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한 경쟁·즐기는 경기…태극전사가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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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의 낭보가 찜통 더위를 견디게 하는 힘을 준다.
남자 펜싱 사브르의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은 1일 헝가리를 누르고 가장 높은 시상대에 섰다.
태극전사들이 금메달 5개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한 원동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과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품격이 결합한 산물이다.
피 말리는 경쟁을 통과한 전훈영은 파리올림픽이 첫 메이저대회인데도 여자 양궁 10연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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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배려 매너와 혁신 결합 시너지
2024 파리올림픽의 낭보가 찜통 더위를 견디게 하는 힘을 준다. 남자 펜싱 사브르의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은 1일 헝가리를 누르고 가장 높은 시상대에 섰다. 오상욱은 개인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남녀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3연패와 10연패를 달성해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사격은 금·은메달 2개씩을 수확해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다. 오예진과 김예지는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태극전사들이 금메달 5개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한 원동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과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품격이 결합한 산물이다. 기업들의 전폭적인 후원도 큰 힘이 됐다.
남자 펜싱은 세대교체로 더 강해졌다. 베테랑 김정환·김준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을 땐 전력 누수 우려가 컸다. “정말 많이 박살 났다. 자신감을 잃을 정도”(오상욱)로 흔들리기도 했다. 이때 맏형 구본길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20대 신예 박상원과 도경동을 다독여 원팀으로 묶었다. 자신감을 얻은 도경동은 결승에서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양궁은 ‘공정’의 대명사다. 3년 전 도쿄올림픽 3관왕이 탈락할 정도로 ‘지금 가장 잘 하는 선수’만 뽑는다. ‘과거에 잘했다’는 통하지 않는다. 피 말리는 경쟁을 통과한 전훈영은 파리올림픽이 첫 메이저대회인데도 여자 양궁 10연패를 이끌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내가 선발돼버렸다”는 그의 인터뷰가 많은 것을 대변한다. 학맥·인맥 논란에 휘말린 대한축구협회와는 극명히 대비된다. 입으론 공정을 외치면서도 반칙과 편법이 판치는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극전사들의 배려와 매너는 기대 이상이다. 오상욱은 결승에서 넘어진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금·은·동메달이라는 성적의 중압감을 넘어섰기에 가능한 여유였다. 남자 수영 메달 후보였던 황선우는 결선 진출이 좌절되자 “내 수영 인생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교훈을 얻었다”고 의연해했다. 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선 동메달을 딴 임종훈·신유빈이 2위를 차지한 북한 리정식·김금용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여자 사격 김예지는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김예지의 영상을 보고 “액션 영화에 캐스팅하자”는 댓글을 달았다. 김예지가 지난 5월 사격월드컵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의 장면에 감탄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48년 만에 최소 선수(143명)를 파견하고도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둔 또 다른 비결은 혁신이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슈팅 로봇을 제작해 훈련방식을 개선했다. 삼성전자와 SK도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국가대표를 도왔다. 공정하게 선발된 선수들은 넘어진 상대를 일으켜 세우고 승부를 즐길 줄 안다. 여기에 혁신까지 결합하면 세계 1위가 되는 건 당연하다. 파리올림픽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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