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27] 8강전을 보고 나서

36년 꼬박 지킨 정상(頂上), 정상(正常)이라 할 수 있을까. 올림픽 단체전에서 열 차례 내리 우승한 우리나라 여자 양궁 말이다. 남자 단체 3연패(連霸)가 그나마 좀 현실적일 법한데…. 금메달 따느라 치른 세 경기 모두 싱거워 실감이 덜했다. 특히 8강전. 일본을 이겼어도 덤덤하지 않던가. 예전엔 안 그랬기에 좀 어색하다.
덤덤해서 뿌듯했던 그 경기, 중계도 어색했다. 안내하는 자막을 ‘8강’이라 적은 탓이다. ‘상위 여덟 팀’을 뜻하는 ‘8강’으로 그들이 벌이는 다툼(경기)을 가리키는 말 ‘8강전’을 대신하다니. ‘전(戰)’ 없어도 말이 되지 않을까. 하기는 본래 ‘준결승전’ ‘결승전’을 ‘준결승’ ‘결승’이라고도 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 말은 ‘승자를 가리는 일’이라는 뜻이므로, 경기를 가리키는 ‘전’이 없어도 통한다. ‘4강’ ‘2강’은 겨룬다는 뜻이 없어 ‘준결승전’ ‘결승전’을 대신하지 못할 수밖에.
활자 매체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 단체전 8강에서 6-0으로 승리했다.’ ‘3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8강에서 캐나다와 격돌한다.’ ‘상위 여덟 팀(8강)에서 승리하거나 격돌’하다니, 대체 무슨 말인가. 둘 다 ‘8강전’ 해야 옳다. 둘째 문장을 ‘8강 중에서 캐나다와’라 하면 몰라도.
운동 경기 보도에서 생략하는 표현 방식이 있다. ‘김 아무개 부상 복귀 첫 우승’ ‘이 아무개 데뷔 첫 골’…. ‘부상당했다 복귀한 뒤’ ‘데뷔한 뒤’를 그렇게 줄여 쓰곤 하는데, 문장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도 말뜻이 통하니 겨우 눈감을 만하지만 ‘부상 이후’ ‘데뷔 후’라 하면 좋겠다.
진짜 겨루기인 운동에서 서슴없이 ‘전’을 팽개치는 언론이, 사회나 정치 부문의 작은 갈등 대립에는 지나치게 끌어들인다. 공방전, 비방전, 소모전, 신경전, 여론전, 장기전…. ‘전’ 안 써도 그만이거나 얼마든 달리 표현할 수 있건만. 우리가 정말 전투 민족, 싸움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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