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의 두잉세상] K-에듀의 마중물 ‘아침 체인지(體仁智)’

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2024. 8. 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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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동명대 총장·지방대학활성화특별위원장

한국 초·중등 학교의 경쟁교육을 깰 구체적 행동이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학교를 깨우는 아침 체인지(體仁智)’가 그것이다. 아침마다(8시~8시 50분) 1주일에 한 번 이상, 전교생이 20분 이상씩 신체 활동을 하는 게 ‘아침 체인지’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정책을 실천하는 학교에 강사비와 간식비 등으로 예산 10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초등학교 132개교, 중학교 131개교, 고교 91개교, 특수학교 6개교 등 총 360개 학교가 참여 중이다. 학교 급별 신청 비율은 고교-중학교-초등학교 순이다. 입시 준비에 바빠 체육활동을 등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교의 참여 비율이 높은 게 인상적이다.

‘움직임은 본능’임에도 한국 교육은 두터운 지덕체(智德體)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경쟁교육의 심화에 따라 체육과 신체 활동은 무시되어 왔다.

그 결과 한국 청소년의 체력 수준은 급격히 나빠졌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집콕’ 시간이 늘면서 학생들의 체력은 크게 떨어졌다. 2023년 발표된 학생건강체력평가(팝스) 결과에 따르면 4·5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이 2019년 12.2%였지만, 2022년 16.6%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과체중·비만 학생 비율도 25.8%에서 30.5%로 높아졌다.

지난달 문화체육부 장차관과 교육부 체육교육 담당 국장을 비롯해 체육계, 학계 인사가 참여한 ‘학교체육 활성화 포럼’에서 유인촌 장관은 “학교체육은 이미 시간을 많이 놓쳤다. 여기서 더 주춤거리면 안된다”면서 “혁명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교육위원회도 4월 약 40년 만에 초등 1, 2학년의 체육 교과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지자체인 서울 금천구는 초등학생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관내 6개 초등학교에 ‘금천형 건강 증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 교육청 지자체 등이 전 방위로 나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영국은 2022년 발표된 체육 수업 강화대책에서 일반 학생은 하루 최소 60분, 장애 학생은 최소 20분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2022~2023년 3억2000만 파운드(약 5,05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미 2012년부터 초등학생들이 15분간 1마일을 뛰는 ‘데일리 마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이것으로는 학생들의 체력과 비만을 줄이는 데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부산시교육청의 체육활동 강화 정책은 전국에서 처음은 아니지만, 교육감이 정책으로 밀고 있고 참여 학교가 광범위하며 학생 학부모가 호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부 교사의 반대는 아쉽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시도됐던 주 5일간 하루 6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서울학생 7560+’ 정책은 담당자의 인사이동과 교육감 교체로 인해 지속되지 못했다. 일부 열정적인 체육 교사가 타 교과와의 융합 수업 등으로 체육의 가치를 올리고 있지만, 수혜 학생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 8학군 복판에 있는 구룡중은 점심시간을 다른 학교보다 10분 많은 1시간으로 책정해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버스킹 스포츠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틈을 가진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아침 체인지’와 더불어 IB(국제바칼로레아)가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산은 한국 교육 개혁의 성지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왜 IB가 초·중등 교육에 도입돼야 하는지 언론 지면을 통해 누누이 강조해 왔다. IB는 대구와 제주에서 아이들의 변화는 물론 진학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필자가 현직 대학 총장으로는 유일하게 ‘한국IB교육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건 동명대의 두잉(Do-ing)교육과 초·중등의 IB, 체덕지가 융합되면 K-에듀를 만들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다. IB는 서울 경기 인천 등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에서 속속 세력을 넓히고 있지만 부산에서는 그 열기가 덜하다.

교육이 ‘한국 성장 동력’의 핵심이 되는 게 K-에듀다. 한강의 기적은 교육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의 교육은 한국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에 프리미엄 라벨 K를 붙이려면 온 사회가 나서야 하는데 초·중등 교육이 해야 할 일은 경쟁이 아니라‘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다. 머릿속의 암기 지식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의미가 없다.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의 핵심역량은 협업 소통 질문 창의력이 융합된 문제해결 능력이다. 이런 측면에서 ‘아침 체인지’는 의미가 깊다.


스포츠와 땀 흘리는 신체 활동이 아이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키워 공부를 잘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방학이라 운동장을 뛸 수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안이 있다. 부산은 요즘 한창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맨발 걷기의 성지다. 7개의 해수욕장에는 남녀노소가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이 행렬에 동참해 K-에듀를 만드는 데 주춧돌을 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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