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릴 때 되뇌는 ‘난 세계 1위다’

배드민턴 안세영 “부담감”
감각 회복…단식 8강 직행

안세영이 1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조별예선을 모두 마치고 8강에 오른 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안세영(22)은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8강에서 마쳤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하며 준비한 올림픽인데, 만나기만 하면 힘을 못 쓰던 상대 천위페이(중국)를 8강에서 만나 물러난 것이 서럽고 분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다음 올림픽을 다짐했다.

안세영은 1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조별예선 2차전에서 치쉐페이(프랑스)를 30분 만에 2-0(21-5 21-7)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16강을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지난달 29일 조별예선 1차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실전 감각 회복이 더뎌 범실이 꽤 많았다. 안세영은 2차전을 승리한 뒤 “첫 경기는 부끄러운 경기였지만 오늘 두 번째는 생각을 바꾸고 여유롭게 하려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털어놓았다. 안세영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다가온다. 몸은 괜찮은데 심적으로 부담되고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몸이 굳는 것 같아 힘들었는데, 나는 할 수 있다고 계속 되뇌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도쿄 올림픽 때와 조금 다른 것 같다. 막상 시작하니까 ‘이겨야지’란 생각밖에 없다. 토너먼트라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숨도 막힌다. 동시에 1번 시드라는 자부심도 되새긴다. 그러면서 ‘난 할 수 있다’ ‘세계 1위다’라고 계속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 단식계의 큰 기둥들, 천위페이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다. 또 한 명의 라이벌인 타이쯔잉(3위)이 이날 세계 21위 랏차녹 인타논(태국)에게 0-2로 져 예선 탈락을 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안세영은 “경기 끝나고 타이쯔잉이 우는데 나도 감정이입이 돼서 (내) 경기 시작 전부터 나도 울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잘했던 선수랑 한 시대를 함께 뛸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만나면 한 번 안고 싶다. 존경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여자 단식 8강전은 3일부터 시작된다. 5일에는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파리 | 글·사진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