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원조 놓고 한판 승부… 이런 ‘당내 갈등’은 환영
‘오렌지 크러시’ 칵테일 종가 놓고 美의회서 대결
메릴랜드가 승리… “델라웨어 시민에도 음료 권장”
‘오렌지 크러시(Orange Crush)’란 칵테일이 있다. 오렌지와 보드카, 트리플섹(오렌지 껍질을 물에 넣었다 증류해 만드는 흰색 리큐어)을 머들링(muddling·뒤섞음)한 뒤 오렌지주스를 한가득 부어내 만든다. 그 청량함 때문에 특히 여름철 인기가 많은데, 이 칵테일의 종가(宗家)가 어디인지를 놓고 미국의 메릴랜드주와 델라웨어주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급기야 각 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들까지 팔을 걷어붙였고,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오렌지 크러시는 1995년 메릴랜드의 해변 휴양지인 오션시티의 ‘하버사이드 바’에서 개발됐다는 것이 여태껏 알려진 정설이다. 그런데 올해 델라웨어 주의회가 오렌지 크러시를 주를 대표하는 ‘공식 칵테일(Official State Cocktail)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메릴랜드 주민들이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각 주를 대표하는 델라웨어의 크리스 쿤스, 메릴랜드의 벤 카딘 상원의원이 칵테일 대결을 펼쳐 우열을 가리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쿤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고 바이든 고향이 그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30일 워싱턴DC의 더크센 상원 빌딩에서 열린 칵테일 대결은 동료 의원과 보좌관, 취재진 등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워싱턴포스트(WP)의 에밀리 하일 음식전문기자, 지역지 워싱토니언의 제시카 시드먼 푸드 에디터, 크리스 반 홀렌·톰 카퍼 상원의원 등으로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하버사이드바 소유주인 크리스 월도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다. ‘하버사이드’가 적힌 주황색 모자를 쓰고 나온 카딘은 “흥미로운 상황이지만 오션시티에선 오렌지 크러시를 만드는 일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델라웨어에서 이 음료를 메릴랜드 오션시티의 오렌지 크러시라 불러주길 바란다”고 했다. “모방이 최고의 아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칭찬에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쿤스는 여기에 지지 않고 “하버사이드바는 발상지일 뿐”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향상된(improved) 오렌지 크러시라 부를 것”이라 받아쳤다. 원조인 메릴랜드보다 델라웨어에서 제조한 칵테일이 더 진일보한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우리는 좋은 친구지만 이번 이슈에서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카딘의 말에 쿤스는 “우리는 하나의 역사와 추억, 반도를 공유하고 있지만 오늘의 승리는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이날 두 의원은 각각 별도로 마련된 제조 스테이션 앞에 서서 칵테일을 만들었다. 심사위원들은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별도의 방에서 대기했다. 쿤스가 오렌지즙을 손으로 짜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한 심사위원은 “마치 접시를 완성하지 못한 한 명의 셰프 같다”고 독설을 날렸다.
심사 결과 카딘이 심사위원 중 3명의 표를 확보하며 종가인 델라웨어의 승리로 끝났다. 델라웨어 주지사를 지낸 카퍼는 “메릴랜드와 깨끗한 해변, 좋은 물, 최고의 주립공원 등을 놓고 경쟁한 적은 있지만, 이 분야에서 겨루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대결에서 승리한 카딘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가 보낸 선언문을 들고 낭독했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오렌지 크러시를 메릴랜드의 공식 여름 음료로 선포하며, 메릴랜드와 델라웨어의 모든 시민에게 이 음료의 준수를 권장한다.” 쿤스는 웃는 얼굴로 “카딘의 승리를 인정한다”면서도 “우리 ‘첫 번째 주(First State·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 중 가장 먼저 헌법을 승인한 델라웨어의 별칭)는 가장 완벽한 오렌지 크러시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증명해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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