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검사가 당 대변인이라니
지난 4·10 총선 때 현직 검사 신분으로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논란을 불렀던 이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법무부의 업무 복귀 명령을 받고도 4개월 가까이 무단 결근 중이라고 한다. 비례대표 후보 22번을 받았지만 당선권(12명)에 들지 못한 이 검사는 현재 검사 급여를 받으며 조국혁신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검이 감찰에 나섰지만 이 검사는 “22대 국회 임기 종료 때까지 비례대표 후보 신분이 유지된다”며 출근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 검사는 총선 한 달 전 사직서를 냈지만 비위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의 사표 수리가 금지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고 2심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출마가 가능했던 것은 이른바 ‘황운하 판례’ 덕이다. 4년 전 21대 때 현직 경찰이던 황씨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 전 사표를 냈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재판 중이라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쟁 후보가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90일 전에만 사표를 내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그만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검사들이 사표만 내고 출마를 강행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대표적인 친문재인 검사로 꼽혔던 이성윤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공천을 받진 못했지만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기소된 신성식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국민의힘 예비 후보로 등록했던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와 박용호 전 부산고검 검사 등이 사표만 내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규원 검사도 그런 검사들 중 한 명이다. 이런 사람들이 검사로서 어떻게 법 집행을 했을지 의문이다.
일부 ‘정치 검사’ ‘정치 경찰’의 선거행으로 공직 사회가 혼탁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황운하 판례’를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비위나 감찰을 받는 공직자의 총선 출마를 금지하거나 퇴직 후 일정 기간 출마를 제한하는 내용의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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