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삭제 비용, 성범죄자 대신 정부가 100% 내고 있다…왜?

권신혁 기자 2024. 8. 2. 0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00만건에 가까운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에 드는 비용 전부를 가해자 대신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정부는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에 지출한 비용에 대해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청구하지 못한 것이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에 따르면 국가가 불법촬영물 등 삭제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현행법상 가해자에 구상권 청구 가능
삭제지원 5년간 8배↑…지금까지 청구사례 '0'
"법적 근거 없기 때문…가해자 정보 요청 못해"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의 모습. 2022.01.1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100만건에 가까운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에 드는 비용 전부를 가해자 대신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정부는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에 지출한 비용에 대해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청구하지 못한 것이다.

2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물 삭제를 담당하는 디지털성범자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설립연도인 2018년 4월30일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구상권 청구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성센터는 설립 이후 5년 간 총 91만1560건의 삭제지원을 진행했다.

지난해 24만5416건으로, 2018년 2만8879건에 비해 약 8배 증가했다. 설치연도임을 고려해 2020년(15만8760건)과 비교하면 약 1.5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같이 여가부의 불법촬영물 삭제지원이 꾸준히 활성화 되고 있는 만큼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불법촬영물을 찾아 삭제하기까지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수기가 아닌 자동으로 영상을 찾아내는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고, 발견한 뒤엔 해당 영상이 올라온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한다. 해외로 퍼진 불법촬영물도 문제다. 국제 공조를 통해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에 신보라 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지난 6월 열린 디성센터 프레스투어에서 "여가부를 통해 기재부에 내년도 예산을 30억원까지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7조의3에 따르면 국가가 불법촬영물 등 삭제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출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가해자는 사람의 얼굴, 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배포하거나 이를 이용해 협박하는 등의 죄를 범한 사람들이다.

전 의원은 이를 두고 "그동안 정부가 약 100만건에 달하는 삭제지원 비용을 성범죄자 대신 지출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구상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엔 구상권 행사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구상권 행사에 필요한 가해자의 개인정보 등을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지난 20대,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는 됐으나 기한 만료로 폐기됐다.

여가부 측도 구상권이 행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구상권을 실제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범죄 경력,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수사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거를 담은 개정안이 발의는 됐으나 가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재유포 협박을 당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이 삭제지원을 요청하는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2차 피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