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가는 우주선? 무덤 가는 편도행![낙서일람 樂書一覽]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아메데오 발비 지음 | 장윤주 옮김
북인어박스 | 260쪽 | 1만7500원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이 사는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자금력도 있는 데다 민간 우주 로켓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이뤄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화성 이주도 해내지 않을까. 그러나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에 따르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건 ‘헛소리’다.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인 난점이 너무 많아서다.
화성으로 가는 것부터가 문제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는 5500만㎞인데,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40배가 넘는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기술 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9개월이 걸린다. 환경도 가혹하기 짝이 없어서 최저기온이 영하 80도로 떨어지고 4개월 동안 태양이 뜨지 않는 남극도 화성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2019년 머스크가 트위터로 시사한 것처럼 핵폭탄을 떨어뜨려 ‘테라포밍’(외계 행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을 하면 어떨까. 화성의 극지 얼음을 부분적으로 녹이는 데만 현재 인류가 보유한 것보다 많은 양의 핵폭탄이 필요하다. 핵폭발 이후 방사능은 또 어떻게 처리할 건가. 수백㎞ 길이의 궤도 거울을 사용해 극지의 얼음을 녹이고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로 화성의 대기 온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저자는 “엄청난 경제적 자원과 놀라운 기술이 동원된다 해도 호흡 가능한 대기를 만드는 데는 수십만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향후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화성에 거주하는 건 물론이고 여행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모험은커녕 무덤으로 가는 편도 여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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