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D등급 'HUG', 부실 사업장 공매도 잇단 유찰

김성아 기자 2024. 8. 2.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매 사업장 9곳 중 6곳 8번 입찰에도 최종 실패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22년부터 극심한 수익성 저하를 겪고 있는 가운데 HUG가 시행하는 임대보증금 보증 사업장 공매가 거듭 유찰됐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이 건설 경기 침제로 공사가 중단된 모습. /사진=뉴스1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사고와 대위변제 급증으로 2022년부터 수익성 약화를 겪으면서 올해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면치 못했다. HUG가 시행하는 임대보증금보증보험의 부실과 사업장 공매가 유찰되며 재무 건정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HUG가 공매를 진행한 사업장들 일부는 유찰이 반복돼 최저 입찰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HUG는 보증 약관에 따라 실행 공정률이 예상 공정률보다 25%p(포인트) 이상 부족한 경우 보증을 진행한다. 조건을 충족한 사업장의 경우 보증금 반환을 대위변제해야 한다. 하지만 대위변제 사업장이 계속 유찰되면 채권 회수가 어려워져 HUG의 재정 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보증사고 사업장 5월 기준 11곳, 공매 등장 위험 커져


HUG는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보증업무와 정책을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수년째 반복된 전세사기 피해로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올들어 6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6059억원, 사고 건수는 1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액은 전년 동기(1조8525억원) 대비 43.5% 증가했다. 사고 건수 역시 같은 기간(8156건) 50.2% 늘어났다. 월 3000억원 이상 보증사고액을 기록하고 있어 올해 연간 보증사고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조3347억원)를 넘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위변제 증가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도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HUG는 올해까지 2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았다. 당기순손실이 4087억원에서 3조8598억원으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35.4%에서 116.9%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HUG가 공매로 내놓은 사업장의 유찰로 HUG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HUG가 공매 공고를 낸 아파트 신축 사업장은 총 9곳이다.

이 중 6곳은 올 들어 8번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 처리됐다. 강원 삼척 마달동 '마달 더스테이'의 경우 최저 입찰가도 219억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이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HUG에 따르면 이들 사업장은 ▲강원 삼척시 ▲전북 군산시 ▲광주 동구 ▲울산 울주군 등으로 모두 지방에 위치했다. 공매 사업장의 총 대위변제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HUG 측은 전했다.

환급 이행 사업장에서 유찰이 반복되자 HUG는 지난달 광주에서 '환급사업장 매각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최종 유찰됐다. HUG 관계자는 "앞으로 매각설명회를 지속 개최하고 유찰된 사업장은 재입찰을 통해 채권 회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건설 불황이 장기화되고 건설원가가 급등해 매물에 관심을 보일 사업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HUG가 내놓은 사업장들은 모두 공사가 일정 부분 진행되다가 중단된 미준공 사업장으로 공사를 승계할 시행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산에 놓이는 건설업체가 늘고 있어 HUG의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누적 기준 부도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한 당좌거래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등록말소 된 업체 제외)는 총 21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부도 업체 수와 같다.

HUG 관계자는 "상반기 중소·중견 건설업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라 올 들어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 지난 5월 기준 11곳에 달했다"며 "지난해 총 보증사고 사업장이 14곳이었는데 급증한 규모"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대보증금보증 사업장은 HUG가 건설업체를 대신해 준공을 책임지는 구조인데 새로 인수하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며 "현재처럼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태에 시행사를 구하기가 어렵고 채권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