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놀라운 신임 방문진·KBS 이사들의 면모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④]

문상현 기자 2024. 8. 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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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의 정점이자 마침표로 평가 받는 방문진과 KBS 이사진이 교체됐다. 공동취재단이 새 이사진 면면을 검증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진짜 저널리즘 실천)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

“사실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당일 신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과 KBS 이사로 선임·추천한 인사들의 발언과 페이스북, 블로그에서 확인되는 글들이다. 7월31일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6시간 만에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추천안을 의결했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새로 선임·추천된 이사진 가운데 여성·인종·지역 차별 발언 등을 했던 인물과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및 유사 단체 소속이거나 과거 ‘MBC 언론 탄압’에 가담한 의혹을 받은 MBC 간부 출신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7월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의 신규 이사진을 선임, 추천했다. ⓒ연합뉴스

방문진 이사는 모두 9명으로 6명이 여권 추천, 3명이 야권 추천 몫이다. 이번 인사로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9명 중 6명이 교체됐다.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야권이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한 규탄의 의미로 후임을 추천하지 않아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새로 선임된 6명의 방문진 이사는 허익범 변호사, 김동율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등이다.

KBS 이사는 총 11명이다. 이 가운데 7명이 새로 추천됐다. KBS 이사는 방문진 이사와 달리,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야권 추천 몫 4명은 제외됐다. 새로 추천된 KBS 이사는 권순범 현 이사, 서기석 현 이사장,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일 KBS 이사 7명을 임명했다.

■임무영 신임 방문진 이사 “지하철 적선 요청 하는 사람 전문용어로 인어공주”

신임 방문진 이사 가운데 임무영 이사는 검사 출신이다. 2019년 검찰 내부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주목 받았다. 조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82학번 동기다. 2020년 1월7일 검찰에서 명예퇴직했다.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2020년 1월7일 검찰에서 명예퇴직한 후 11일 뒤인 1월18일 광화문에서 전광훈 목사 등이 개최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 참석해 “좌파세력 막을 길은 검찰 뿐, 총선에서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유튜브 뉴데일리TV 캡처

임무영 이사의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는 장애인과 여성, 지역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글들이 확인된다. 7월19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보면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며 “어제 1호선에 인어공주 한 사람이 탔다. 모든 인어공주들은 발에 힘을 빼고 양 팔로 포복하듯 전진하는데, 이 인어공주는 발목과 발가락을 펴는 힘으로 전진했다. 저게 가능한데 왜 엎드려있지 하는 의문을 참을 수 없었지만, 대한민국은 온통 신비한 일 투성이라...”라고 글을 맺었다.

임무영 방문진 이사가 7월19일 페이스북 게시물에 올린 글. ⓒ임무영 이사 페이스북 캡처

7월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는 “사실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라고 적었다. “이런 땅바닥을 휩쓸고 있는 자존감이 올라가 조선인에서 한국인으로 진화하는 순간 의사에 대한 반감도 사라지고,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는 반일도 사라지겠지” "80년대 조선인들은 볼리비아로부터 인정을 받아도 자존감을 느꼈을 정도로 열등감에 쩔어있었다” 등의 문장도 추가했다.

임무영 이사가 7월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임무영 이사 페이스북 캡처

2023년 5월14일 블로그에 게시한 ‘인어공주와 클레오파트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는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를 두고 “(당시 논란이었던) 흑인 인어공주가 있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다. 문제는 걔가 못생겼다는 거였다. 비욘세나 유역비 같은 외모를 가진 배우가 연기했다면 인종 문제 시비도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썼다. 또한 “이런 류의 작품들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요?”라며 “2,30년 후의 미래에서는 영화에서 본 내용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게 PC와 페미니즘, 그리고 대한민국의 좌파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결과”라고 정리했다.

임무영 이사는 2023년 5월14일 자신의 블로그에 ‘인어공주와 클레오파트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무영 이사 블로그 캡처

2021년 5월8일에 블로그 ‘중국의 로켓 추락’이라는 글에서는 중국 로켓이 추락했는데 잔해가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기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주석궁(김일성의 생가)’의 경도와 위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구글 지도에서는 주석궁이라고 나오는 곳은 전북 김제시에 있었다. 네이버 검색의 주석궁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었다”며 “중국 화이팅!~”이라고 글을 맺었다.

임무영 KBS 이사는 2021년 5월8일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의 로켓 추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무영 이사 블로그 캡처

최근 이진숙 위원장 지명 뒤에는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이진숙에 대한 지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7월17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7월4일)” 등 글을 썼다. 각종 현안에서도 윤석열 정권과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상병 사망 및 수사외압 사건에 관해서는 “박정훈(수사단장)이 한 짓은 직권남용(5월8일)”이라고 주장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5월2일)”라고 적었다.

“불구 가장해 동냥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 설명한 거다”

임 이사는 페이스북과 게시물에 대한 공동취재단의 질의에 문자 메시지로 답을 보냈다. 그는 장애인을 인어공주라고 표현한 페이스북 글에 대해 “(공동취재단의) 질문은 글을 끼워 맞춘 왜곡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지하철이나 명동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다. 전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화 인어공주에 대한 블로그 글에 대해서는 “전문을 읽어보면 여성이나 인종을 지칭한 차별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여성이나 인종을 지칭해서 쓴 글이 아니고 영화에서 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는 미인이 맡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여성이나 인종을 지칭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은 다른 글에서 뮤지컬 해밀턴을 거론하며 백인 캐릭터를 맡았던 르네 엘리스 골즈베리를 칭찬했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2021년 중국 로켓과 전라도 주석궁에 대한 글에서는 “전북 김제시, 광주 서구에 주석궁이 있다는 건 객관적 팩트인데 그게 어떻게 지역 비하발언인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나는 호남대안포럼 서울시 지회장을 맡았던 사람으로 호남 출신이다. 호남 사람이 고향을 비하한다는 건 굉장한 억측이다. ‘중국 화이팅’이라는 문장은 과학기술의 낙후로 인하여 전지구적 위협을 일으킨 데 대한 조소적 표현이다. 이 역시 지역 비하발언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선인이 의사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페이스북 관련 글 질의에는 “정상적인 지성이 있고 교양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제가 그렇게 표현하는 대상이 아닌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후진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라고 답했다.

임 이사는 공동취재단에 문자 메시지로 답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3개의 게시물을 통해 답변 전문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임 이사는 “일반적으로 언론 인터뷰는 답변이 의도대로 나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답변을 미리 공개했다. 혹시 기사의 내용이 제가 한 답변과 취지가 맞지 않아 어색할 경우는 이 글들을 참조해 달라”고 적었다.

‘접대 검사 명단’에 올라간 임무영 검사 이름

임무영 이사의 이름은 이른바 ‘부산 스폰서 사건’에도 등장한다. 2010년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 편을 연달아 보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이듬해인 2011년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가 20년간 자신이 검사들에게 성접대를 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 내용은 정씨와 당시 취재 기자들이 함께 쓴 책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에 기록돼 있다.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장 화끈하게 놀았다(〈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2011년).”

책 내용에 따르면, 2003년 대검찰청 감사팀은 부산지방검찰청을 상대로 사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를 마칠 때쯤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고 한다. 2차 회식 장소는 부산시 온천동에 있는 한 룸살롱이었고, 검사들이 여성 종업원과 ‘러브샷’을 하는 등 접대를 받았다. 접대를 받은 검사 명단에는 임무영 당시 검사가 실명으로 적혀있다.

책 내용에 대해 임무영 이사는 공동취재단과 전화통화에서 “다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임 이사는 “그 사람(스폰서 정아무개 씨)을 본 적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며 “그 친구(정 씨)가 이슈화 시켜서 책을 팔자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돌아서 별도로 고소 등 법적 조치는 안 했다”고 말했다.

■윤길용·이우용 방문진 이사, 이인철 KBS 이사의 공통점

방문진과 KBS 이사 후보 지원 마감일이었던 7월11일까지 방문진 이사에 32명, KBS 이사에는 53명이 지원했다. 공동취재팀 분석 결과, 전체 85명의 후보 중 16명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혹은 유사한 성격의 보수 단체 소속 인사였다. 이들 중 방문진과 KBS에 각 2명씩 총 4명이 신임 이사로 발탁됐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2022년 6월10일 설립된 단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2021년 11월 KBS, MBC 등 각 방송사의 보수 성향 노조와 시민단체가 만든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 이 단체의 뿌리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이 단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현재 방송, 언론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력 풀이자 핵심 지지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 이번이 아마 MBC가 마지막으로 변할 기회다. 정말 이건 생존 투쟁, 죽음으로써 결기가 있지 않으면 영원히 MBC는 회복할 수 없다(7월18일 국회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 패널로 참석한 윤길용 이사 발언).”

윤길용 신임 방문진 이사는 MBC PD로 입사해 울산 MBC 사장을 지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직속후배’ 평가를 받은 윤 이사는 MBC시사교양국장 시절 임기 내내 ‘보복인사’ 논란을 빚었다.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 시절 PD수첩 제작진이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 하자 제작 중단을 지시했고, 이를 거부한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시켰다. 2011년 5월에도 아이템 검열에 반발한 PD를 비제작부서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PD는 경인지사로 전출시켰다. 2011년 7월 법원은 이들의 부당인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2011년 3월16일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과 참여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기자협회·언론노조 등 240여 개 노동·사회·언론 단체가 참여한 ’PD수첩 사수, 언론자유 수호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시사IN 포토

윤 이사는 2013년 울산MBC 사장 시절 MBC 고위 임원에 고가의 선물과 골프 접대를 했다는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이 제기돼 2017년 감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감사국 인사이동 등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길용 이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생긴 보수 지향 단체 여러 곳에 중복 가입해 활동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공언련 가맹 단체인 새미래포럼 발기인,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가짜뉴스운동본부) 가짜뉴스선정위원장, 그리고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MBC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 등을 맡았다.

윤 이사가 활동했던 단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선 새미래포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고문으로 활동한 단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까지 국민의힘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에서 각종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를 8차례 이상 열고 있다. 새미래포럼은 2023년 12월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시상식’에 후원했다. 시상식은 이날 출범한 ‘가짜뉴스 뿌리뽑기 범국민운동본부’가 준비한 행사로, ‘가짜뉴스’ 퇴치에 힘 쓴 공로자에게 상을 수여했다. 1회 수상자로 유튜버 ‘한동훈삼촌TV(김기환씨)’ 등이 선정됐다. 한동훈삼촌TV는 2022년 6월부터 KBS 앞을 근조 화환으로 에워싸고 방송을 했다.

윤길용 이사가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MBC정상화투쟁본부는 2024년 2월26일 MBC 사옥 앞에서 근조화환 투쟁 활동을 했다. ⓒ유튜브 정중규 채널 캡처

윤길용 이사가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MBC정상화투쟁본부도 지난해 MBC 앞에서 근조화환을 세워두는 등의 활동을 했다. 윤 이사는 2023년 11월 ‘MBC 정상화투쟁 개시 선언식’에서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 구호를 외치며 “현재의 MBC라면 해체가 정답”이라며 “언론이라면 공정보도가 생명인데도 오로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이런 적폐가 오늘날의 MBC를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우용 신임 방문진 이사는 춘천 MBC 사장 출신이다. 이우용 이사가 2011년 라디오본부장이던 시절 김미화·김종배·김여진·윤도현씨 등 프로그램 진행자 또는 패널들이 차례로 하차하거나 출연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이른바 ‘MBC판 블랙리스트’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논란이 불거졌다. 이우용 이사는 윤길용 이사와 함께 2011년 6월 MBC PD협회에서 제명됐다. 협회가 집단적인 총의로 특정인을 제외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MBC 기획조정본부장 시절의 ‘노조탄압’ 등으로 MBC 기자협회에서 제명된 바 있다.

이우용 이사는 자유민주시민연대(자시연)의 조직국에서 언론미디어 분야를 담당했다. 자시연은 ‘자유우파 세력을 강력히 지지하기 위해’ 2019년에 결성된 단체다. 자시연은 공언련과도 함께 활동해왔다. 2023년 11월, 자시연과 공언련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냈다. 올해 5월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우남 기억 범국민운동본부’에 함께 가입했다.

이우용 이사와 윤길용 이사는 2017년 국정원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이 이사는 당시 수사에 대한 공동취재단 질의에 “국정원 문건 내용이 무엇인지 들은 바도 없다. 검찰 조사로 종결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자시연에) 발기인 등록하고 한두 달 만에 그만 뒀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아서 나왔다”고 밝혔다. 윤길용 이사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인철 KBS 이사는 변호사 출신이다. 공언련의 전신 국민언론감시연대 시절부터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은 자체 모니터단인 ‘진실수호실천단’을 위촉해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있다. 또 ‘트루스가디언’이라는 미디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인철 이사는 민주당이 제시한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등에 대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무효화 한다”고 주장하며 여러 토론회에 참석해왔다. 새미래포럼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주최한 ‘1공영 多민영, 방송체제 정상화’,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등이 주최한 ‘공영방송 정상화: 좌표와 전략’ 등 각종 국회 세미나에 10여차례 토론과 패널로 참석하여 공영방송 민영화를 주장해왔다. 허엽 KBS 이사도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 출신이다.

■ “명백한 방통위법 위반” “차라리 KBS 이사회를 해체하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MBC본부가 7월31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 지원자 일부는 이날 오전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MBC 재직 시절 노조를 탄압하고 ‘MBC 민영화’를 시도했던 장본인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의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을 스스로 각하하고,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MBC본부는 “명백한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이 자체만으로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며 “이진숙을 앞세워 MBC 장악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비이성적 뇌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신임 방통위상임위원이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오늘(8월 1일) 성명을 내고 새로 뽑힌 KBS 이사들을 “부적격 인물”로 규정했다. “(KBS 이사회를) 박민 사장이 KBS를 파괴하는 데 협조하는 거수기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KBS본부는 “차라리 KBS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주장하며 “윤석열 정권은 이번 이사 선임을 통해서도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였다”고 성명서에서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5개 야당은 8월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야당은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이 위원장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자질에 큰 문제가 드러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회의를 열고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을 위배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기피신청에 대해 스스로 의결에 참여해 기각한 것 역시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통위 수장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위원장, 김 전 위원장, 이 전 직무대행은 탄핵안 표결 전 자진해서 사퇴했다.

한편 공동취재팀은 KBS 시청자위원 명단이 확정되고 EBS도 이사진의 선임이 마무리되면 신임 위원, 이사들이 소속돼 활동했던 단체들과 행적을 분석하여 연속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문상현(시사IN)·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박강수(한겨레) 기자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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