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되돌릴 수 없는 [책&생각]

최원형 기자 2024. 8. 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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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중대뇌동맥의 폐쇄 및 협착'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관 벽 내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 통로가 좁아졌다는 겁니다.

갑자기 막혔으면 뇌졸중이 왔을 텐데, 오랜 기간 천천히 막혀서 우회 혈관들이 발달했고 그래서 별다른 증상 없이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네요.

'인체는 젠장 신비롭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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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달 상공에서 찍은 ‘지구돋이’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병원에서 ‘중대뇌동맥의 폐쇄 및 협착’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혈관 벽 내부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 통로가 좁아졌다는 겁니다. 갑자기 막혔으면 뇌졸중이 왔을 텐데, 오랜 기간 천천히 막혀서 우회 혈관들이 발달했고 그래서 별다른 증상 없이 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네요. 물론 오랫동안 피웠던 담배를 끊고, 먹을 것을 세심하게 가려 먹고, 조금이나마 운동을 시작하는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체는 젠장 신비롭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과 함께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 시작됐습니다. 한번 경화된 혈관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죽종이 끼어 딱딱해진 이 혈관에 의지한 채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을, 끝까지 발 딛고 살아가야 하는 이 지구란 터전은 또 어떻습니까. ‘혈관을 깨끗이 청소해준다’는 허황된 말을 저도 모르게 믿어왔듯 우리는 막연하게 이 지구가 언제든 ‘살 만한 곳’으로 다시 태어날 거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픈 몸을 이야기하기’란 제목으로 최근 재출간된 책에서 사회학자 아서 프랭크는 질병에 대한 서사 유형을 복원, 혼돈, 탐구 등 세 가지로 나눠서 다룹니다. ‘복원’은 질병이 없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 ‘혼돈’은 삶이 절대 나아지지 않을 상상에 기반합니다. 이와 달리 ‘탐구’는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여행으로서, 아픈 사람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소통할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 것인가, 그것만이 문제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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