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가는 세상의 중심에서 “미친 X들”을 외치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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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X들'은 한국 여성 추리소설 작가 모임인 '미스 마플 클럽'에서 출간한 두 번째 앤솔로지이다.
"크레이지"를 주제로 한 이 작품집의 제목을 봤을 때, 저 엑스(X)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한 글자 단어를 넣어 읽다가 퍼뜩 놀랐다.
실제로 현실의 사건을 보고 "미친 X들"이라고 할 때는 정신질환에 대한 의학적 언급이 아니라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는 의미의 표현인 경우가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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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X들
서미애·송시우·정해연·홍선주·이은영·한새마 지음 l 안전가옥(2024)
‘미친 X들’은 한국 여성 추리소설 작가 모임인 ‘미스 마플 클럽’에서 출간한 두 번째 앤솔로지이다. “크레이지”를 주제로 한 이 작품집의 제목을 봤을 때, 저 엑스(X)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한 글자 단어를 넣어 읽다가 퍼뜩 놀랐다. 저 자리에 처음부터 한글 단어가 있었다면 소설 속 캐릭터들을 가리키려니 생각했을 텐데 검열과 미지수의 기호 X가 들어가니 내 멋대로 특정 글자를 무심결에 넣고, 그 단어가 가리키는 현실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나는 특정인 X가 없다면, 다행스럽게도 평안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리라. 하지만 불운하게도 대부분의 삶은 그렇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늘 “미친 X들!”, 혹은 “미친 X들…”이라고 중얼거리게 하는 어떤 타인, 어떤 사건이 있다.
이 앤솔로지 속 여섯 편의 범죄 소설들은 이처럼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과 연결되는 현실감이 있다. 에스엔에스(SNS)에 가명 계정을 만들고 타인의 62평 아파트 사진을 찍어 올리는 가사도우미의 욕망, 이유 없이 살해된 편의점 직원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집념, 스토커인 전 남자친구를 피해 다른 도시의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불안, 외딴섬 연애 리얼리티 쇼에서 일어난 의외의 사건에 휘말린 출연자의 초조함, 과외 앱에서 만난 사람에게 정체성을 빼앗긴 유학 준비생의 무력감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유일하게 이질적인 결의 작품은 이은영 작가의 ‘히즈 마이 블러드’이다. 이 작품은 피의 시점에서 인간을 바라본다는 판타지 설정을 취하지만, 역시 폭력의 희생자인 소녀가 겪는 트라우마를 깊게 파고드는 사회범죄학적인 시선을 공유한다.
각 작가의 개성에 따라 쓰인 단편 모음인 만큼, 이 소설들에 나오는 미친 짓을 공통으로 아우르는 설명은 없다. 실제로 현실의 사건을 보고 “미친 X들”이라고 할 때는 정신질환에 대한 의학적 언급이 아니라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의 심리를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는 의미의 표현인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비슷한 소재의 앤솔로지로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조예은 외, 앤드)도 있었다. ‘미친 X들’은 더 잔혹한 범죄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나 두 작품집이 사회에서 정의한 이상심리를 묘사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우리 가까이에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으나 그는 평범과 거리가 먼 짓을 저지른다. 질투심 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혹은 고립 때문에? 아니면 욕망 때문에? 그저 타고난 악의 때문에? 악은 늘 미지수 X와 같다. 익숙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풀기 어려운 방정식 같다.
악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대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실은 대부분의 악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있어도, 계산을 못 할 만큼 확 돌지는 않는다. 악인은 누가 나보다 약자인지 눈을 번득이면서 찾고, 그 범죄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물질적 효용을 따진다. 그럼에도 그들을 “미친 X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악의 의도를 읽는대도 보통 사람들이 따르는 합리의 영역에서 분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미쳐가는 사회에 휩쓸려가지만 악에 함몰되지 않고 제정신을 지키고 싶다. 이것이 우리가 광기에 관한 범죄 소설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박현주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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