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이스북 부동산펀드 100% 안전"…100% 손실에 '서명위조' 정황도

정해성 기자 2024. 8. 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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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나사 건물을 내세운신한은행의 해외부동산 펀드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단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페이스북 건물을 내세운 KB증권의 펀드입니다. 역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떠안게 됐는데, 문제는 이번에도 가입 과정에서 고객 서명을 위조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정해성 기자]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페이스북 유럽 본사입니다.

KB증권은 5년 전 이 건물에 투자하는 펀드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페이스북이 대기업이고 장기 임차를 하기 때문에 절대 손해날 수 없는 구조의 펀드다. 딱 그 말만 했어요.]

6개월마다 배당금이 나오고, 건물을 팔면 차익을 나눠주는 안전한 상품이란 말에 이 씨도 1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건물 매각이 예정됐던 지난해 초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1500억원에 산 건물을 400억원 깎아 내놨는데도 사겠단 곳이 없습니다.

현지 은행 등 채권자들은 건물을 팔아 빚을 갚으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KB증권이 직접 투자한 돈 660억원뿐 아니라 투자자 돈 22억원을 모두 날릴 상황이 되면서 지난해 이 상품 만기가 3년 연장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뒤늦게 계약서를 요구한 이 씨는 곳곳에서 다른 사람 글씨를 발견했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저는 원금 보장이 필요한 사람이어서 '예'라고 했는데. {이 계약서를 작년에 받아보고서야 '아니요'로 체크돼 있단 사실을 아셨나요?} 예 예, 그렇죠. 계좌번호도 제 글씨가 아니고요.]

누군가 '원금 보장이 필요 없다'고 대리 서명했고, 결국 '초고위험상품'에 가입됐다는 겁니다.

실제 필적 감정 결과 '다른 글씨'로 드러났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나중에 보니까 직원이 '아니오'를 체크해놨다고. '예'라고 했을 때 아예 펀드 가입이 안 되는 상품이었던 거예요.]

[유모 씨/KB증권 직원 : 다 잘못했는데. 알아요. 알고 있어요.]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건물 가격이 내려갔을 때 100% 손실 날 위험이 있다 이런 설명은 없었잖아요.]

[유모 씨/KB증권 직원 : 저도 사실 회사에서 나온 자료만 믿고. 회사를 믿고 00 님께 안내를 드렸잖아요. 저도 피해자라면 또 피해자인데.]

지난해 100% 손실 위기에 만기를 연장할 당시에도 대리 서명은 계속됐습니다.

KB증권은 "해당 직원의 경위서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판매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고 이 씨는 소송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관련 펀드 가입자들은 투자금을 통째로 잃게 될 처지가 됐습니다. 문제는 은행과 증권사가 펀드를 팔면서 이 같은 '초위험상품'이란 걸 제대로 설명했냐는 건데, 금융감독원이 본격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정해성 기자]

[김모 씨/신한은행 펀드 투자자 : 나사(NASA)랑 EU(유럽연합)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은 당연하고 플러스알파로 더 받을 수 있다. 그 말만 믿었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페이스북이 들어온다. 월세가 안 들어온다든가 문제가 생길 일이 전혀 없다고.]

금융회사들의 설명과 달리 이런 해외 부동산 펀드는 초고위험 상품입니다.

특히 이런 상품들은 현지 은행에서 받은 대출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담보율은 건물 가격의 60%에 육박해 금리 변동에도 취약합니다.

부동산 불황기엔 건물을 팔아도 투자자에게 돌려줄/ 몫이 사실상 없습니다.

[김득의/금융정의연대 대표 : (현지) 대출이 이루어졌고 대출 이자는 몇 프로고 대출 이자가 올랐을 때 어떻게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고…]

상품을 파는 금융회사들은 투자 위험을 성실히 설명해야 함에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심지어 투자자 서명까지 위조한 정황이 드러나는데도 자체 조사만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융당국 분쟁 조정 등을 통해 스스로 피해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 부동산 펀드 관련한 민원이 밀려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조치할 것"이라며 "금융사 내부통제 시스템도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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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보관 중인 가입 신청서엔 원금 보장이 필요 없다에만 체크가 돼 있다"며 "가입자가 자필로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기재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체크를 누가 했는지에 대한 필적감정 등 조사는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화면출처 유튜브 'Ramazan Akhmetshin]
[영상디자인 조영익 황수비 / 인턴기자 손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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