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리” 대신 “나이스 샷~” 경로당, 똑똑하게 변신 중
스크린 파크골프·화상회의·키오스크 교육 시설 등 인기
“아이구 똑바로 잘 치시네. 더 세게 한번 쳐봐요.”
여름철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달 26일 오후 대전 동구 용운동 용수골 경로당에서 어르신 3명이 스크린 파크골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거니받거니 훈수를 두고, 퍼팅에 성공하면 박수도 쳐주며 파크골프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이용선씨(83)는 “예전에는 경로당에 와도 무료했는데, 이제는 여럿이 함께 즐기고 운동도 할 수 있으니 경로당이 천국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 경로당에는 특별한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노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파크골프장은 단연 인기 만점 시설이다. 영화 관람 등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과 정보통신·무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익힐 수 있는 체험·교육 시설도 눈길을 끈다. 경로당 안 북카페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북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정순씨(64)는 “경로당 하면 노인들이 모여 화투를 치거나 바둑·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려 다른 동네에서도 노인들이 찾아오고, 북카페에는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젊은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경로당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고령 인구 증가에 발맞춰 경로당을 노인들에게 다양한 여가·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헬스케어나 여가·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경로당’을 지역마다 앞다퉈 조성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 유성구는 2016년부터 진행해 온 스마트 경로당 조성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120개 경로당에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여가문화 프로그램과 오락 콘텐츠, 복지상담 등 노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온라인 퀴즈대회나 노래자랑도 연다.
유성구 관계자는 “경제·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가 고령 인구가 되면서 노인 복지 욕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며 “스마트 경로당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능동적인 행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고령 인구와 노인 복지 수요 증가가 경로당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형태의 스마트 경로당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스마트 경로당 10곳을 조성해 노인들에게 지능형 건강관리와 화상 플랫폼을 활용한 여가복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25곳을 추가 구축한다. 경남 함안군도 지난해 스마트 경로당 11곳을 조성해 스마트TV 등을 활용한 여가·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해시도 올해 스마트 경로당 36곳을 구축했다.
권오균 대한노인회 대전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욕구도 다양해지는 만큼 경로당도 과거처럼 사랑방 같은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노인들의 사회 변화 적응을 돕고 다양한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 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예산과 지원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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