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원조 어펜져스' 김준호가 도경동에게…"준비해, 기회는 온다"
"아직은 원조 어펜져스가 더 강해…뉴 어펜져스는 이제 시작"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어차피 한 경기는 들어가야 하니까 다른 선수들은 신경 쓰지 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으라고 했죠. 기회가 온다고 했습니다."
전 펜싱 국가대표이자 2024 파리 올림픽에 해설위원으로 나선 김준호(화성시청)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이끈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의 활약이 남 일 같지 않다.
김준호는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 김정환(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과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면서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라 불렸다.
당시 김준호는 후보 선수였다. 결승전 8라운드에 김정환을 대신해 투입되면서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은 김준호는 35-20의 점수 차를 순식간에 40-21로 벌리며 이탈리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3년 후에 열린 파리 올림픽에서는 도경동이 이 같은 '신스틸러' 역할을 해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펼쳐진 헝가리와 결승전 전까지는 도경동에게 한 번도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비밀병기' 도경동은 결승전 7라운드에 처음 출격했고, '폭풍 5득점'을 따내는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고 크리스티안 러브를 꽁꽁 묶었다.
5-0으로 라운드를 가져온 도경동의 활약에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대전광역시청)으로 꾸려진 대표팀이 35-29로 달아났고, 단체전 3연패의 대업을 이뤄냈다.
이 경기를 현장에서 해설한 김준호는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도쿄 올림픽 때 내 상황과 경동이의 상황이 같았다. 개인전에 나서지는 못하고, 단체전에서는 무조건 한 경기는 뛰어야 하는 그런 처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전을 뛰지도 못했고, 단체전도 결승전 전까지는 해본 적이 없어 (결승 때) 바로 들어가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후보 선수는) 스스로 몸 상태와 경기력을 점검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담이 컸던 도경동은 같은 처지였던 김준호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김준호는 "최대한 몸 상태 등을 준비하라고 했다"며 "나도 경험해봐서 안다. 그 자리는 증명할 수 있는 경기가 올림픽에서 딱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동이의 '5-0'을 보고 해설하면서 나도 멈칫하고 말을 잃었던 것 같다. 그 5점으로 도경동이라는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도쿄 때 자신이 만든 '5-1'을 넘어 '5-0'을 만든 도경동의 활약에 김준호는 "5-2, 5-1 정도면 열심히 했다고 말해줄 수 있었는데 5-0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김준호는 "나와 김정환 선수가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많은 분이 걱정하셨다. 하지만 난 걱정이 없었다"며 "현장에서 보면 도경동, 박상원의 경기력이 아주 좋았다. 밖에서 봐도 내가 은퇴하지 않았더라도 끼어들 틈이 없더라"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도경동, 박상원 등 차세대 기수로 꼽히는 후배들이 우리나라 펜싱 남자 사브르를 올림픽에서 '왕조'의 반열까지 올렸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김준호는 "이런 (금메달) 흐름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자 양궁 단체전처럼 10연패를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활약에 엄지를 치켜세운 김준호지만 '원조' 어펜져스와 비교할 단계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뉴 어펜져스'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김준호는 "우리는 그 멤버로 세계선수권대회를 4연패 했다. 아시안게임도 함께 많이 출전했다"며 "우리 후배 선수들도 이번 올림픽 이후에도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계속 우승해야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봐도 아직은 '원조'가 더 세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정확하게 심판의 판정을 설명하고, 경기 흐름을 짚는 그의 해설에 펜싱 팬들 사이에서는 '컴퓨터 해설위원'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이를 전해 들은 김준호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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