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장관 임명하라는 유엔 권고안, 대통령실에 보고"

곽재훈 기자 2024. 8. 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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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위안부' 답변 입장 묻자 즉답 피해…野, 163일째 장관 공석사태 질타

지난 6월초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철회하고 조속히 공석인 여성부 장관을 임명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이같은 내용을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신현숙 여성부 차관은 1일 열린 22대 국회 첫 여성가족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6월에 CEDAW 최종권고안이 나왔는데 그 권고안을 모든 단위의 국가기관에 다 배포했느냐? 대통령실에도 배포했느냐?"고 묻자 "대통령실은 저희가 배포를 하는 기관은 아니고 결과를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차관이 직접) 대통령께 보고드렸나"라고 묻자 신 차관은 "관련 비서관실에 보고를 드렸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답변이 있었는지 이 의원이 추가로 묻자 신 차관은 "보고를 잘 드렸고, 잘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에 "이행을 했다니, 지금 장관이 계속 공석 중인데 뭘 이행을 하고 있다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며 "외국의 기관이 한 국가에 대해서 장관을 빨리 임명하라(고 권고한), 그것을 대통령한테 대면 보고를 안 하느냐? 이게 굉장히 중차대한 사안 아니냐"고 따졌다.

신 차관은 "모든 사안을 다 대면보고를 할 여건은 되지 않는다"며 "해당 소관 비서관실에 저희가 회의에 참석했던 내용과 거기에서 이루어졌던 결과 보고를 다 드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재차 "그러면 그 서면보고를 다 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지금까지 없느냐. 없으니까 계속 장관이 임명이 안 되는 거 아니냐"며 "그런 정부의 태도는 결국은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안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 차관은 "권고안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권고에는 의원님이 지적하신 그런 내용(장관 임명)도 있지만, 어떠한 조직 개편에서도 그 기능을 잘 추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부분이 저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차관께서는 여성부가 폐지돼도 좋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물었고, 신 차관은 이에 대해서는 "폐지돼도 좋다고 답변드리기는 어렵다"며 "여성부에서 하는 기능이 중요하다는 말씀은 드린다. 그렇지만 그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한 여 러 가지 여건이라든지, (정책)수요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효과성 있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부처의 모양은 돼야 한다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했다.

김남희 의원은 "여성부가 없이도 여성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유엔 CEDAW는 (여성부 폐지에 대해) '예산의 급격한 축소 및 여성정책의 퇴행에 대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도 "지금 (장관) 공석이 163일째"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통령 지시사항 목록을 살펴보니, 대통령 임기 초기인 2022년 7월 25일 '여가부 폐지 로드맵 조성 마련' 지시 이 후로 단 한 건도 지시사항을 내 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기업이 퇴사를 거부한 직원에게 근무시간 내내 벽만 바라보게 했다는 '면벽근무 갑질'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 윤 대통령이 여성부 직원들에게 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면벽근무 갑질, 괴롭힘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2023년 1월 9일 이후 여성부는 19개월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사이에 여성부가 챙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았나. 지난 5월 여자친구를 살해한 '강남 빌딩 옥상 살인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교제살인·폭력 사건으로 수많은 여성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교제폭력 신고는 2017년 1만4136건에서 2023년 7만790건으로 5년 사이 4배로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김선민 의원은 "또 최근 유명 유튜버 쯔양 씨가 전 남자친구의 불법촬영과 사이버 렉카의 공갈협박 등으로 수많은 피해를 입 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며 "남자친구와의 이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부는 정녕 할일이 없나? 여성폭력, 디지털성폭력, 교제폭력 등의 주무부처로서 여성부가 할 일이 많지 않느냐"고 따졌다.

한편 신 차관은 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쟁적 사안'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일에 대해 위안부 문제 관계부처로서의 입장을 묻자 "후보자 한 개인의 발언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서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을 피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강제인가 자발적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논쟁적인 사안'이라는 것은 취소한다"고 했었다.

신 차관은 그러나 김선민 의원이 "그러면 제가 이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 모집에 근거했다'고 발언한다면 차관은 뭐라고 답하시겠느냐"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이어 "제가 만약에 그것이 논쟁적 사안이라고 발언한다면 그건 어떻게 답변하시겠느냐"고 묻자 신 차관은 "이 부분은 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로 규명한 사실이다", "위안부 피해자가 강제동원이라는 부분은 법적,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발언 내용은 똑같은데 말한 이가 야당 국회의원일 때는 '사실이 아니다', '논쟁적 사안이 아닌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라고 즉답을 한 반면, 이 정부 장관급 기관장일 때는 '비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한 셈이다.

신 차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우회적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으로 '한동훈 지도부' 일원인 서범수 의원은 "방통위원장의 위안부 해석 관련 발언은 여가부에서 진위를 파악해 보시고, 그 부분에 대해서 왜 그렇게 반응이 나왔는지 알아보시고 보고를 해 주시는 게 맞지 않겠느냐"면서 "우리 여가부에서 그걸 커버를 할 필요가 없다. 여가부는 여가부답게 좀 업무수행을 해 주시는 게 안 맞겠느냐"고 했다.

서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여성부의 존재 의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서 의원은 "여가부면 여가부답게 여성·가족·청소년 문제 에 대해서는 목소리도 좀 내주셔야 된다. 나름의 역할을 해 주셔야 된다"며 "보니까 여가부가 너무 위축돼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지금 못 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여가부가 대상 중심 부서이긴 하지만 성범죄 관련해서는 우리 여가부의 전문화된 기능 강화가 반드 시 필요한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차관께서 성범죄, 디지털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이 구조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했다.

같은 당 조은희 의원도 "지금 (야당) 동료의원들께서 장관 공백을 두고 우려를 많이 하고 계시는데, 그 우려에 저도 동의한다. 하루빨리 장관이 임명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지아 의원은 "여가부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아마 모두 다 인식하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신현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모두발언 및 간부 소개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지난 7월 2일 본회의에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야당 간사로 지명된 데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설전이 오갔다.

앞서 국방위는 지난달 3일 전체회의를 열려 했으나 김 의원 논란으로 취소됐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우리 당은 사과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고 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정신 나간 위원들하고 회의를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민주당을 꼬집었다.

성 위원장은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최고위원 출마자인) 김 의원이 사과를 못 하는 것도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한다"며 "간사를 전당대회 전까지만 다른 분으로 하고, 전당대회 이후에 다시 간사로 들어오시는 것으로 해서 상임위를 정상화하자고 했지만 김 위원께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신 것"이라고 야당 측의 전체회의 미개최 비판 주장을 반박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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