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지원율 1.4%… 개원가로 뛰어든 전공의는 ‘구직난’

김표향 2024. 8.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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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총원 7,645명에 지원자 104명
정부 "이달 중 추가 모집 공고 예정"
의협, 전공의 구직 지원·연수 강좌도
개원가는 구인 수요 적어 채용 난색
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국 수련병원들이 사직 전공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실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지원율 1%대에 그치며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이달 중 추가 모집을 할 계획이지만 돌아올 전공의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련병원을 뛰쳐나온 전공의들은 개원가로 몰리고 있다. 다만 구직 수요에 비해 구인 수요가 적은 데다 개원의들이 미수련 전공의 채용을 꺼려 취업 문을 뚫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전국적으로 레지턴트 91명, 인턴 13명 등 총 104명이 원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126개 의료기관이 공고한 전공의 모집 총원 7,645명 대비 1.36%에 불과하다. 그중 전공의들이 선망하는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에만 지원자 절반가량인 45명이 쏠렸다. 동일 연차·과목 복귀를 허용하는 특례까지 적용됐지만 전공의들은 끝내 외면했다.

결국 정부는 “추가 대책은 없다”던 입장을 바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기로 했다. 상세한 일정은 조만간 공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 재개를 원하는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더 돌아올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전공의 복귀에 유인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실효성 없이 전공의에게 특혜가 거듭 주어지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하반기 모집 지원자에 대한 신상털기와 조리돌림이 자행돼 전공의들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는 이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 과목, 출신 학교, 실명이 공개되고, ‘빈집털이범’이라 조롱하면서 ‘배신자’로 낙인찍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정부는 부당한 방법으로 전공의 복귀를 방해하는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해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회관. 뉴시스

하반기 복귀를 거부한 전공의들은 개원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언론매체에서 운영하는 구인구직 플랫폼에는 구직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협과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사직 전공의들을 위해 마련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 강좌’(4일)는 참가자 모집 2시간 만에 선착순 200명이 마감됐다. 의협 관계자는 “피부미용과 통증치료 등 전공의들이 관심 있는 분야와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업무를 위주로 진료과별 의사회와 협의해 연수 강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7일 열리는 진로지원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구직자 지원뿐 아니라, 표준계약서 마련, 해외 진출 지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의사들이 의대 증원으로 필수의료가 붕괴될 것이라 주장하면서 수익성 있는 인기 과목 위주로 전공의 지원책을 꾸리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전공의 사직률이 높은 과목은 방사선종양학과(75%), 흉부외과(62.6%), 산부인과(61.2%), 소아청소년과(59.7%) 등 주로 필수의료 과목이었고, 피부과(41%), 정형외과·이비인후과(40.9%), 안과(40.8%), 정신건강의학과(34.8%) 등 인기 과목은 상대적으로 사직률이 낮았다.

개원가에서도 전공의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실상 자영업자인 개원의 입장에선 갑자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추가 인건비 지출을 감수하면서 전공의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서 환자 진료를 오롯이 맡기기도 부담스럽다. 서울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지금 시장에 나온 전공의는 일차의료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견습생이나 마찬가지라서 병원 경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해 월급을 많이 받기를 바라니 취업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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