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여우가 선물한 예쁜 꽃신

관리자 2024. 8.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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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초 무일푼으로 농업을 시작하고, 벌이는 시원찮았지만 가정을 이루면서 이사를 7번 정도 했다.

짐 정리를 대충 마치면 동네 생활정보지를 보고 짜장면에 탕수육 배달을 시키는 것이 그 시대 이삿날 패턴이었다.

그때는 배달비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의 식품 매출보다 적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이 아직도 맞는지, 대형마트가 전부 사라졌다고 그나마 하고 있던 산지와 소비지의 계획적 생산 유통의 기능을 전통시장이나 편의점, 식자재 마트가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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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초 무일푼으로 농업을 시작하고, 벌이는 시원찮았지만 가정을 이루면서 이사를 7번 정도 했다. 짐 정리를 대충 마치면 동네 생활정보지를 보고 짜장면에 탕수육 배달을 시키는 것이 그 시대 이삿날 패턴이었다. 그때는 배달비가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배달 플랫폼이 생겨났다. 처음엔 무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료로 바뀌었고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을 하게 됐다. 여우가 선물한 예쁜 꽃신을 신었던 원숭이가 나중에는 신발이 없으면 나무조차 탈 수 없게 돼서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주며 꽃신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우화처럼, 며칠 전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업체가 중개이용료율을 기습 인상했다. 심지어 그 업체는 정부와 소상공인들과 공동으로 상생협의체 구성을 앞두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나선다는데 다국적 기업이 바뀔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느 업종이든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 횡포가 시작된다. 1993년 대형마트가 처음 출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상품 가격에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농수산물이었다. 수시로 하는 가격 할인 행사,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 긴 정산 기간 등 점점 심해지는 조건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거래하는 업체들도 많았다.

다행히 심각했던 ‘갑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노력, 상생 토론, 사회적 협의 등을 통해 많이 사라졌다. 현재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대형마트의 갑질을 느끼는 업체는 거의 없다. 초기에는 가격 경쟁을 위해 단가를 후려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계획적인 생산이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농산물의 특성을 공감하고 산지 생산자 조직이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유통 벤더 등을 중심으로 생산농가들과 사전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하기 위한 노력이 많아졌다. 그리고 일종의 정가수의매매 형태로 산지에서 직접 공급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 농산물 소비의 한축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시장의 축은 완전히 바뀌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5월 유통시장에서 온라인은 53.9%를 점유하며 그중 식품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넘는다. 대형마트는 전체 유통시장의 겨우 10.4%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배력이 커지면서 역시 심각한 갑질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산지에서는 예전 대형마트의 갑질은 갑질도 아니었다는 말들이 나돈 지 이미 오래다.

지속적인 납품 계약을 했더라도 여러 업체를 모아놓고 매일 입찰해서 단가가 싼 곳만을 찾아 발주가 끊기거나, 검품에 통과한 상품도 소비자가 한두건만 문제 제기하면 입고된 것 전체를 회송 처리한다. 납품 코드를 막아버리는 등의 횡포로 준비한 원물과 각종 경비까지 막대한 손실을 일방적으로 안아야 하는 일도 많다. 대금도 50일 뒤부터 1일씩 정산을 해주는 업체도 있어 하루하루 버티기도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거래한다는 하소연이 거의 매일 들려온다.

시장의 흐름은 이미 온라인으로 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그런 쏠림 현상은 여러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의 식품 매출보다 적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이 아직도 맞는지, 대형마트가 전부 사라졌다고 그나마 하고 있던 산지와 소비지의 계획적 생산 유통의 기능을 전통시장이나 편의점, 식자재 마트가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부자의 금고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를 걱정하는 것이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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