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⑤ 윤석열의 언론장악 폭주...공영방송 이사진에 문제 인물 대거 임명

박종화 2024. 8.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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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국회 이진숙 청문회는 사흘이 걸렸다. 그만큼 공직 부적격, 하자 투성이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새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재가부터 이진숙 취임, 이진숙이 이끈 방통위 전체회의, 그리고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 이사 13명 선임안 의결까지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군사작전 같았다. MBC 민영화와 KBS 완전 장악이 코 앞에 다가왔다. 

이진숙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재가 당일인 어제(7월 31일) 오후 5시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과 KBS 새 이사진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방통위 ‘전체회의’라고 해봤자 이진숙과 역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태규 방통위원 2명이 참석한 회의다. 임명 당일 이 두 사람은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직함을 달고 한국의 양대 공영방송 이사회 신임 이사를 뽑았다.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씩이다.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된 13명의 경력과 행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과 그 유사단체 출신 인사가 4명이 나왔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 MBC 노조 활동 탄압에 가담했던 MBC 간부 출신, 검사 시절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에 발맞춰 주로 비판 언론을 상대로 이른바 ‘가짜뉴스’ 여론 몰이를 한 단체 소속 인물 등도 다수 들어있었다.

이진숙 임명부터 공영방송 이사 선출까지 속전속결

먼저 이진숙 방통위 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 선출 작업을 한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자. 판사 출신인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2021년 5월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라는 윤석열 지지 조직이 개최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왼쪽)과 이진숙 방통위 위원장(오른쪽)의 모습

김태규 부위원장은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재직 시절 SNS를 통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판결이 활용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며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변호사 시절인 2021년 9월에는 “법관 선발 과정에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자”는 이탄희 당시 국회의원의 주장에 “법관을 좌파 시민단체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심산이라는 의심이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했다.

8월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어제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5시부터 김태규 부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사 13명 중 4명이 공언련 등 단체 출신

3시간 가량 회의에서 방문진 이사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전 MBC NET 사장, 이우용 전 춘천MBC 사장, 임무영 검사 출신 변호사, 허익범 검사 등 6명이 뽑혔다.

KBS 이사에는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 등 7명이 선임됐다.

이에 앞서 KBS 이사에는 53명, 방문진 이사에는 32명이 지원했다.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85명 중 16명이 공언련과 그 유사 단체 출신 인사였다. 이들 중 KBS와 방문진에 각 2명씩 총 4명이 신임 이사로 발탁됐다.

공언련 및 그 유사 단체와 관련된 KBS와 방문진 이사 4명 명단

윤길용 방문진 이사는 울산 MBC 사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생긴 여러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새미래포럼 발기인,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가짜뉴스운동본부) 가짜뉴스선정위원장, 그리고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MBC정상화투쟁본부에서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윤 이사가 활동했던 단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먼저 새미래포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고문으로 활동한 단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에서 각종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를 8차례 이상 열었다. 또 이 단체는 지난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시상식’ 행사를 후원했다. 가짜뉴스운동본부가 진행하는 ‘가짜뉴스 시상식’은 이른바 ‘가짜뉴스 퇴치’에 힘 쓴 공로자에게 상을 수여했다. 

1회 수상자는 유튜버 ‘한동훈삼촌TV(김기환 씨)’ 등이었다. 한동훈삼촌TV는 ‘KBS 정상화 운동’이라며 2022년 6월부터 KBS 앞을 근조 화환으로 에워싸고 욕설 방송을 한 바 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MBC정상화투쟁본부’의 ‘근조 투쟁’ 모습(출처 : 유튜브 정중규)

이들은 이런 활동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근조화환 투쟁’이라고 부른다. 일명 ‘KBS 근조화환 투쟁’ 이후 윤길용 이사가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MBC정상화투쟁본부’도 지난해 MBC 앞에서 근조화환을 세워두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우용 방문진 이사는 춘천 MBC 사장 출신으로 ‘자유민주시민연대(자시연)’의 조직국에서 언론미디어 분야를 담당했다. 자시연은 “자유우파 세력을 강력히 지지하기 위해” 2019년에 결성된 단체다. 공언련 가맹단체는 아니지만 자시연은 공언련과 함께 활동해왔다. 지난해 11월, 자시연과 공언련은 이동관 탄핵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냈다. 또 지난 5월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우남 기억 범국민운동본부’에 함께 가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저는 발기인 등록하고 한 두달만에 그만 뒀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아서 나왔다"고 답했다.

이인철 KBS 이사는 변호사다. 여러 단체에서도 법률 자문 등의 역할을 맡았다. 그는 공언련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인철 이사는 또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 등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무효화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여러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이사는 새미래포럼과 김기현 의원실 등이 주최한 ‘1공영 多민영, 방송체제 정상화’,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등이 주최한 ‘공영방송 정상화: 좌표와 전략’ 등 각종 국회 세미나에 10여 차례 토론과 패널로 참석하여 공영방송 민영화 등을 주장해왔다.

허엽 KBS 이사도 이인철 이사와 함께 바른언론시민행동 소속으로 이 단체의 대표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은 자체 모니터단인 ‘진실수호실천단’을 위촉해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있다. 또 ‘트루스가디언’이라는 미디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바른언론민핸동의 ‘진실수호실천단’은 ‘가짜뉴스’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목적으로 설치됐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방문진 이사 6인 분석

방문진 이사회는 모두 9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보통 여야 6:3 비율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번에 이사 6명만 임명했다. KBS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된다. 여야 7:4 비율이다. 방통위는 이번에 KBS 새 이사를 7명 추천했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방문진 신임 이사진을 우선 집중 검증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일명 ‘부산 스폰서 사건'에 등장한다. 2010년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 등을 잇달아 보도했고, 이듬해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 회장이 자신이 20년간 검사들에게 성접대를 해 온 사실을 폭로했다. 이 내용은 스폰서 정 회장과 기자들이 함께 쓴 책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2011)'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공동 저자인 이른바 ‘스폰서’ 정 회장은 책에서 자신이 임무영 당시 검사를 접대했던 그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장 화끈하게 놀았다.
-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저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중

이 책에 따르면 2003년 대검찰청 감사팀은 부산지방검찰청을 상대로 사무감사를 진행했다. 부산지검 쪽에서 대검 감사팀에 “잘 평가해 달라”는 의미로 ‘감사팀 접대’ 자리를 마련했다. 부산 온천동에 있는 숙박시설을 겸한 룸살롱에서 감사팀 7~8명이 스폰서 정 회장의 접대를 받았다. 임무영 이사는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다. 스폰서 정 회장은 임무영 검사와 관련된 내용을 적으며 “이 부분은 너무 민망하여 이 정도로 요약했다”고 표현했다.

스폰서에게 ‘룸살롱 접대’받은 검사?... 임무영 이사 “다 거짓말”

이 책에는 1, 2차 회식 장소 이름과 주문한 음식 종류, 참석한 검사 이름과 기수, 검사별 성 접대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임무영 이사는 이 책 내용이 “다 거짓말”이라며 “그 사람(스폰서 정 회장)을 본 적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고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그러나 공동취재팀은 당시 스폰서였던 정 회장을 어렵게 설득해 당시 상황을 더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임무영 전 검사를 기억했다. 그는 임 이사를 “한 번 접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굉장히 점잖았다. 그렇데 2차 룸살롱에 갔을 때 굉장히 별나게 놀았다. 당시 부산지검 검사가 60-70명이었는데 제가 50명 정도는 다 알았다. 임무영은 여러 차례 접대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여성혐오와 인종차별 발언까지

임무영 이사의 과거뿐 아니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혐오 발언도 문제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는 그의 인권 의식과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불과 2주 전 임 이사는 페이스북에 장애인 혐오발언을 버젓이 내걸었다.

임무영 페이스북 게시글 (2024.7.19.)

해당 글을 보면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며 심각한 수준의 장애인 혐오 발언을 했다. 공동취재팀이 이 발언을 한 이유를 묻자 임 이사는 “전문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지하철이나 명동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다. 전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아니다”고 답했다.

임무영 이사는 비슷한 시기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사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라는 제목을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사실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중략)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인들은 병원에 가서도 의사로부터 대접을 받음으로써 자존감을 충족시키고 싶어”하는데 의사가 불친절하여 “특별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끼면서 조선인은 의사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인 멸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공동취재팀의 질의에 “그건 아니다. 정상적인 지성이 있고 교양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제가 그렇게 표현하는 대상이 아닌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후진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라고 답했다.

심지어 여성과 인종 차별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에서 흑인 여성 배우가 인어공주 역을 맡은 사실을 두고 인종 차별적인 글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예술적 관점에서) 흑인 인어공주가 있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문제는 걔가 못생겼다는 거였다”라며 외모 비하 발언을 했다. 또 “이런 류의 작품들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요?”라며 “2, 30년 후의 미래에서는 영화에서 본 내용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게 PC와 페미니즘, 그리고 대한민국의 좌파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결과”라고 했다.

임무영 이사의 블로그 글 ‘인어공주와 클레오파트라’ (출처 : 임무영 블로그)

임 이사는 이 글에 대해 “여성이나 인종을 지칭한 차별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여성이나 인종을 지칭해서 쓴 글이 아니고 영화에서 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는 미인이 맡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고 답했다.

또 2021년 5월에 작성한 글 ‘중국의 로켓 추락’에서는 중국 로켓이 추락했는데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기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주석궁(김일성의 생가)’의 경도와 위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구글지도는 전북 김제시”를 가리키고 “네이버 검색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다”며 “중국 화이팅!~”이라고 글을 맺었다. 

지역 혐오 발언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임 이사는 “전국 김제시와 광주 서구에 주석궁이 있다는 건 객관적 팩트인데 어떻게 지역 비하 발언인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저는 호남 사람”이라며 “‘중국 화이팅’은 (중국이) 과학기술의 낙후로 인하여 전지구적 위협을 일으킨 데 대한 조소적 표현”이라고 답했다. 

언론노조 혐오도 윤석열 정부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8월 작성한 글 ‘잼버리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실책’에서 임 이사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노총 언론장악으로 인해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고 적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공격하는 시각과 일치한다. 또 임 이사는 현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공무원 인사권을 과감하게 행사하지 않았다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져오는 좌파 세력은 참 나라를 치밀하게 말아먹은 것 같다”고 적었다.

2020년 1월, 임무영 당시 서울고검 검사가 퇴직 직후 전광훈 집회에 참석하여 발언하는 모습(출처 : 뉴데일리TV)

임 이사는 2020년 1월7일 검찰에서 명예퇴직하고 약 열흘 뒤인 1월18일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제가 검찰에서 정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적화 통일이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이 자리에서 “사회 전 분야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다”며 “좌파의 통일 야욕을 막을 유일한 세력은 검찰”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2021년부터는 약 2년간 극우 성향의 매체 팬엔마이크에 수시로 출연하며 보수 논객 활동을 했다.

최근 이진숙 위원장 지명 뒤에는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이진숙 옹호 의견을 개진하며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7월 17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7월 4일) 등의 글을 썼다. 

채해병 사망 및 수사외압 사건에 관해서는 “박정훈(수사단장)이 한 짓은 직권남용”(5월 8일)이라고 주장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5월 2일)라고 적었다.

임 이사는 ‘적화 통일’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당시 굉장히 친좌파적인 정책으로 (사회가) 치우쳐 있었다”라고 답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임 이사는 전화를 끊었다.

과거 MBC ‘PD수첩’에서 PD들 쫓아낸 윤길용 이사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 패널로 참석한 윤길용 이사는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주에 가깝다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며 “이번이 아마 MBC가 마지막으로 변할 기회다. 정말 이건 생존 투쟁, 죽음으로써 결기가 있지 않으면 영원히 MBC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서 발언 중인 윤길용 이사의 모습

윤길용 이사는 2011년 최승호 PD를 MBC ‘PD수첩’에서 쫓아낸 장본인이다. 2011년 2월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난 뒤 최 PD를 향해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거나 “자유로움을 주자”라면서 공개적으로 ‘축출’했다. 최 PD를 비롯한 PD수첩 PD 6인은 2011년 3월 타 부서로 전출됐고, 시사교양국 PD들은 “철저히 PD수첩을 무력화시키고 고사시키기 위한 인사”라고 반발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직속 후배’ 평가를 받은 윤 이사는 임기 내내 ‘보복 인사’ 논란을 빚었다. 2011년 3월 PD수첩 제작진이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 하자 이를 막아섰고 제작 중단 지시를 거부한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2011년 5월에도 아이템 검열에 반발한 PD를 비제작부서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PD는 경인지사로 전출시켰다. 2011년 7월 법원은 이들의 부당인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2011년 11월 MBC 크리에이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 이사는 2012년 4월 편성국장을 거쳐 2013년 6월 울산MBC 사장, 2017년 3월 MBC NET 사장이 됐다. 

윤 이사는 지난해 8월 ‘스카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언론노조가 ‘언론부역자’ ‘언론적폐’라는 낙인을 찍어 탄압을 하고 사표 낼 것을 압력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에 버텼다”며 “2017년 10월에 서울지검에서 횡령 배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도 왔다. 결국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여러 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MBC 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이기도 한 윤 이사는 지난해 11월 ‘MBC 정상화투쟁 개시 선언식’에서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 구호를 외쳤다. 윤길용 이사는 “현재의 MBC라면 해체가 정답”이라며 “언론이라면 공정보도가 생명인데도 오로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이런 적폐가 오늘날의 MBC를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MBC라디오에서 ‘블랙리스트’ 김미화 교체 주도한 이우용 이사 

윤 이사가 PD수첩을 장악했다면 이우용 신임 이사는 MBC 라디오를 책임졌다. 2011년 2월 MBC 라디오본부장으로 임명된 이우용 이사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던 방송인 김미화 씨의 교체를 주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맡던 김종배 평론가도 퇴출됐고 주요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던 배우 김여진 씨는 '시선집중' 출연이 무산됐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는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졌다.

인사권을 휘두르던 이우용 이사와 윤길용 이사는 2011년 6월 MBC PD협회에서 제명된다. 집단 총의로 특정인을 협회에서 제외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평PD협회는 성명에서 “이우용 본부장이 살생부 놀이를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김미화 씨에 이어 본부장의 정치적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이유를 불문하고 ‘신뢰성 없는 인물’로 낙인찍어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MBC 기획조정본부장 시절의 ‘노조탄압’ 등으로 MBC 기자협회에서 제명됐다.

이우용 이사도 2014년 춘천MBC 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는 MBC C&I 고문을 역임했다. 2024년 3월부터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 활동했다. 윤길용 이사와 이우용 이사 모두 2017년 국정원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다. 이우용 이사는 이와 관련한 공동취재단 질의에 “국정원 문건 내용이 무엇인지 들은 바도 없다”며 “검찰 조사로 종결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윤길용 이사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우용 이사는 방문진 이사 지원 동기에서 “MBC는 노영방송 또는 특정 정당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은 지 오래”라며 직무수행 계획으로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유능한 경영진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된 김동률 교수, 방송사 시청자위원 경력 '오기'

새로 선임된 이사 중에는 이력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김동률 이사(서강대 교수)는 '국민의견수렴용 지원서'에 '시청자위원' 경력 기간과 소속 기관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지원서 주요 경력 사항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모두 시청자위원 등으로 재직(근무기간을 '2005~현재') 중인 상태로 적었다. 

확인 결과 김 교수는 현재 E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MBC 등 4개 방송사에선 시청자위원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2010~2011년 MBC에서, 2008~2010년 YTN 시청자위원을 지냈지만 지원서 작성 시점(7월 3일) 기준으로는 임기가 이미 오래 전 끝난 상태다. 이와 관련해 MBC와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는 모두 "김 교수는 현재 시청자위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SBS와 KBS가 누리집에 공개한 시청자위원 명단에도 포함돼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도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이력서 오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지원서는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고, 방통위는 이사 공모를 공지하면서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임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자격 검증은 물론 이력서 내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방통위 공모 과정에서 기본적인 이력 사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부실 검증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력 사항이 임명 판단 여부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까지 거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사 이력 검토 절차 등에 대한 질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KBS 시청자위원 지원자 중에도 공언련 등 유사 단체 수두룩

한편 어제(7월 31일) 지원 접수가 마감된 KBS 시청자위원회에도 공언련과 그 유사단체 관련  인사가 대거 지원했다. 74명의 지원자 중 15명이 공언련, 자유언론국민연합,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새미래포럼 관련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우후죽순 생긴 공언련 등 보수 지향 유사 단체 다수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언론노조 MBC·KBS본부, “윤석열, 공영방송 장악 의지만 가득”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MBC본부가 어제(7월 31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지원자 일부는 이날 오전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MBC 재직 시절 노조를 탄압하고 ‘MBC 민영화’를 시도했던 장본인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의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을 스스로 각하하고,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MBC본부는 “명백한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이 자체만으로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또 “이진숙을 앞세워 MBC 장악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비이성적 뇌 구조”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오늘(8월 1일) 성명을 내고 새로 뽑힌 KBS 이사들을 “부적격 인물”로 규정했다. “(KBS 이사회를) 박민 사장이 KBS를 파괴하는 데 협조하는 거수기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KBS본부는 “차라리 KBS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권은 이번 이사 선임을 통해서도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였다”고 주장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KBS 이사와 시청자위원,  EBS 이사에 대해서도 이들이 소속돼 활동했던 단체들과 행적을 분석하여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신문)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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