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날았다…혈투 끝 日 꺾고 4강
4대3으로 히라노 제압하고
韓탁구 20년만에 준결승行
"엄마표 주먹밥 먹고 버텨
잊을 수 없는 경기 될 것"
2일 오후 中천멍과 맞대결
◆ 2024 파리올림픽 ◆
메달까지 단 1승 남았다. '여자 탁구 에이스' 신유빈이 마지막 7게임까지 이어진 초접전 끝에 한일전 승리를 따내며 여자 탁구 단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신유빈은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개인전 메달 사냥에도 박차를 가한다.
1일(한국시간 기준)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신유빈은 히라노 미우(일본)를 상대로 4대3 진땀승을 거뒀다. 이제 신유빈은 2일 오후 8시 30분 천멍(중국)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4강에 진출한 건 아테네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경아 이후 20년 만이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동메달을 합작한 신유빈은 이제 단식 메달도 노린다. 앞으로 1승만 더 기록하면,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커리어에 추가한다. 금메달까진 2승이다.
여자 탁구 세계 랭킹 8위인 신유빈은 13위인 히라노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를 3대0까지 따내며 초반부터 밀어붙였다. 신장이 169㎝로 크고, 팔이 긴 신유빈은 좌우로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에선 한 선수가 달아나면, 한 선수가 쫓아가는 혈전이 지속됐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 건 신유빈이었다.
포핸드, 백핸드 드라이브를 상대 진영에 꽂아 넣으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오는 듯했다. 하지만 히라노가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3대3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압권은 마지막 7게임이었다. 신유빈은 강력한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5대1까지 앞서나갔다. 이후 히라노의 끈질긴 추격으로 게임 스코어 6대6, 7대7, 8대8, 9대9, 10대10으로 이어지는 접전이 계속됐다. 두 차례의 듀스까지 이어지면서 지켜보는 관중들도 손에 땀을 쥐었다.
막판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렸다. 신유빈은 히라노가 반응하기 힘든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고, 히라노의 샷이 두 차례 연속 네트에 걸리면서 4강행 티켓은 신유빈이 거머쥐었다.
내용 자체가 치열했고 무엇보다 한일전이었던 만큼, 부담감을 짜릿한 승리로 이겨낸 신유빈은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눈물을 흘렸다.
승리 후 신유빈은 "안도감의 눈물이었다"며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상대를 잘 분석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서 시합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유빈은 바나나, 주먹밥 등 간식거리를 싸준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신유빈이 경기 중 에너지 보충을 위해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간식을 안 먹었다면 7게임에서 못 이겼을 것 같다. 체력이 너무 많이 소진돼서 중간중간 힘도 풀리더라"며 "엄마가 만들어준 주먹밥이랑 바나나를 잘 먹고 들어가서 이길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날 승리로 신유빈은 히라노와의 통산 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우위를 가져가게 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준결승에서 히라노에 당했던 패배도 설욕했다.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에선 32강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피를 깎는 훈련으로 무섭게 성장한 그는 개인 올림픽 첫 여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3년 전에만 해도 첫 올림픽에다 막내였던 신유빈의 기량은 탄탄해졌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제는 명실공히 한국 탁구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신유빈의 다음 상대인 천멍은 세계 랭킹 4위이자 도쿄 올림픽 2관왕(여자 단식·여자 단체전)으로 만만치 않다. 그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최강자로 군림했던 선수다. 신유빈은 천멍과 지난 3월 싱가포르 대회에서 만나 1대4로 패배했다.
신유빈이 천멍에게 패한다면 동메달을 두고 3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신유빈의 기세가 매 경기 올라가고 있고, 개인전 메달 확보에 대한 열망이 커 "충분히 이길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남자 단식 8강에서는 장우진이 '천적' 우구 카우데라누(브라질)에게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도쿄올림픽 16강에서도 카우데라누에게 덜미를 잡혔던 장우진은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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