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닥치자 ‘주유소 지도’ 만들어…‘커뮤니티 매핑’의 힘 [사람IN]

나경희 기자 2024. 8. 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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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저지주를 강타했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58·미국 메해리 의과대학 부교수)는 지역 내 고등학생들과 함께 '주유소 지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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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미국 메해리 의과대학 부교수)가 저서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매핑〉 등을 들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2012년 10월 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저지주를 강타했다. 생존 필수품이 된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이 뒤엉켰다.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58·미국 메해리 의과대학 부교수)는 지역 내 고등학생들과 함께 ‘주유소 지도’를 만들었다. 주유소에 전화를 걸어 현재 기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기다리는 사람은 몇 명이며 언제 다시 기름을 들여올 계획인지 등을 확인한 뒤 노트북으로 지도에 표시했다. 뉴욕시는 물론 미국 연방재난관리국, 백악관 등에서도 이 지도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북대서양에 상륙한 사상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에 맞선 건 거대한 정부나 기관이 아니라, 한 사람이 지닌 휴대전화와 노트북이었다.

임완수 대표는 한국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미국에서 ‘지리정보’라는 개념이 막 싹트기 시작할 때였다. 1989년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시스템)를 처음 접한 임 대표는 위치 정보와 또 다른 정보가 교차하면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로는 누구든 자신의 위치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 혼자서 몇천 번 실험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몇천 명이 한 번씩만 위치 정보를 공유해도 엄청난 발견이 이루어진다.” 시민들이 쉽고 빠르게 공동체 지도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매플러(mappler)’라는 툴을 만들었다. 한때 미국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300여 곳이 매플러를 활용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한국에 커뮤니티매핑센터(cmckorea.org)를 만들었다. 1년에 열 번 이상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이 시작됐다. 커뮤니티매핑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보람도 있었다. “배리어프리 지도를 만드는 학생들은 어딜 가나 출입문에 턱이 있는지부터 유심히 보게 된다. 처음에는 데이터로만 접근하던 사람들이 점차 진심으로 자신의 마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생각하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여기 보도블록 깨졌어요’라고 위치를 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보수공사가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작은 변화일지라도 내 손으로 직접 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은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커뮤니티매핑은 ‘일상 속에 스며든 자연스러운 행위’다. 평소 바로바로 사진을 찍고 위치를 공유하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이벤트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커뮤니티매핑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리빙박스’라는 앱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한여름 폭우를 대비해 배수구에 쌓인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는 커뮤니티부터 한겨울 우리 동네 붕어빵집 위치를 알려주는 커뮤니티까지, 사시사철 ‘일상 속’ 커뮤니티매핑에 참여할 수 있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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