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한증막’에 갇힌 주민 “거동 불편한 몸, 피신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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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 지난달 18일부터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등 재난 수준의 더위가 시민을 덮쳤다.
더위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는 사투를 벌인다.
이날 부산희망드림센터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에는 아침부터 약 20여 명이 모였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대응 상황 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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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풍 훅훅 내뿜는 선풍기에 의지
- 견디는 게 다인 고시원 입주민들
- 노숙인은 쉼터 열리기만 기다려
- 배달 등 야외노동자 고통 가중
부산지역에 지난달 18일부터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등 재난 수준의 더위가 시민을 덮쳤다. 더위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는 사투를 벌인다. 국제신문은 폭염이 더욱 가혹한 이들을 찾아 이들의 고충을 살펴봤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1시 30분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고시원.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더운 공기가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이날 부산진구 낮 최고기온은 34도. 200㎡(약 60평) 공간에 자리한 40개의 ‘0.8평 쪽방’마다 갇힌 공기는 나갈 곳을 찾지 못한 듯 시간이 갈수록 후끈하다. 복도에 놓인 이곳의 유일한 에어컨은 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시원 거주자들은 모두 문을 한 뼘씩 열어놓고 있다. 일부는 바지만 걸친 채 웃옷까지 벗고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데도 문을 열어 놓은 이유를 묻자 박모(70대) 씨는 “이렇게 더울 때는 선풍기 바람마저 뜨겁게 느껴진다. 복도에 있는 에어컨 바람을 조금이나마 쐬기 위해 열어 놨다. 끝에 있는 방은 사실 바람이 거의 닿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방이 후끈해 근처 지하상가라도 가고 싶은데 몸이 불편해서 움직이기 힘들어 못 가고 있다”고 덧붙인다. 거주민이자 고시원 관리자인 이모 씨 역시 “노숙인 임시 거주지로 이곳을 찾았다가 장기로 살게 된 사람이 대부분인데 영세 고시원은 여름이 가장 힘들다”며 “견디다 못해 하루종일 지하철만 타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역에는 노숙인과 인근 쪽방촌 주민이 땡볕을 피해 삼삼오오 그늘에 모여 있다. 한 노숙인은 컵에 담긴 얼음물을 따라 연신 얼굴을 적셨지만 더위가 가시지 않는 듯 한숨을 내쉰다. 노숙인 무더위 쉼터도 북적인다. 이날 부산희망드림센터가 운영하는 무더위쉼터에는 아침부터 약 20여 명이 모였다.
한 노숙인은 “보통 10명 정도 오는데 날씨가 더워져 방문자가 늘었다. 요새는 밤과 새벽에도 더워 쉼터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일찍부터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희망드림센터 관계자는 “쉼터를 찾은 노숙인들에게 물과 포도당을 상시 지급하고 있다. 폭염으로 샤워실 세탁실을 이용하는 이들도 늘었다”며 “간혹 정신 이상으로 두꺼운 옷을 입고 다녀 열사병에 노출되는 노숙인도 나타나므로 현장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외 노동자 역시 더위에 속수무책이다. 이날 오전 부산시와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 인근에서 옥외 노동자를 위해 물과 시원한 수건을 주는 행사를 열었다. 한 택배 기사는 목에 두른 수건이 무색하게 상의가 온통 땀으로 젖어 있다. 배달 노동자 A 씨는 “오토바이를 탈 때는 그나마 낫다. 아스팔트 열기가 너무 뜨거워 신호 대기를 할 때는 정말 참기가 힘들다. 대기할 때는 나무 그늘을 찾아 쉬는데 이런 폭염에는 그늘도 소용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대응 상황 점검에 나섰다. 취약계층 및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냉방시설을 점검하고, 무더위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노숙인 공동대응반 ▷현장대응 전담팀 ▷응급 잠자리·구호방 등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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