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커머스도 “큐텐서 벗어날 것”… 각자도생 시작
검찰이 1일 티몬과 위메프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며 티메프(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未)정산 사태’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티메프의 모회사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 자택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티메프 사태’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지 6일 만이다. 검찰은 구 대표 등에 대해 사기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티메프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별개로 큐텐그룹의 각 계열사는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는 모양새다. 큐텐그룹의 계열사인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 등은 모그룹과 별개로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큐텐그룹 차원에서 사태 해결이 지지부진하자, 계열사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도 장기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큐텐그룹이 생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매각 추진하는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전날 큐텐그룹 고위 관계자는 “위메프는 티몬, 큐텐과 별개로 알리와 테무 등에 기업 매각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회생법원을 통해 큐텐이 보유한 지분을 전량 감자한 뒤 채권단과 매각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메프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테무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국내 기업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라며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지, 이대로 기다리고 있다간 다 같이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메프뿐 아니다. 티메프 사태로 판매자 이탈과 정산 지연 불똥이 튄 큐텐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경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파크커머스에는 인터파크쇼핑, 인터파크도서, AK몰이 속해 있다. 인터파크커머스 김동식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대로 가면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티메프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며 “독자 경영은 회사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고 했다. 구영배 대표도 인터파크커머스 매각 작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그룹 계열사가 각자도생에 나선 건 그룹 차원의 해결책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큐텐그룹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들한테서 100억원씩이라도 좀 받아내라고 (구 대표에게) 얘기했는데, (구 대표가) ‘투자자들이 아무도 도움 안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면초가 구영배 큐텐 대표
현재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두 회사를 합병해 (미정산 판매자가 합병 법인의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정상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구 대표가 큐텐그룹 내부에서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구 대표가 큐텐그룹 산하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의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 대표는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라는 큰 그림을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티몬, 위메프, 북미 이커머스 위시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큐익스프레스에는 나스닥 상장을 기대하며 투자한 사모펀드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구 대표를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26일 CEO인 구 대표가 사임하고 후임자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큐익스프레스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큐익스프레스 이사회가 구 대표를 잘라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은 2일 기업 회생을 신청한 티몬과 위메프의 대표를 불러 자산 및 부채 현황을 확인하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심문할 예정이다. 법원이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앞서 기업과 채권자가 동의하는 외부 전문가나 법인을 선임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의 채권자가 수만 명에 달해 ARS 프로그램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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