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노쇼는 추억" K리그 올스타전 혁명, 변화의 끝은 경쟁력…손흥민→양민혁, 결국 스포츠의 본질

김성원 2024. 8.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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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이 팀 K리그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양민혁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한때 '운동회'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프타임에는 '운동회의 백미'인 이어달리기를 했다. 우리끼리 편을 갈라서 경기를 하다보니 설렁설렁, 그저 재미있는 상황만 연출하려는 폐단이 있었다. 스포츠의 본질은 잊혀지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만 난무했다. 즐거움도, 감동도 없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방한 때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로 큰 낭패를 봤다. 수시로 바뀌는 K리그 올스타전의 포맷에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느덧 추억의 이야기가 됐다. 이제 '환골탈태'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K리그는 올스타전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꿈꿨다. 결국 유럽 정상급 팀들을 불러 대항전 성격의 매치업을 구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준급 팀들이 아니면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상 정상급 팀들을 부르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유벤투스 때처럼 투자를 하겠다는 매치 프로모터에 의존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의 선택은 '쿠팡'이었다. 2022년 쿠팡이라는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았다. 쿠팡플레이시리즈로 발전한 올스타전은 명실상부, 한 여름밤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팀 K리그는 202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지난해 스페인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어 31일 또 한번 손흥민의 토트넘과 격돌했다. '6만 관중'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기승을 부리는 '열대야'에도 '매진'은 일상이 됐다. K리그도, 토트넘도, 6만 관중도 황홀한 밤을 보냈다.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일류첸코가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일류첸코가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베스트 11.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쿠팡은 올해 토트넘과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을 초대했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시리즈 두번째 경기를 갖는다. 사실 이 팀들을 초청하는 데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 TV 중계권과 외부 후원 광고를 판매하지 않아 부가 수입도 없다. 입장 수입만으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사업적으로는 적자다. 그러나 쿠팡은 메가 콘텐츠의 독점 중계를 통해 쿠팡플레이를 홍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회원 증가를 목적으로 하기에 긴 안목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K리그와 쿠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K리그는 물론 한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했다. 해외 유명팀들과의 경기가 전 세계로 중계되면서 K리그도 '핫 리그'가 됐다. 팀 K리그는 유럽 진출의 등용문으로 떠올랐다. 2022년에는 강원FC의 양현준과 성남FC 김지수가 빛났다. 김지수는 지난해 여름 브렌트포드, 양현준은 셀틱으로 이적했다. 2023년의 주인공은 배준호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은 "33번 선수(배준호)가 눈에 띄었다. 수비 사이를 뚫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고, 그는 스토크시티에 둥지를 틀었다.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양민혁과 토트넘 손흥민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토트넘 손흥민이 추가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 K리그 윤도영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올해는 토트넘으로 이적한 2006년생 '고등윙어' 양민혁 덕에 동갑내기 윤도영(대전) 등이 주목받았다.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토트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팀 K리그를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로 인정했다. 자연스럽게 K리거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단지 팬서비스 차원에서 억지로 참가하는 올스타전에서 인식 전환이 이루어졌다. 토트넘과 팀 K리그 대결에서 무려 7골(토트넘 4대3 승)이 터진 것이 방증한다. 경기 자체의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친선경기에도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가 이어진다.

다만 미래는 또 다른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동아시아 프리시즌 투어의 대세는 한국과 일본을 패키지로 묶는 것이다. 올해 토트넘이 그랬다. 그러나 J리그가 2026년부터 추춘제로 전환한다. 7월 새 시즌을 앞두고 이벤트 매치를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K리그도 추춘제를 검토하는 단계지만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 국제 축구리그 시계 등을 고려했을 때 추춘제의 필요성은 늘어가고 있다. 추춘제로 전환하면 이런 형태의 올스타전은 또 한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신영록, 유연수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팀K리그 선수들이 시축하는 신영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2024.07.31/

그래도 K리그의 변화는 박수받을 만 하다. 이번 쿠팡플레이시리즈 첫 경기에는 '특별한 연출'도 돋보였다. K리그 경기 도중 심장이 멈춘 신영록과 음주운전 차량에 하반신이 마빈된 유연수가 등장했다. 스트라이커 신영록은 PK 시축을 했고, 휠체어를 탄 골키퍼 유연수가 골문을 지켰다.

K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 OTT 독점중계, 파니니 카드 성공, eK리그 출범에 이어 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로 신기원을 이루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경우 일 매출 1억원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스타전이 바로 성공적 변화의 씨앗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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