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열대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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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긴 따갑네." 어렸을 적 어른들은 쏟아지는 햇볕을 보고 혼잣말로 그러셨다.
우리의 전통적인 여름 더위는 그랬다.
열대야 얘기다.
단, 일본 기상청이 통계로 잡았던 건 야간 최저 기온에 의한 열대야가 아니라 하루 중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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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갑긴 따갑네.” 어렸을 적 어른들은 쏟아지는 햇볕을 보고 혼잣말로 그러셨다. 우리의 전통적인 여름 더위는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햇볕에 습기가 스며들고 있다. 공기가 눅눅해지고 있다. 습도가 오르고 있어서다. 습도는 공기 중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 또는 비율을 나타내는 단위다.
예전에는 한여름 길어야 며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불쾌지수도 오른다. 불쾌지수는 온도, 습도, 풍속 등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정도의 수치다.
자꾸 옛날 이야기를 꺼내 민망하지만 그땐 낮에 불쾌지수가 높아도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줬다. 요즘은 밤에도 그렇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열대야 얘기다.
원래는 일본 기상청 용어였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밤을 뜻했다. 일본의 기상수필가 구라시마 아쓰시가 처음 썼다. 단, 일본 기상청이 통계로 잡았던 건 야간 최저 기온에 의한 열대야가 아니라 하루 중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었다.
최근에는 도시 열섬 현상의 영향으로 매일 불쑥 찾아온다. 적어도 서울에선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 1940년대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연간 10일가량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선 거의 매일이다.
장맛비가 그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근길 시민들의 얼굴이 퀭하다. 밤새 열대야에 시달려서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에어컨을 껴안고 산다. 징그럽다.
한낮 체감온도가 30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열대야도 이젠 땅거미가 지면 일상이 됐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더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 어깨로 쏟아지던 햇볕을 구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환경을 훼손하는 인간을 향한 조물주의 꾸지람이 그럴 텐데 말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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