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의 노인복지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노인복지 새로운 틀 구축, 예방적 복지로 선제 대응
신명준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14년 420억 원, 2018년 730억 원, 2022년 1400억 원, 2024년 1800억 원이 들어가는 곳은 어디일까? 부산시 세입세출 예산 각년도에 의하면 장기요양등급자의 부산시 부담금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하는 것일까? 이렇게 늘어나는 지출은 노인 복지를 위한 것이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줘야할까?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노후의 건강증진 및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따라서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하면 등급 판정위원회가 심의 및 판정을 통해서 장기요양 등급을 부여하며 이에 따라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 보호 ▷단기 보호 ▷기타재가급여(복지용구) 로 구성된 재가 급여 또는 시설 급여, 특별현금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시설 급여는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 등에 장기간 입소해 서비스를 받는 것이며, 특별현금급여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이용이 힘든 사유가 있어 가족 등으로부터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현금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받는 수급자는 서비스의 일부 금액(15~20%)을 부담하게 되어 있으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장기요양보험 누적 신청자는 142만 9046명이며 그 중 등급 인정자는 109만7913명이다. 노인 인구 대비 인정률은 11.1% 이다. 한 때 부산은 장기요양 인정률이 전국평균에 비해 낮아서 인정률을 개선하는데 목표를 두고 많은 노인이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대상자들이 이런 제도를 몰라서 연결되지 못 하고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홍보나 행정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하지만, 노인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예방적 복지를 운영하여 다른 시·도에 비해서 노인이 더 건강하기 때문에 인정률이 낮다면 이는 더 칭찬해줘야할 일이 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필요한 서비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부산처럼 노인인구가 절대적으로 늘어가는 시점에서 예방적 복지 예산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장기요양등급자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우 복지 수혜의 범위가 숫자로 나타나게 되고, 혜택을 받는 대상자나 가족들은 모두 실질적 혜택을 보았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노인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서 장기요양등급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하는 예방적인 복지를 하겠다고 하면 한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예산 편성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당연히 건강한 어르신을 더 많이 만들어서 노후 생활을 스스로 활기차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길로 가야한다.
2014년 장기요양등급자 부산시 부담금이 420억 원에서 2024년 10년만에 1800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부담금은 연 평균 16.52% 정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로 10년이 지속된다면 2034년에는 84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예산을 추가해 이런 부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복지에 힘을 쏟아야한다. 평균 증가율을 10%로 떨어뜨릴 수만 있어도 2034년 부담금은 4700억 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마을건강센터의 최근 활동을 보고 있으면 부산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생각을 가진 마을 간호사, 마을건강 활동가, 보건소 담당자들이 근무하는 마을건강센터는 건강상담, 만성질환 등록 관리 및 건강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마을건강센터가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노인들의 노쇠 정도를 평가하고 근감소증 유무를 선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체기능 향상을 위해 마을 활동가가 체계적인 운동, 인지복합 운동 등을 배워서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호동의 경우에는 쇠약한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말벗 활동과 더불어 같이 운동하는 것을 배워서 실천하고 있다.
노인복지는 오래된 단어이다. 하지만 다시 재해석해 새로운 시대에 맞도록 재탄생시켜야한다. 개인의 건강증진 활동에서 마을의 건강증진 활동으로, 노인들을 위한 수동적 복지가 아닌 노인들을 위한 능동적, 예방적 복지로 큰 틀을 바꾸고, 여기에 여러 전문가들을 모아 토의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한다. 앞으로 10년, 부산을 살고 싶은 도시 1등으로 만들어보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