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왜 서울에서만 해요? [찾아가는 독자위원회]

울산·장일호 기자 2024. 8. 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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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기다리지 말고, 독자가 있는 곳으로 〈시사IN〉이 직접 가면 어떨까. 〈시사IN〉 편집국은 독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지역의 동네서점을 찾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임나나 양은 울산시 남구 옥동 골목에 자리 잡은 동네서점 책빵자크르의 가장 어린 단골손님이다. 하라경·박진향 대표는 나나 양을 위해 어린이용 그림책을 서점에 들이기 시작했다. 7월5일 오후에도 나나 양은 책빵자크르를 찾았다. 마침 하라경 대표가 저녁에 열릴 행사 안내문을 쓰던 중이었다. 하 대표가 나나 양에게 안내문을 내밀며 “여기에 그림을 그려줄 수 있을까?” 물었다. 나나 양은 무슨 행사인지 묻고 잠시 망설이더니 커다란 번개 하나를 쓱쓱 그려놓고 귀가했다.

나나 양은 모임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시사IN〉을 손에 쥔 사람들이 하나둘 책빵자크르에 모였다. ‘〈시사IN〉 찾아가는 독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따지자면 ‘번개’였다. 고민경, 김수연, 박승아, 박조건형, 박진향, 안형국, 양시내, 이진혜, 임윤미, 정점순, 정한신, 하라경, 홍채은씨(가나다순)가 큰 탁자에 둘러앉자 이내 왁자해졌다. 부울경 지역을 중심으로 〈시사IN〉 읽기 모임을 해왔던 ‘일상학교’ 멤버들은 물론이고 이번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새로 정기구독을 한 독자(임윤미씨)도 있었다. “정치나 사회 이슈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이 너무 없어서 늘 답답한 마음이 있던 차에 모임 소식을 보고 반가웠다”라는 독자(양시내씨)도 참여했다.

밤 10시가 훌쩍 넘어 끝난 독자위원회 회의는 박조건형씨가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모임 후 박조씨는 〈시사IN〉 정기 구독을 신청했다. “사실 시사 잡지를 읽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내 관심사 위주로 기사를 읽어왔는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뉴스를 균형 있게 소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7월5일 저녁 7시, 울산시 책빵자크르에서 <시사IN> 독자모임이 열렸다. ⓒ시사IN 박미소

그동안 독자위원회는 서울에 있는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리곤 했다. 수도권 중심으로 참여가 쏠릴 수밖에 없었고, 먼 지역에서 온 독자들에게 고마움과 죄송함이 쌓여갔다. ‘독자를 오라고 하지 말고, 독자가 있는 곳으로 우리가 찾아갈 수는 없을까?‘ 머리를 맞대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시사IN〉을 비롯한 여러 ‘책‘과 '글’을 매개로 사람이 모이고, 동네마다 뿌리내려 ’읽기 문화’의 작은 생태계를 부단히 만들어나가고 있는 곳이 이미 지역 곳곳에 있었다. 바로 동네서점이다. 7월 책빵자크르를 필두로 매달 한 번씩 전국 동네서점에서 진행될 ‘〈시사IN〉 찾아가는 독자위원회’는 〈시사IN〉 편집국이 독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시작했다.

7월5일 책빵자크르에서는 제872호(청소년 도박 권하는 사회)부터 제875호(감세의 유혹)까지, 6월 한 달간 발행된 〈시사IN〉을 중심으로 이야기 나눴다. 전체 리뷰가 끝난 후에는 ‘울산 책빵자크르가 꼽은 6월의 기사’를 선정하고, 이 기사를 선정한 이유를 담아 롤링 페이퍼를 작성했다. 기사 비평 외에도 다양하고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다. 초상권 허락은 어떻게 구하는지, 기사 속 핵심 관계자와 관계자의 차이는 무엇인지, 왜 취재원의 실명을 쓰지 않는지,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는(뉴스IN 말말말·뉴스 콕 등) 누가 쓰는지, 신간 소개는 완독 후 쓰는지, 지면에 광고가 많이 없는 것 같은데 재정 상태는 괜찮은지…. 〈시사IN〉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내 울산 지역 현안과 고민으로도 번졌다.

■ 제872호 청소년 도박 권하는 사회
읽는 당신의 자존심

제872호부터 소소한 개편이 있었다. 구독 및 후원, 자원재생 안내 문구 등을 한쪽에 모아 정리하고(4쪽) 퀴즈를 맨 뒤쪽에 옮겨 배치했다(72쪽). ‘말말말’은 ‘뉴스IN 말말말’로 바꿔 〈시사IN〉 유튜브 방송 내용을 반영했고, ‘기자들의 시선’은 ‘뉴스 콕’으로 변경해 주요 현안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훨씬 정돈되었다”라는 호평 일색이었다. 하라경 대표는 4쪽 구독 안내 지면에 적힌 글을 한번 읽어보게 됐다고 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힘,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힘, 〈시사IN〉으로 생각을 키워보세요. 생각이 연결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소개가 정말 좋다. ‘읽는 당신의 자존심’이라는 말도 오랜 독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중학생 자녀를 두었다는 정한신씨는 나경희 기자의 커버스토리 ‘청소년 도박 권하는 사회’를 6월의 최고 기사로 꼽았다. “온라인 불법도박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은 물론 ‘대포통장부터 잡아야 한다’라는 대안까지 잘 제시되어 있다”라는 이유에서다. 박진향씨도 계속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사를 읽었다고 한다. “(온라인 불법도박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구조를 정부가 고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교사인 고민경씨는 2000년대 초반 남자고등학교에 근무할 당시 학생들 사이에 스포츠토토가 유행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실물 복권이라도 있어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불법도박이 이뤄지다 보니 문제를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박조건형씨는 이하진 작가의 〈도박 중독자의 가족〉(열린책들, 2022)을 함께 읽어봄직한 책으로 추천했다.

■ 제873호 위험한 전세, 실패한 정치
울산에도 ‘수리할 권리’가 필요해

신선영 기자가 찍고 쓴 포토IN ‘금손도 똥손도 수리할 권리’ 기사를 보고 울산 독자위원회에서 부러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왜 이런 활동은 서울에만 있을까?’ ‘우리 지역에서도 할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고민경씨는 “(우산 등을) 고쳐 쓰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이런 사업은 지자체가 자체 사업으로 받아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울산에서도 ‘수리할 권리’를 누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라경 대표는 〈시사IN〉이 기후위기 문제를 매번 잘 다뤄주어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기후위기 ‘의제화’에 좀 더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외국에서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어서 ‘지구 과열’ 같은 단어를 쓰기도 한다더라. 언론에서 이런 표현들을 발굴해 써주는 것도 경각심 제고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논의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진혜씨는 “개인에게 위기감과 공포심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먼저 해결되거나 바뀌어야 할 부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양시내씨는 “그럼에도 개인의 실천이 담보되어야 그것이 압력이 되어서 정부와 기업의 변화도 이끌 수 있다”라고 논의를 이어갔다.

‘전세 정치’를 다룬 커버스토리 기사는 ‘어렵다’라는 아우성 속에서 “그래서 두 번 세 번 읽었다”(홍채은)라는 평가도 있었다. 임윤미씨는 “주간지의 좋은 점이 신문이나 온라인 기사보다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신문 기사 사이의 공백을 채워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임씨는 “학습지처럼 쌓이는 게 고민이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7월5일 책빵자크르에서 열린 <시사IN> 독자모임 참석자가 ‘6월의 기사’를 꼽고 그 이유를 적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 제874호 발신자 윤석열
책빵자크르가 꼽은 6월 최고의 기사는?

‘울산 책빵자크르가 꼽은 6월의 기사’는 최종적으로 전혜원·이은기·주하은 기자가 함께 쓴 제874호 커버스토리 ‘발신자 윤석열’로 선정됐다. 모인 사람들의 질문은 한 방향으로 향했다. ‘대통령은 왜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는가?’ 정한신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채 상병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이 부분에서 막힌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과 지위를 넘어서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박조건형씨 역시 집요한 보도를 부탁했다. “한 명의 죽음이지만, 한 명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군 전체의 사기와도 연결돼 있다.” 또 다른 군내 사망사고를 다룬 ‘3.8일에 한 명꼴로 군인이 죽는다(나경희 기자)’ 기사도 커버스토리 기사와 흐름이 이어져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해 석유 시추 계획을 검증한 단독 보도(주하은 기자)에 대한 격려만큼이나, 숙제도 던져주었다. “‘석유를 파서 나오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전제가 있는 것 같다. 애초에 파면 안 된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계속 석유를 자원으로 써야 하나? 〈시사IN〉이 이러한 질문을 던져주면 좋겠다(하라경).” 제874호에 새로 시작된 ‘임보 일기’를 비롯해 ‘물리학자 김상욱의 격물치지’ 연재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박승아씨는 “임보라고 할 때 동물만 생각하는 데 인간도 ‘임시적 존재‘라는 연재 소개 글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평했고, 임윤미씨는 “격물치지 지면이 쉽고 유익해서 기다리게 된다. 생각의 확장을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이진혜씨는 〈시사IN〉이 도착하면 “역사와 세계사에 두루두루 내공이 뛰어난 굽시니스트 만화를 제일 먼저 본다”라며 ‘굽 작가’의 울산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875호 감세의 유혹
사진 지면 읽는 법 알려드립니다

커버 이미지가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나올 때 확실히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전혜원 기자의 정책 기사를 좋아한다는 안형국씨는 “이종태·김동인 기사가 함께 쓴 커버스토리 기사는 제871호 전혜원 기사의 ‘제대로 알아야 할 중산층 정치학’ 기사와 함께 읽으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라며 다른 독자들에게 관련 기사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사진 지면이 늘어난 것에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안을 담는 ‘포토IN’,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모아 구성하는 ‘시선’, 취재 현장의 B컷을 보여주는 ‘사진의 조각' 코너들이 종이 잡지를 읽는 이유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온라인상으로 기사를 볼 때는 사진 크기나 형식이 모두 같지만, 종이 잡지에서는 ‘편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석한 박미소 사진기자는 사진 지면 읽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사진 지면을 구성할 때는 전시회를 한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고른다.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나 의도가 가장 큰 사진에 담긴다. 사진기자마다 다 포인트가 다른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유심히 보면 직관적인 사진을 선호하는 기자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을 선호하는 기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 남구 옥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책빵자크르. ⓒ시사IN 박미소

〈시사IN〉은 ‘찾아가는 독자위원회’의 모임 형식 및 독자 모집을 동네서점에 일임했다. 8월에는 전남 순천시의 서성이다(인스타그램 @walking_with_book 061-751-1237), 9월에는 대전 바베트의 만찬(@babette_bookstore 0507-1474-0121), 10월에는 경북 경주시 너른벽(@neoreunbyeok_bookshop)에서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독자는 개별 서점에 문의하면 된다. 〈시사IN〉 독자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동네서점의 문의도 환영한다(문의: ilhostyle@sisain.co.kr).

울산·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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