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인데 한종목도 포기할 수 없죠!" 약속 지킨 '삐약이'신유빈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단식도 승부할 거예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8위)은 여자단식 메달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김경아 이후 여자탁구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은 전무한 상황. 다들 혼합복식, 여자단체전, 메달만 이야기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톱랭커 신유빈은 "단식도 승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상에 포기하는 선수는 없어요. 안 되니까 안 하거나 못하는 거지 포기는 없어요. 나라를 대표해 전 종목을 뛰는데 한 종목도 포기하면 안돼요." 전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목표로 근육량과 체력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30일 임종훈과의 혼합복식에서 12년만의 동메달을 찾아온 후에도 신유빈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톱랭커는 여자단식에서 또 한번의 역사를 썼다.
신유빈은 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펼쳐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서 '일본 에이스' 히라노 미우(세계 13위)와 진검승부했다. 히라노와의 역대전적은 1승1패로 팽팽했다. 하지만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준결승에선 신유빈이 1대3으로 패했다. 히라노는 2017년 뒤셀도르프세계선수권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일본에 48년 만의 메달을 안긴 선수다. 2021년 도쿄올림픽 일본의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에이스다. 그러나 11개월 만의 리벤지 매치,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유빈은 달라졌다. 일본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히라노와 4년간 동고동락한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이 한일전 벤치를 든든하게 지켰다. 1게임 7-1로 앞서나가며 기선을 제압했고, 11-4로 마무리했다. 2게임 긴 서브, 짧은 서브, 영리한 작전으로 히라노를 흔들었다. 11-7로 승리한 후 환호했다. 3게임은 11-5로 마무리했다. 신유빈이 게임스코어 3-0으로 완벽한 승기를 잡은 4게임 시작을 앞두고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겠다며 자리를 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유빈이 여유롭게 바나나와 에너지젤을 먹으며 영양을 보충하는 장면이 장내 전광판에 클로즈업 되자 팬들이 환호했다.
심기일전한 히라노가 무서운 뒷심으로 추격했다. 히라노가 4~6게임을 11-7, 11-8, 11=9로 연거푸 따내며 게임스코어 3-3.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7게임, 신유빈이 다시 힘을 냈다. 3점을 내리 잡으며 4-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히라노도 끝까지 추격했다. 명불허전 한일전이다웠다. 6-6, 7-7, 8-8, 9-9, 박빙의 승부 끝에 히라노가 매치 포인트를 먼저 잡았지만 신유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를 듀스게임으로 돌렸고, 결국 13-11, 극적인 매치포인트를 잡아냈다.
4대3 승리, 천신만고 끝에 4강행을 확정지은 후 신유빈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안도감이 컸던 것 같다. '이제 끝났구나. 내가 이기고 마무리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를 잘 풀어나간 스스로에게도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 신유빈은 게임스코어 3-0으로 몰린 히라노가 옷을 갈아입으러 다녀온 후 흐름이 바뀐 상황을 되짚었다. "상대가 옷을 갈아입으러 갈 때 내 몸도 살짝 굳는 걸 느꼈다. '흐름을 끊는구나' 생각했다. 워낙 실력 좋은 선수라 끝까지 내가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작전이 서로 계속 바뀌었다.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며 미소 지었다. 신유빈은 4강전에서 소속팀 스승이자 선배,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의 2004년 아테네 대회 동메달 이후 20년 만의 여자단식 메달에 도전한다. 신유빈은 "올림픽 단식 4강에 올라간 것도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올라온 만큼 후회없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한경기 한경기 하다 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 한 포인트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신유빈은 2일 4강전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에이스 첸멍(세계 4위)과 격돌한다. 3월 싱가포르 스매시 8강서 1대4(2-11, 11-9, 4-11, 8-11, 9-11)로 패했지만 그때의 신유빈과 지금의 신유빈은 다르다. 현재 신유빈의 기세라면 '만리장성'을 상대로도 유쾌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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