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부터 김대중까지…‘시대의 나침반’ 59인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8. 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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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국사상선(1차분 전 10권 세트)- 이익주 편저 외 /창비 /세트 22만원

- 한반도 흔들어 깨운 사상가들
- 창비 총 30권 2026년까지 완간
- 올해 출간 10권엔 세종·정조 등
- 그들의 고투가 한국 발전 이뤄

정도전(1342~1398) 표준영정. 문헌사당 소장. 창비 제공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시대의 사상가’. ‘위인’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사상가’는 조금 낯설다. 위인이 인기와 화제를 모으고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이라면, 사상가는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있어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분야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한반도를 흔들어 깨운 사상가는 어떤 인물을 가리키는지 자못 궁금하다.

‘창비 한국사상선’은 창비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의 위대한 사상적 거장들의 사유와 철학을 톺아보는 특별기획이다. 2026년 완간을 목표로 3년 동안 59명의 사상을 30권에 담을 예정이다. 조선 건국기 정도전부터 한국 현대사의 김대중까지 각 시대의 나침반이 돼주었던 당대의 인물은 현실을 냉정히 살피고 새로운 삶의 보편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붓과 펜을 들었다. 그들의 고투 덕택에 우리는 오늘의 한국을 이루어냈고 전 세계적인 K-문화 또한 이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전30권 목록은 조선 건국을 시점으로, 근대 전환기를 분기로 삼아 전기편 ‘민본의 이상을 펼치다’(1~15권)와 후기편 ‘문명의 전환을 사유하다’(16~30권)로 구분했다. 특이한 구성이다. 책 제목을 훑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상의 거대한 흐름을 보는 느낌이라 모두 소개한다. 1차분 10종은 2024년 7월에 출간됐다. 전기편/ ‘1권 정도전’ ‘2권 세종·정조’ ‘3권 김시습·서경덕’ ‘4권 함허기화·청허휴정·경허성우’ ‘5권 이황’. 후기편/ ‘16권 최제우·최시형·강일순’ ‘17권 김옥균·유길준·주시경’ ‘18권 박은식·김규식’ ‘19권 안창호’ ‘20권 박중빈·송규’.

2차분 10종은 2025년 나올 예정이다. 전기편/ ‘6권 조광조·조식’ ‘7권 이이’ ‘8권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9권 정제두·이충익·심대윤’ ‘10권 유형원·이익’. 후기편/ ‘21권 김구·여운형’ ‘22권 한용운·신채호’ ‘23권 조소앙’ ‘24권 홍명희·정인보’ ‘25권 염상섭·나혜석’.


3차분 10종은 2026년 펴내 30권 완간 예정이다. 전기편/ ‘11권 박지원’ ‘12권 홍대용·김정희’ ‘13권 임윤지당·이사주당·강정일당’ ‘14권 정약용’ ‘15권 최한기’. 후기편/ ‘26권 안재홍·백남운’ ‘27권 유영모·김재준·이효재’ ‘28권 함석헌’ ‘29권 임화·김수영·신동엽’ ‘30권 김대중’.

59명 인물 중에는 낯선 이름도 있지만, 이렇게 책 제목을 정리해 놓고 보니 ‘한국사상선’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보인다. 이 시리즈는 문명적 대전환에 기여할 사상으로서, 그리고 대항논리에 그치지 않는 대안담론으로서 한국 사상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획과 편집 작업에 세심한 공을 들였고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를 편저자로 위촉했다. 수록 인물의 ‘핵심 저작’을 선별해 현대적으로 번역하여 수록한다.

‘서문’에서 그 사상을 입체로 충실히 해설해 독본이자 입문서로서 몫을 다하도록 했다. ‘부록’과 ‘연보’로 문헌과 인물의 행적 및 당대 국내외 역사적 맥락을 보충했다.

시작은 제1권 ‘정도전: 백성을 위한 나라 만들기’. 1392년 조선 건국의 설계자이자 정치관료 중심 중앙집권제를 통치철학으로 제시한 사상가인 정도전의 핵심 저작을 정리한 책이다. 정도전은 민본(民本), 위민(爲民) 이념을 토대로 왕권의 보완재이자 동반자로서 신권(臣權)에 무게를 더하는 정치질서를 구상하고 이를 현실 정치로 구현하고자 했다.

젊은 시절부터 촉망받는 성리학자로서 유교 숭배와 불교 배척에 관심을 두었으며, 유배 기간 목격하고 경험한 백성의 일상에 깊이 착안하여 국가운영 지침을 세세하게 정초했다. 그의 생애 내에는 정치적 기획에 그치고 말았지만, 정도전이 구상한 재상 중심 ‘책임 정치’는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써 한반도 군주국가는 절대적 왕권 중심의 경직된 전제국가를 탈피할 가능성을 얻는다. 3년 동안 30권 완간 예정으로 한국 사상의 흐름이 시작된다. 그 흐름을 따라가는 독서 계획도 지금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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