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없는’ ABS에 전국이 화력쇼
폭염 겹쳐…타고투저 흐름 완연
7월의 마지막 날 전국이 불탔다. 30-6으로 KBO 역대 1경기 최다 득점, 최다 점수 차 승패 기록을 갈아치운 광주 KIA-두산 경기를 비롯해 전국 5개 구장, 5개 경기에서 한여름 불볕더위보다 더 뜨거운 화력전이 펼쳐졌다.
두산이 KBO 역사상 초유의 30득점을 올렸고, 인천에서 SSG는 12회말 12-11로 롯데를 꺾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9회말 동점 3점 홈런을 쳤고, 오태곤이 12회말 끝내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수원에서 한화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8득점을 올리며 18-7로 KT를 이겼고, 잠실 난타전에서는 LG가 삼성을 11-5로 꺾었다.
이날 하루에만 모두 149안타, 47볼넷, 109득점이 나왔다. 109득점은 KBO 역대 하루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1999년 6월13일 나온 종전 106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9년 당시 기록은 더블헤더 포함 7경기에서 나온 것이다. 5경기 기준 종전 기록은 2017년 6월18일 95득점이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처음 도입된 올 시즌, 타고투저의 흐름이 완연하다. 이날까지 모두 502경기에서 5384득점이 나와 경기당 평균 10.73득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9.2득점, 그전 시즌 9.06득점과 비교해 1.5득점 이상 올랐다. 일관된 ABS존으로 결국은 타자가 이득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통상 투수들에게 8월은 ‘고난의 달’이다. 체력은 이미 바닥을 향해 가는데 폭염까지 겹치니 타자들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2023시즌 8월 한 달 동안 경기당 평균 10.11득점으로 시즌 전체보다 1점 가까이 높았다. 2022시즌 8월은 9.36득점으로 역시 시즌 평균보다 높았다. 지난달 31일 같은 기록적인 다득점 공방이 앞으로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역시 ABS다. 과거 ‘사람 심판’은 경기가 크게 기울었다 싶으면 어느 정도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운용의 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BS에 그런 ‘융통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날 광주 경기만 해도 두산이 6회 전까지 14-3으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지만 16점을 더 올렸다. 자비 없는 ABS를 처음 대면해야 하는 2024년 8월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극단적인 화력전의 재미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반복되면 뛰는 선수나 보는 팬이나 결국은 진이 빠진다.
광주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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