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구영배 "큐익스프레스 대표 사임, 주주들의 요구였다"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고 미정산 판매자(셀러)가 대주주인 공공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할 경우 판매대금 채권이 모두 휴지가 되지만 합병안이 승인돼 합병 이커머스를 운영하면 판매자들은 물론 PG(결제 대행)사 손실을 해소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구 대표는 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출범하고 합병법인을 판매자가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정상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사임하는 등 꼬리자르기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주주들이 사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판매대금 1조원의 향방에 대해선 "투자돼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언론과 정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부터 큐텐 셀러들을 중심으로 미정산 문제가 있었다. 지금 거론되고 있진 않지만 1년여에 걸쳐 미정산된 누적 금액만 수백억 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큐텐 그룹에 대금 정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큐텐에서는 1년 전부터 미정산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크리티컬한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하게 캐시 플로우 프릭션(현금 유동성 문제)이 있긴 했다. 하지만 대규모 미정산과 고객 환불 PG까지 이어지는 규모는 아니었다. 셀러의 컴플레인이 있었고 사과 해야 하는 문제지만 풀어낼 수 있는 문제였다. 중국에 이래저래 묶여있는 자산을 감안해도 활용할 수 있는 게 4~500억원이었다. 일시적이지만 풀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보지 못했다.
-나쁘게 말하면 돌려막기로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이커머스가 판매대금의 정산 주기를 이용해 프로모션 등 자금을 활용한다. 하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면 폰지처럼 보이게 된다. 왜 고리가 끊어졌나?
▶일시적인 현금 흐름의 압박이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는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 정도의 범위로 봤다. 위메프와 티몬을 인수할 때부터 손실이 누적돼 있었고 거래량이 항상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상품권이나 디지털 상품권 등 가격 소모가 쉬운 상품으로 프로모션하고 거래액을 늘린 뒤 해결하고 거래가 좋아지는 시즌이면 자금을 메꾸고 상품 구분을 강화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상품권 업체 거래액이 500억이 줄었다. 500억이라는 수준까지는 우리가 커버할 수 있었는데. 이후에 디지털 제품의 현금 흐름도 줄었다. 큰 업체들은 2주 정산 지연되면 찾아가서 사과하고 그러면 일반적으로 회복되는 메커니즘이었는데 거기에서 여행 상품 취소까지 터지면서 다른 셀러들이 뱅크런처럼 빠져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위메프 정산 지연이 발생했을 때 외부에 시스템 에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류화연 대표는 예상보다 쿠폰 손실이 너무 커 정산을 중단시켰다고 했다. 무엇이 사실인가
▶솔직하게 위메프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재무 쪽에서 낸 월간 리포트와 사업 쪽 대표한테 보고 받는 숫자하고 위메프의 경우 2~30억이 차이가 났고 티몬은 100억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런데 이번에 위메프를 살펴보니 손실이 난 것이 예상보다 많았다. 정산을 해야 하는 데 예상했던 것 보다 나갈 돈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럴 리 없다'고 다시 정산 계산을 해보라 한 것이다. 전산상 착오라고 보는 게 맞는데 위메프에서 '시스템 에러'라는 워딩을 사용한 것은 고객들이 우려할 것을 무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진으로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재정적이라고 할 수 없고 시스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위메프 정산 지연을 사과하고 보상 방안을 발표했을 때 시스템 에러라면 곧바로 정산만 해주면 되는 문제인데 보상안이 파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이미 정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정산 사태에 대한 보상 방안으로 지분을 언급한 것은 상황이 무너지니까 이 상황을 끊지 않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시나리오를 넘어설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확실히 안정시켜주자는 차원에서 셀러들 보상안이 나온 것이다. 플랫폼하고 판매자 관계가 시간이 갈수록 갈등 구조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티몬의 셀러들은 티몬이 5~6월 무리하게 쿠폰을 발행하면서 일부러 자금을 끌어모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정산 피해가 더 커졌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티몬의 거래액이 4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6월에 급증한다. 6월에 티몬의 매출을 늘려야 할 이유가 있었나.
▶절대 그렇지 않다. 티몬을 인수하고 수익을 내는 쪽으로 가자 해서 손실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고 지침을 내렸다. 어떻게 수익을 낼 거냐 하는 이슈가 있었는데 원칙적으로는 구조적으로 보면 광고비를 쓰고 성장하는 속도를 살펴봤을 때 거래액이 늘어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적 손실이 있어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500억을 넘어 1000억이 되면 곤란하다고 봤다.
이커머스도 시즌이 있다. 지금부터 해서 10월까지 거래액을 늘리는게 이커머스의 사이클이다. 큰 축에서만 보면 8월 휴가, 9월 추석 전에 5월부터 7월까지 매출을 푸시하는 게 사이클이다. 버퍼를 가져가고 9월 중반부터 해서 12월까지 전체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을 고쳐나가는 게 일반적인 이커머스의 사이클이다.
-위시 인수 대금에 티몬 등의 판매대금을 활용했다가 반환했다고 했다. 국회에선 이걸 횡령 등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티몬이 큐텐에 자금을 대여하는 과정에서 대표가 사후 결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국내 금융기관에서 위시에 있는 자금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대출받기로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서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딜브레이크가 되면 위약금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
-판매대금을 사용하는 것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했나
▶그 정도까지 이런 부분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지금 당연히 문제가 됐기 때문에 위법성이 있다고 본다. 처벌을 피할 생각은 없다. 당시에는 2주면 다시 돌려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소한 재무적으로 문제없었다고 판단해서 처리했다.
-티몬, 위메프 인수가 모두 지분교환 방식이었다. 위시 인수 자금도 티몬에서 자금을 빌려 치르고 다시 위시의 내부 유보금으로 티몬에 상환해 사실상 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지나치게 빠르게, 무리한 M&A를 한 게 아닌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왜 샀냐고 하는데 산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면 '사줘라'하고 제안이 온 것이다. 지금은 다들 나를 '탐욕스러운 사업가'라고 평가하지만,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글로벌 업계에서 핵심적인 사업가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티몬 인수는 무리했던 것이 맞다. 티몬 문제에 대해서 너무 과신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스스로는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글로벌 플랫폼 구축 기회가 와서 무리한 것이 맞다. 자기 확신이 너무 강했다. 과오기도 하고. 반성하는 것도 모든 것이 무너지고 20년간 쌓아오고 투입했던 것이 사라졌다.
-티몬과 위메프는 인수할 때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금감원에는 티몬의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왜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황을 먼저 안정시키지 않았나.
▶2023년에는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의 펀딩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 그런데도 지속해서 투자 유치 작업을 했지만, 티몬이 자본잠식뿐만 아니라 론(대출)이 2000억정도 있어서 티몬 때문에 그룹이 투자를 못 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과정을 살펴보면 참 안 풀렸다. 무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의도적인 사기는 절대 아니다
-결국 그래서 판매대금 1조원이 어디로 갔느냐고 사람들이 묻고 있다
▶(큐텐이 인수하기 전에) 티메프 누적 투자 금액이 9500억원이고 인수했을때 (이미 투자금을 다 소진하고) 6000억~7000억원 자본결손 상태였다. 결국 2조원이 플랫폼 만들고, 고객 끌어들이고, 판촉에 들어간 것이다. 투자금 9500억원과 판매대금 1조원이 모두 투자로 사라진 것이다.
-사태 발생 후 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했다. 무슨 방안을 준비 중이었나.
▶M&A 티메프 정상화와 큐텐 매각 두 가지를 고민했다. 내부적으로 거래를 어떻게 재개할 것이냐도 논의했다. (큐텐 지분을 담보로) 300억에서 많게는 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국내 벤처회사가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 너무 나빠지다 보니까 결국 마지막에 무산됐다. 이후 100억, 200억 벤처에서 엑시트한 뒤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을 찾아다녔지만, 여론이 너무 나빠졌다. 해외 투자자 확보 기회는 아직 살아 있지만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보니 시도가 쉽지 않았다.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 800억원이 있다고 한 건 중국에 있는 자금을 말하는 건가. 그것을 활용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한 이유는 뭔가.
▶재무 기능을 통합한 건 정산체계를 통합해서 리스크를 체크하고 매출과 손익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무 정산, 회계 관리시스템이 통합지 않았고 시스템연동이 안 돼 있다 보니까 오류가 생겼다.
-그런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어야 하지 않나
▶다른 것을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 기존 시스템의 레거시를 유지하면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체계였다. 100% 자회사라서 엄격하게 재무, 회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따지지 못한 건 제 불찰이다. 비판, 비난, 처벌받는 다고 하면 거기서 가장 큰 이슈가 생길 것이다. 재무 본부장이 통합 관리하고 지시한 것은 제가 권한을 위험했기 때문이다.
- 큐익스프레스는 대표 교체 후 티몬과 위메프 거래 비중이 작다며 선을 그었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상화 없이도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가능한가.
▶이번에는 가능하다고 본다. 어쨌든 독립적인 기업이고 큐익스프레스 발표처럼 티몬과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큐익스프레스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 우체국에 해당하는 싱포스트가 큐익스프레스의 물류모델을 보고 따라서 바꿨을 정도로 현지에서 물류솔루션의 가치 인정받고 있다. 조금 지연될 수는 있지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유가 있나
▶저는 그룹 총수가 아니다. 큐익스프레스에도 많은 주주들이 있다. 큐익스프레스 대표에서 물러난 것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티몬, 위메프 사안이 복잡해지면서 티몬과 위메프 사안 해결에 집중하면서 큐익스프레스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다. 티몬과 위메프 문제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렇다고 사임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다른 주주들로부터 사임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주주들이 선긋기 한 것인가
- 국회에서 시간을 주시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합병도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생각인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출범하고 합병법인을 판매자가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정상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채권자들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 가운데 10억 이상 채권 중 일부를 CB(전환사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큐텐이 가진 티몬과 위메프 보유지분은 100% 감자하고 내가 가진 큐텐 지분 38%는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할 계획이다. 현재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이지만 이렇게 되면 티몬과 위메프 합병 법인이 큐텐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구조로 올라서게 된다. 이미 큐텐 이사회 승인은 받았다.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 Program)을 통해 채권자들과 이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판매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인가
▶판매자 주주 조합을 결성해 이사회와 경영 참여를 보장하겠다. 판매자가 대주주가 되는 만큼 정산 주기도 기존 60일에서 7~10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수수료 정책도 판매자 중심으로 전환해 중소 상인들이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공공 플랫폼 형태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적자기업을 합병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한가
▶합병할 경우 현재의 60% 수준의 인력으로 운용할 수 있어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채권단은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에 합병법인의 상장을 진행하거나 매각을 통해 채권자들이 신속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채권자들이 동의해야 진행할 수 있다.
▶저는 이미 모든 지분을 내놓겠다고 했고 처벌도 받겠다고 했다. 이번에 티몬과 위메프가 무너지는데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게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이다. 반대로 6개월만 시간을 주면 살릴 수 있다. 피해를 복구하고 최소화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
-국회에서도 지적했지만, 사재출연을 비롯해 자구책 발표한 날 회생절차 돌입한 건 진정성을 흐리게 한다.
▶회생 신청 절차에 돌입하면 저는 그냥 한명의 주주일 뿐이더라. 다른 주주들이 있으니까. 좀 며칠만이라도 자구책을 가지고 얘기를 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가압류가 계속 들어오더라. 그러면 회생도 힘들어진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날 오후에 바로 회생신청을 했다. 회생신청에 돌입하면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이 있어서 채권자들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회생절차 신청하는게 자구책을 실천하는 것과 모순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내일(2일) 각사 대표들 법원에 출석하고 심문절차 진행한다. 이번에 준비한 합병안으로 설득할 계획인가.
▶위메프, 티몬 각사 대표가 입장이 다르다. 티몬 대표는 내가 준비한 합병안대로 가자고 하고 있고 위메프는 티몬보다는 상황이 나으니까 독자 회생할수 있는 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게 위메프 매각 추진이다.
-그렇게하면 자구계획이 다 망가지는 것 아닌가.
▶각자의 안으로 추진해보고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마른하늘에 날벼락 피해 본 업계 파트너, 셀러, 소비자 정말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정부에서 빠르게 대처를 해줘서 소비자 환불 해소됐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판매자들에 대한 대처를 내놓지 않았다면 일부 선정산 시스템이 막혀 신용불량으로 갈수있었는데 대처해줘서 정부에도 대단히 고맙고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죄드리고싶다. 어쨌든 이번 사태 발생시킨건 저와, 전체적인 회사 역량 부족한거고 과오인것같다. 모든 비판. 책임추긍 처벌 당연히 받겠다. 비전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향후에 국가 세계 경제에 기여할것을 차치하고라도 피해 최소화시키는 가장 핵심적이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 제가 생각하는 안이다. 돌아가게하고 구현하는데 시간 길게주지마시고 6개월 구현할수있도록 기회와 시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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