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운명, 몬테네그로 법무장관 교체 뒤 반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1일(현지시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한국 송환을 확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권 씨의 운명은 다시 한번 반전을 맞게 됐습니다.

올해 3월 권 씨는 항소법원의 확정판결로 한국행을 눈앞에 두는 듯 했지만 4월 5일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사건을 무효로 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시작된 법정 다툼에 예기치 않은 중요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가로막아온 것으로 의심받았던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근 개각을 통해 교체된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권 씨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밀로비치 장관은 그간 법원의 범죄인 인도국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사건 1심을 담당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 2월 21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공문이 한국보다 먼저 도착했다고 보고 권 씨의 미국 인도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권 씨는 항소했고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한국 법무부의 이메일 접수 시점이 미국보다 빨랐다고 판단해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했습니다.

당시 고등법원은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한국과 미국 중 누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먼저 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이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항소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습니다.

항소법원이 지난 3월 고등법원의 결정을 확정하자 이번엔 이례적으로 대검찰청이 이의 제기에 나서면서 권 씨의 한국행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밀로비치 장관은 올해 1월 튀르키예 국적의 범죄자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해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의 눈 밖에 났습니다.

그는 지난달 25일 단행된 부분 개각을 통해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몬테네그로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밀로비치 장관은 이임 기자회견에서 오는 9월 25일 수도 포드고리차 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간 권 씨의 송환 문제를 놓고 법원과 기싸움을 벌여온 밀로비치 장관이 전격 교체되면서 권 씨의 한국행이 유력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6월 2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이후 항소법원이 한 달 이상이 흐른 이날 1심의 판결을 확정한 것도 개각 시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항소법원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판결문에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에 대해 한국으로의 약식 인도를 허용한 반면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적시한 것은 더 이상 권 씨의 한국 송환 문제를 두고 법무부가 전임 장관처럼 '딴지'를 걸지 말라는 경고로도 읽힙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몬테네그로의 국내 정치가 권 씨의 운명을 가른 셈이 됐습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범죄인 인도 재판을 이어가면서 계속 현지에 붙잡혀 있습니다.

백운 기자 cloud@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