는다"면서도 "손님들에게는 항상 안전에 유의해 사용하라고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시 중구는 성수기인 7∼8월 해수욕장번영회 측에 종합적인 관리를 위탁했을 뿐,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별도 단속 요원을 배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영회 관계자가 가끔 단속하거나 민원 신고를 받은 소방과 경찰이 출동해도 계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구 관계자는 "수상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매일 2명씩 파견을 나가고 있어 야간에는 당장 추가 인력 투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탁업체에 관리를 더 신경 써줄 것을 주문하고 예산을 늘리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촬영 황정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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