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한국으로 송환해야”

미국의 인도 요청은 기각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6월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무장 경찰관에게 끌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되고 있다. 포드고리차/로이터 연합뉴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수십조원의 피해를 낸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1일(현지시각)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에 대해 한국으로의 약식 인도를 허용한 반면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당국이 권씨를 자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하며, 권씨의 인도 문제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지난하게 이어져 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결정이 권도형을 한국으로 인도할 길을 열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가상 화폐 테라·루나를 만들어 수십조원대로 그 가치를 부풀리다가 거품이 터지면서 2022년 5월 사실상 가치가 ‘제로(0)’로 폭락하는 사태를 빚은 인물이다. 그는 사태 이후 한국을 출국해 한국과 미국 당국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해외를 떠도는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이후 계속 현지에서 구금돼 있다.

권씨는 그간 한-미 당국의 송환 요청이 있자, 한국행을 주장해왔다. 그는 몬테네그로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을 해결하려고 약 44억7천만달러의 환수금과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는 증권거래위와의 민사 재판에서 이뤄진 합의일 뿐, 권씨는 여전히 미 수사당국이 제기한 형사재판에 피고로 기소된 상태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