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년 7개월 만에 권순일 소환, 재판 거래 의혹 이대로 묻히나

조선일보 2024. 8. 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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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 /조선일보 DB

검찰이 이른바 ‘이재명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권순일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했다. 문재인 정권 시절 그를 비공개로 두 차례 소환 조사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그런데 검찰 조사는 그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집중됐다고 한다. 대법관 퇴임 후 11개월 동안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면서 변호사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다. 정작 핵심인 재판 거래 의혹 조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판결을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김만배씨가 권 대법관 사무실을 8차례 찾아갔고, 권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에서 고문료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부인하지만 재판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은 합리적 의심이다.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이 지사 무죄 청탁을 했다는 말을 김씨에게서 들었다는 대장동 업자 증언도 나왔다. 사실이면 대법원이 문을 닫아야 할 중차대한 사건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뭉갰고, 정권 교체 후에도 검찰은 수사를 미루다 이제야 겨우 소환 조사를 했다. 검찰에 수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만배씨가 혐의를 부인해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없으면 정황 증거로도 수사할 수 있다. 그런 수사가 한둘이 아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그간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세 차례나 기각했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 압수 영장만 발부했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사이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협의 자진 철회 요구를 무시하고 변호사로 등록한 뒤 대법원 사건을 수임했다.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라면 적어도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자제했어야 마땅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데는 검찰과 법원의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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