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박물관의 ‘내 집 짓기’

경기일보 2024. 8.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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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내 집을 원한다.

작가는 작품, 큐레이터는 전시가 내 집이다.

특히 큐레이터는 작품과 유물로 캔버스 대신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경영해 내 집을 짓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작가다.

경기도박물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No2 박물관 위상에 걸맞은 독자 브랜드의 전시라는 내 집 짓기와 마케팅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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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누구나 내 집을 원한다. 작가도 큐레이터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작품, 큐레이터는 전시가 내 집이다. 세상에 수많은 작품과 전시가 있지만 내 집다운 내 집이 드물다. 철학과 시대, 사회를 관통하는 주제 설정의 적확성이 관건이다. 죽자 살자 작품과 전시를 만들지만 왜 만들었는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실패한 집 짓기가 된다.

특히 큐레이터는 작품과 유물로 캔버스 대신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경영해 내 집을 짓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작가다. 여기에는 주춧돌, 대들보, 기둥 같은 논문과 도록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이를 토대로 도면이 그려지고 전시라는 내 집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것이 전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객이 물밀듯이 밀려와 즐기고 놀 때 내 집은 완성된다. 그래서 전시는 박물관의 잔치이고 축제다.

경기도박물관의 현실은 이와 반대다. 사실상 집안 잔치에 머무르고 있는데 외국은 고사하고 서울과 지방 손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2023년 관객은 11만9천명인데 400만명을 헤아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40분의 1 수준이다. 1천400만 도민의 문화지표를 100이라 했을 때 10에 해당한다. ‘경기’에 이미 ‘’경(京)’과 ‘기(畿)’가 한 몸임을 감안하면 2천400만 수도권 인구의 0.5% 수준이다. 이는 3만5천달러 경제선진국이지만 여전히 3천500달러 문화후진국임을 입증한다.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은 해묵을 대로 묵어 누구나 다 아는 절대 인력과 예산 부족, 그리고 재단 예속에 따른 기획시스템의 와해로 모아진다. 재단 산하 8개 뮤지엄의 독립 문제만 해도 관장 취임 7개월 동안 이구동성으로 귀가 따갑도록 들었고 7월12일 개최된 박물관운영자문위원회에서도 어김없이 거론됐다. 실제 해법으로 의원 발의나 도지사 직권의 조례 개정을 통해 현재 도자재단의 뮤지엄재단 확대 개편안이 최종 결정 단계에서 무산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뮤지엄재단 독립 이전에 뮤지엄 스스로의 선결과제가 있다.

경기도박물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No2 박물관 위상에 걸맞은 독자 브랜드의 전시라는 내 집 짓기와 마케팅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로 인류와 지구 차원의 문명 대전환기가 아닌가. 국내적으로도 인구절벽과 고령인구 1천만 시대다. 지금이야말로 박물관은 위기이자 더 큰 도약의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전례 없는 문화전쟁에서 핵보다 더한 힘을 가진 박물관만의 유물을 재해석해낸 ‘전시X영화X학술’을 관통하는 프로그램을 발명 중이다. 이를 통해 도민과 세계인의 즐거운 놀이터로 탈바꿈하고자 용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박물관 외부의 모든 문제가 해결돼도 허당을 벗어날 수 없다.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에 국한된 박물관이 아니다. 고려 조선의 사대부 삶과 민속은 물론이고 주먹돌도끼부터 DMZ까지 종횡하는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세계성을 생각하면 존재 자체부터 국립박물관과도 성격을 달리한다. 경기도박물관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면 경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참된 의미의 정치경제 도약의 기회도 없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복지가 화두인 시대의 진정한 민생 문제는 먹고사는 시장과 보고 듣는 박물관을 동시에 챙길 때 해결된다. 문예와 정치 경제는 선진 경기와 대한민국의 양 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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