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크래시〉 〈나는 솔로〉의 공통점은? ENA 대표에게 묻다

차형석 기자 2024. 8. 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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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크래시〉까지 성공시켰다. 예능 프로그램 공모에 500편가량이 접수되기도 했다. 바뀐 방송 환경이 ENA에게 기회가 됐다.
채널 ENA를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TV의 김호상 대표는 KBS PD 출신이다.ⓒ시사IN 신선영

지난 6월18일 종영한 드라마 〈크래시〉는 전국 시청률 6.6%를 기록하며 호평받았다(닐슨코리아 조사). 〈크래시〉의 히트로 2022년에 방송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다시 회자되었다. 둘 다 ENA에서 방송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ENA는 KT 계열이다. KT에 속한 KT스카이라이프와 KT스튜디오지니가 ‘스카이라이프TV’의 지분을 각각 62.69%, 37.31% 갖고 있는데, 이 스카이라이프TV가 ENA 등 11개 채널을 운영한다. ENA라는 채널명으로 리브랜딩한 것은 2022년 4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E와 ‘DNA’의 NA를 합한 이름이다. 드라마 〈우영우〉 방송을 앞둔 시기였다. 드라마와 예능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으로 채널명을 바꾸었다.

김호상 스카이라이프TV 대표(55)는 예능 PD 출신이다. 2023년 12월에 대표로 취임했다. 그전까지 그는 30년 가까이 KBS에서 일하며 예능센터장, KBS 울산방송국장을 맡았다. 2020년 한가위 때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쇼를 제작·총괄하기도 했다. 7월10일 김호상 대표를 만났다. 이야기는 드라마와 예능, 방송 환경의 변화 등을 오갔다.

<크래시>는 ENA의 드라마 히트작이다. ⓒENA 제공

드라마 〈크래시〉의 반응이 좋았다.

〈우영우〉(최고 시청률 17.5%) 이후 두 번째 드라마 히트작으로 내부적으로 고무돼 있다. 8월에 손현주·김명민 배우가 출연하는 〈유어 아너〉도 방영 예정이다. 두 배우의 연기력과 작품 완성도가 뛰어나 기대하고 있다. ENA로 리브랜딩한 지 2년이 되었는데, 〈우영우〉 효과가 컸다. 1등 공신이다. 〈우영우〉로 큰 브랜딩 효과를 봤고,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를 잘하는 채널이구나’ 하고 배우들에게 각인되는 효과도 있었다.

OTT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많고, 채널 번호가 통일돼 있지 않아서인지 〈크래시〉가 ENA 드라마인 줄 모르는 경우가 꽤 있다.

채널 번호 문제는 여기 와서 처음 경험한다. KBS는 7번, 9번으로 익숙했는데, ENA는 유료방송마다 1번, 24번, 72번 등으로 번호 통일이 안 되어 있다.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2023년 하반기 기준으로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명. 이 가운데 ENA가 1번을 차지하고 있는 KT IPTV·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HCN의 가입자는 약 35%인 1304만명이다. 나머지 유료방송에서 ENA 채널은 다른 번호에 위치해 있다). ENA의 채널 경쟁력이 올라가면 방송사업자들도 앞 번호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텐데, 다른 채널 번호와 복잡한 함수관계로 묶여 있어 해결이 쉽지는 않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 채널 번호를 통일하는 것. 이게 큰 숙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제공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드라마와 예능에 차이가 있나?

드라마 제작비가 예능의 열 배가 넘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 등 OTT 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비가 많이 올랐다. 방송사마다 드라마 제작비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ENA 드라마가 14편이었다. 아마 tvN·JTBC·ENA가 드라마 ‘빅3’일 거다. 올해는 드라마 편수를 7편으로 줄였다. 드라마 편수 감소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드라마와 예능은 ENA의 양날개다. 군대에 비유하면 기병(드라마)과 보병(예능)이랄까. 개척은 기병이 하고, 보병은 지킨다. 〈우영우〉처럼 터지면 드라마는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예능에는 꾸준함이 있다. 드라마는 16부작이면 끝나는데, (ENA와 SBS플러스에서 방송되는) 〈나는 솔로〉는 지금 3년째 이어지고 있다. 〈1박2일〉은 20년째 하고 있다. 예능을 기본으로 깔면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드라마는 한 번씩 ‘포텐이 터져야’ 한다.

예능 PD 출신인데, 예능을 강화할 계획인가?

예능을 만드는 콘텐츠 제작센터를 직할로 두고 있다. 아무래도 제작 출신이다 보니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올해 1월에 외부 프로덕션을 대상으로 예능 프로그램 공모를 했다. 500편가량 제안받았다.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 거다. 다른 방송사로부터도 공동제작 요청을 꽤 받았다. ENA 위상이 높아졌고,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게 업계에 알려졌다. 하반기에 지상파·종편·케이블 통틀어 신작 예능 물량은 우리가 가장 많을 거라고 본다.

다른 방송사들이 왜 ENA에게 ‘공동 작업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생각하나?

‘중립국’ 스위스와 비슷한 위치다(웃음). 공중파도 아니고, 종편도 아니고. 공중파 입장에서는 종편과 손잡기 애매하고, 종편도 사정이 비슷하고. ENA는 색깔이 옅은 중립지대에 있는 느낌이니까 협력하는 걸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예전 공중파에 있을 때는 경쟁사와 협업할 일이 없었다. 그때와는 방송사 환경이 변했다. 방송사가 큰 몸집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기가 왔고, 그러다 보니 스튜디오 시스템을 분사한다. 분사한 회사는 기존 채널만 상대해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 각자도생 전략을 짠다고 할까. 외부 채널에도 공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솔로>는 ENA와 SBS플러스에서 동시에 방송된다. ⓒENA 제공

‘콘텐츠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으로 접어들어 무한경쟁시대가 됐다.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방송광고 시장의 변화가 크다. 2023년에 전년 대비해 크게 하락했다(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방송광고는 3조31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100억원 감소했다). 올해는 8~10% 하락할 거라고 예상한다. 방송업자들은 그대로 있거나 늘어나는데 파이가 줄어든다. 재원이 줄어들 때일수록 광고주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채널 상위권에 들어가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콘텐츠에 집중해 채널 인지도·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드라마의 경우, 사실 우리 IP가 없다. 스튜디오지니가 제작·유통 전체를 총괄하고 우리는 구매·편성하는 단계다. 그에 비해 예능은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다 할 수 있다. 우리만의 IP가 절실하다. 하반기에 들어가는 몇몇 예능은 IP를 확보해 판매·유통 등을 할 수 있다.

목표가 있다면?

ENA는 잠재력이 큰 채널이다. 지금도 다른 채널은 광고든 시청률이든 다 내려가고 있는데, 우리 채널은 계속 상승 중이다. 수도권 20~49세 연령대 시청률을 메인 지표로 삼는다. 그 수치가 광고 집행의 지표가 된다. 공중파 4개 채널과 tvN, JTBC를 현재 ‘빅 6’로 본다. 지금 분위기를 살려서 3년 내에 ‘톱 세븐(top 7)’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올해 4~6월 〈크래시〉 〈지구마불 세계여행2〉 〈나는 솔로〉 등을 통해 우리 채널이 평균 7~8위를 했다. ‘톱 세븐’이 그렇게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 결국 시작은 콘텐츠다. 좋은 콘텐츠, 핵심 콘텐츠가 이렇게 하나씩 나오는 게 중요하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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