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제2부속실

이은정 기자 2024. 8. 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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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는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와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비자금 사건에 얽혀 곤욕을 치렀다.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제2부속실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대선 공약으로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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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는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그녀는 뉴딜 정책 입안에 한몫을 했고 퇴임 후 UN인권대사를 지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고용주가 피고용인의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것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안 작업을 주도했다. 이처럼 미 영부인이 남다른 정치적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유는 법적으로 공식적 역할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대다수 나라는 대통령 부인에게 법적 권한이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 배우자에게 공식 지위를 부여하고 별도 예산을 책정하려다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물론 이 계획은 철회됐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정한 법률이 없다. 대통령 부인은 선출직은 아니지만 사실상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외 주요 행사에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 활동도 한다.

또한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위치라 막강한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 부인과 관련해 비자금 관리 의혹이나 권력형 스캔들이 종종 발생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와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비자금 사건에 얽혀 곤욕을 치렀다. 민간인이지만 최고 권력자 지근거리에 있다 보니 영부인 활동을 보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대 정부에서 그 역할을 한 곳이 제2부속실이다.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제2부속실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소외된 계층을 살피는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본인 의지에 따라 폐지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제2부속실을 드나들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2015년 해체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를 부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며 대선 공약으로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김해 봉하마을 방문 같은 공식 행사에 지인을 데려가거나 명품백 수수의혹이 이는 등 잡음이 불거지자 제2부속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의혹으로 검찰 대면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정부가 입장을 선회해 제2부속실을 만들기로 했다. 늦었지만 앞으론 김 여사 관련 업무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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