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검찰 ‘뇌피셜’ 공소장에 판사도 “이게 명예훼손 공소장 맞나?”

뉴스타파 2024. 8.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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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대통령 후보자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7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재판장이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 계획을 짜는 공판준비 기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언론에 공표한 일방적 피의사실이 아닌, 법원이 검사와 피고인 측 초기 주장을 바탕으로 파악한 사건의 구도가 드러났다. 그런데 재판장은 이날 검찰에 이례적으로 공소장을 상당 부분 수정하라고 했다. 첫 재판 내용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쟁점을 정리했다.

지난 7월 31일 소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에 참석한 뉴스타파 한상진, 봉지욱 기자와 김용진 대표(왼쪽부터). 

Q. 재판장이 검찰에 공소장을 다시 쓰라고 했다는데

여러 언론이 이미 보도한 대로, 이날 재판장은 검찰 공소장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수정하라고 했다. 이유는 공소장에 공소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대통령 후보자이던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했다. 따라서 검찰은 재판에서 뉴스타파가 명예를 어떻게 훼손했는지를 밝히면 된다.

그런데 공소장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이재명 측과의 유착 관계 은폐 목적 ‘공산당 프레임’ 유포를 위한 ‘언론 작업’” 같은 내용들이 나온다. 만일 이게 죄라면 ‘프레임 유포죄’라도 주장해서 기소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죄가 없으니, 검찰이 그렇게 하지는 못하면서도, 이런 내용을 여러 대목 써 넣은 것이다. 재판장은 이런 내용을 다 정리하라고 했다.

Q. 검찰은 왜 재판장이 삭제하라고 지적할 내용을 썼나

공소장을 수정하라는 재판장에게 검찰은 “배경 설명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은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Principle of Written Indictment Only)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원칙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않아, 피고인이 무엇을 방어할 지 모르게 만드는 일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면 대법원 판례(2009도7436)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공소기각 위험을 무릅쓰고, 윤석열 명예훼손과 무관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채웠을까. 검사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재판장이 삭제하라고 지적한 내용 상당 부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은 이번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을 사실상 ‘또 다른 이재명 재판’으로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Q. 검찰은 재판장의 공소장 수정 지시를 따를 것인가

검찰이 공소장을 고치는 시늉은 하겠지만 제대로 수정할 가능성은 적다고 형사법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유는 공소장을 제대로 쓰면, 윤석열 재판이 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의 혐의는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봐줬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의 봐주기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고, 윤석열 재판이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공소장으로는 이재명의 공산당 프레임 같은 것을 다루어야 한다.

게다가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해도 법원이 공소기각을 하지 않고, 유‧무죄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검사들의 생각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법원이 과감하게 공소기각을 하지 못하고 결론을 내리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았을 때,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9월과 12월,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들의 자택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당시 모습.

Q.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국가다. 하지만 처벌에 피해자 동의가 필요한 범죄가 있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원해야 공소를 제기하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반대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처럼 친고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수사와 공판을 시작할 수는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까지 했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가 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 이런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실무에서는 친고죄든 반의사불벌죄든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 유무를 확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뉴스타파 재판 상황을 보다가 뒤늦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다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더구나 이른바 피해자가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인 만큼, 하루빨리 처벌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밝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Q. 뉴스타파 명예훼손 재판의 핵심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라는데

뉴스타파가 기소된 혐의는,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이다. 따라서 재판의 핵심은 뉴스타파가 ‘거짓의 사실’을 드러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검찰이 ‘허위’로 지목한 뉴스타파 보도는, 2011년 윤석열 주임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이 사건 관련자 조우형 등을 봐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검찰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면서 수사 기록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형사재판 전문가들은 검찰이 제출하는 기록으로 검찰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 부산저축은행 주임검사였고, 검찰에 의해 뉴스타파 보도의 피해자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7월 31일 소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앞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Q. 김만배 씨가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내용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는데

검찰이 범죄사실로 기소한 뉴스타파 기사는 2022년 대통령 선거일 사흘 전 보도로 김만배-신학림의 대화 녹음파일을 요약한 것이다. 이 대화에서 김만배 씨는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봐줬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런데 김만배 씨가 이 사건 수사 시작 무렵인 지난해 가을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신학림과의 대화는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허위 인터뷰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윤석열 검사는 (사건을 무마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런데 7월 31일 재판에서 김만배 씨는 변호인을 통해 “신학림에게 한 말은 사실인데, 검찰은 내가 (허위 인터뷰를) 작업한 것처럼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 파일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물론 김만배 씨가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는 의도에서 한 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앞으로 검찰은 김만배 씨의 자백 없이 다른 방법으로만 대화가 허위였음을 밝혀야 한다. 따라서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검증이 이번 재판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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