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유현]다른 시장에 같은 처방 안 먹혀… ‘관치금리’ 대신 공급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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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렸다.
가산금리를 올렸지만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더 많이 내려가 벌어진 일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29일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추가로 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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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렸다. 금리를 높여 대출 한도를 줄이고, 이자 부담을 키워 집 구매를 망설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실제 대출금리는 6월 말보다 0.04%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가산금리를 올렸지만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더 많이 내려가 벌어진 일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29일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추가로 올려야 했다.
대출금리 인상은 집값이 불안할 때마다 나오는 땜질 대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련 은행 현장점검에 나서거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하면 은행들은 금리를 알아서 올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하반기에도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었는데 ‘관치금리 레퍼토리’는 그대로니 약발이 잘 받질 않고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때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높이자 대출금리가 더 많이 올랐다. 반면 지금은 중앙은행들이 ‘인하 깜빡이’를 켜자 시장금리가 내렸다. 시장을 거슬러 대출금리 인상 카드를 쓰려니 효과가 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에 자금이나 경험이 부족해 매수 타이밍을 놓친 사람들은 집값이 진정되길 절치부심 기다려 왔다. 그리고 대출금리가 내리자 내 집 마련에, 더 큰 아파트로 갈아타기에, 똘똘한 한 채 구하기에 각각 나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며 집값이 올랐다. 최근 다른 지역도 함께 들썩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 가격은 5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을 썼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0주 넘게 오른 상황에서 지난달 31일엔 임대차법 시행 4년을 맞았다. 2년 전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면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인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더 밀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대책은 결국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다. 올해 초 계획했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물량 가운데 7월 25일까지 실제 공급된 물량은 18.2%뿐이다. 3년 뒤 공급을 좌우하는 주택건설사업 인허가 물량은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정부는 이달 중 주택 공급 대책을 또 내놓는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조합원 갈등을 부추기는 분양가 상한제를 계속 유지할지 따져야 한다.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다주택자들이 매물 공급자로 나서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지금과 같은 땜질식 관치금리에 의존하면 집은 더 귀해질 것이다. 집을 사야 할 사람은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이는 결국 은행들 배만 불리는 일이다.
강유현 산업2부 차장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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