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티몬·위메프 동시다발 압수수색…“1조원대 사기·400억대 횡령”
자금난 알고도 계약 유지했다면 ‘사기죄’
예치금을 타 회사 인수에 썼다면 ‘횡령죄’
검찰이 1일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초래한 티몬·위메프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사흘 만에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해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반부패수사1부장 이준동)은 이날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자택 등 총 10곳을 압수수색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티몬과 위메프, 큐텐코리아, 큐텐테크놀로지 본사 사무실과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됐다. 큐텐은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이다.
이날 오전 수사팀이 구 대표 자택에 도착했으나 외부에 있던 구 대표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서 압수수색이 지연됐다. 오후 1시30분쯤 수사팀, 변호사와 함께 집에 들어가던 구 대표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영장을 집행하러 오셨으니, 기자분들과는 다음에 얘기하겠다”고만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구 대표와 류 대표, 류 공동대표를 사기·횡령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큐텐이 티몬·위메프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큐텐에서 티몬·위메프 돈을 썼다면 세 사람의 고리가 어느 정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사기 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 미정산금을 최대 1조원대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파악한 지난 5월까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금 2134억원에 6월 이후 미정산금 약 7000억원을 더한 액수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고의로 속인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입점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해 상품 판매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등 폰지사기 행태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범죄 혐의 입증에 박차
해외에 재산 은닉 여부 수사
최근 자금 상황이 더 나빠지자 이를 숨긴 채 상품권 등을 지나치게 할인해 판매해,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경영진이 판매대금 정산이 어려운 상황을 언제부터 알았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달 29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을 두고 “더 이상 돈 갚을 능력,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변제 의사나 고의를 판단할 때 유의미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판매대금을 받으면) 그 이전 판매분에 대해 먼저 정산하는 구조”라고 말했는데, 검찰은 이를 두 회사의 돌려막기 구조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구 대표는 정무위에서 묘연한 판매대금 행방에 대해 “가격 경쟁을 하고 있다 보니 대부분 프로모션(광고·판촉)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횡령 액수는 약 400억원이다. 구 대표는 큐텐이 지난 2월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 대표는 이를 한 달 내에 상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티몬·위메프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에 판매대금 예치가 명시돼 있는데도 판매대금을 다른 회사 인수에 사용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면 횡령이나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내부 절차나 규정을 무시한 정황과 구 대표 등이 사태가 불거지기 전 자산을 미리 해외로 빼돌린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다. 전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관련 계좌추적에도 나설 계획이다. 검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횡령액이 늘어날 수 있고 배임,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 등도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회사 내부 문건과 회계 자료 등을 분석한 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이 구 대표 등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소명되면 그에 따라 적절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대연·강연주·이창준·김혜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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