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좌빨종특" "현 MBC 해체해야" 논란 인물들 공영방송 이사로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⑤]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이명박정부 'MBC 장악' 비판 나왔던 인물들 '복귀'
차별·장애인비하성 발언에 강한 정치적 발언들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이진숙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 후보를 선임했다. 공동취재단 취재 결과, 보수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장악'에 나섰던 간부, 장애인 비하 등 각종 차별적 발언을 했던 인물까지. 공영방송 이사로 부적격해 보이는 인물들이 다수였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에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전 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를 선임했다. KBS 이사진엔 권순범 KBS 이사, 서기석 KBS 이사 연임이 추천됐으며, 신임 이사로 이인철 전 방문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전 여성신문 부사장,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추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통위 추천 당일 KBS 이사 임명안을 재가했다.
임무영 이사, 강한 정치적 발언에 차별적 표현도
임무영 이사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들을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반복해왔다. 7월19일 페이스북에 임 이사는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며 “어제 1호선에 인어공주 한 사람이 탔다. 모든 인어공주들은 발에 힘을 빼고 양 팔로 포복하듯 전진하는데, 이 인어공주는 발목과 발가락을 펴는 힘으로 전진했다. 저게 가능한데 왜 엎드려있지 하는 의문을 참을 수 없었지만, 대한민국은 온통 신비한 일 투성이라..”라고 했다.
7월28일 블로그에선 “사실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고 썼다. 그러면서 “조선인들은 병원에 가서도 의사로부터 대접을 받음으로써 자존감을 충족시키고 싶어하는데 의사가 불친절하여 특별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끼면서 조선인은 의사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5월8일 블로그 '중국의 로켓 추락' 글에선 중국 로켓이 추락했는데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기사를 소개했다. 임무영 이사는 “갑자기 '주석궁'의 경도와 위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구글 지도에서는 주석궁이라고 나오는 곳은 전북 김제시에 있었다. 네이버 검색의 주석궁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었다”며 “중국 화이팅!~”이라고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지명 뒤에는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옹호 의견을 개진했다.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7월17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7월4일) 등 글을 썼다.
채상병 사망 및 수사외압 사건에 관해선 “박정훈(수사단장)이 한 짓은 직권남용”(5월8일)이라고 주장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5월2일)라고 했다.
임 이사는 해당 글들과 관련한 공동취재단 질의에 문자 메시지로 답했다. 그는 장애인을 인어공주라고 한 페이스북 글에 대해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지하철이나 명동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라며 차별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2021년 중국 로켓과 전라도 주석궁에 대한 글에서는 “김제시, 광주 서구에 주석궁이 있다는 건 객관적 팩트인데 그게 어떻게 지역 비하발언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국 화이팅'이라는 문장은 과학기술의 낙후로 인하여 전지구적 위협을 일으킨 데 대한 조소적 표현이다. 이 역시 지역 비하발언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 출신이라며 호남 비하 지적이 억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무영 검사 술 마시니까 돌변” 성접대 의혹에 “다 거짓말”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장 화끈하게 놀았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검사 출신인 임무영 이사는 2011년 출간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책에 언급된다. 2010년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 편을 연달아 보도하자, 이듬해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가 20년간 자신이 검사들에게 성접대를 해왔다고 폭로했고 이 내용이 정씨와 당시 취재 기자들이 함께 쓴 책에 기록돼 있다. 책에 따르면, 임무영 당시 검사 등은 2003년 회식 장소에서 검사들이 여성 종업원과 '러브샷'을 하는 등 접대를 받았다.
의혹과 관련 임무영 이사는 1일 공동취재단에 “다 거짓말”이라고 해명했다. 임 이사는 “그 사람(스폰서 정아무개)을 본 적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 친구가 이슈화 시켜서 책을 팔자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돌아서 별도로 고소 등 법적 조치는 안 했다”고 말했다.
김동률 이사 과거 칼럼 “MBC 민영화”, “김 여사 커리어우먼”
김동률 방문진 이사는 'MBC 민영화'를 주장한 인사다. 김동률 이사는 2022년 4월 서울신문 칼럼에서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관변 언론의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막상 당선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없던 일로 했다”며 “지금쯤 지나치게 많은 관변 언론은 정리되는 게 맞다. (중략) 관변 언론은 이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칼럼도 있다. 2023년 2월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 칼럼에서 김동률 이사는 “김 여사는 커리어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면서 “그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동률 방문진 이사는 '국민의견수렴용 지원서'에 '시청자위원' 경력 기간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경력사항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모두 시청자위원 등으로 재직(근무기간을 '2005~현재') 중인 상태로 적었다.
김 이사는 과거 활동까지 묶어 이력서에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오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방통위는 이사 공모를 공지하면서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임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MB 시절 방송탄압 논란 빚은 윤길용 이우용
윤길용 이사와 이우용 이사는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마찬가지로 MBC 구성원들과 극단적 대립을 펼쳐온 인물이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 패널로 참석한 윤길용 이사는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며 “이번이 아마 MBC가 마지막으로 변할 기회다. 정말 이건 생존 투쟁, 죽음으로써 결기가 있지 않으면 영원히 MBC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길용 이사는 2011년 최승호 PD를 MBC 'PD수첩'에서 쫓아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1년 2월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난 뒤 최 PD를 향해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거나 “자유로움을 주자”라면서 공개적으로 '축출'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직속후배' 평가를 받은 윤 이사는 임기 내내 '보복인사' 논란을 빚었다. 2011년 3월 PD수첩 제작진이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 하자 이를 막아섰고 제작 중단 지시를 거부한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시켰다. 2011년 5월에도 아이템 검열에 반발한 PD를 비제작부서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PD는 경인지사로 전출시켰다. 2011년 7월 법원은 이들의 부당인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2011년 11월 MBC 크리에이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 이사는 2012년 4월 편성국장을 거쳐 2013년 6월 울산MBC 사장, 2017년 3월 MBC NET 사장이 됐다. 울산MBC 사장 시절 MBC 고위 임원에 고가의 선물과 골프 접대를 했다는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으로 2017년 감사를 받았지만 갑작스런 감사국 인사이동 등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우용 이사는 MBC 라디오를 책임졌다. 2011년 2월 라디오본부장으로 임명된 이우용 이사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던 방송인 김미화씨의 교체를 주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맡던 김종배 평론가도 퇴출됐고 주요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던 배우 김여진씨는 출연도 전에 출연이 무산됐으며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는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졌다.
이우용 이사도 2014년 춘천MBC 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는 MBC C&I 고문을 역임했다. 2024년 3월부터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 활동했다. 윤길용 이사와 이우용 이사 모두 2017년 국정원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다. 이우용 이사는 관련 공동취재단 질의에 “국정원 문건 내용이 무엇인지 들은 바도 없다”며 “검찰 조사로 종결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윤길용 이사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우용 이사는 방문진 이사 지원 동기에서 “MBC는 노영방송 또는 특정 정당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은 지 오래”라며 직무수행 계획으로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유능한 경영진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했다.
MBC 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인 윤길용 이사는 지난해 11월 'MBC 정상화투쟁 개시 선언식'에서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 구호를 외쳤다. 윤길용 이사는 “현재의 MBC라면 해체가 정답”이라며 “언론이라면 공정보도가 생명인데도 오로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이런 적폐가 오늘날의 MBC를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공동취재단은 KBS 시청자위원 명단이 확정되고 EBS도 이사진의 선임이 마무리 되면 신임 위원, 이사들이 소속돼 활동했던 단체들과 행적을 분석하여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인·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종화·연다혜·박상희(뉴스타파),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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